김태우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잇단 폭로를 두고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하면서도 정작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여권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적폐청산에 따른 저항의 형태라고 반론했다.

한국일보는 4일자 1면기사 ‘적폐청산에 확 높아진 도덕기준, 공직사회 폭로 불렀다’에서 청와대가 하위직 공무원인 6급 주사(김태우 전 특감반원)와 연일 폭로전을 주고 받고, 최고 엘리트 부처 기획재정부는 5급 사무관(신재민)과 진실 공방에 휩싸인 상황을 두고 “이런 풍경은 과거 흔히 볼 수 없던 것”이라며 “비위와 부정을 폭로하던 양심선언이 아닌, 정책결정 과정까지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전문가들이 이런 현상을 문재인 정부의 위기로 규정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정부 권위에 대한 도전의 단초가 될 거라 경고한다고 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한국일보는 “여기엔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강화된 공무원들의 보신주의, 촛불혁명으로 집권했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정부에 대한 실망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이 같은 현상은 적폐청산을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론 ‘적폐 같은’ 행태를 보인 문재인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며 “이른바 ‘캠코더(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라는 이름이 붙은 낙하산 인사는 이번 정부에서도 기승”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어 “최근 공직사회의 파열음은 국정농단 사태 등을 거치며 공무원 사회의 보신주의가 한층 강해진 결과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고도 했다. 한국일보는 익명을 요구한 서울 모 대학 행정학과 교수가 “2년 넘게 적폐 프레임이 공직사회를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괜히 일을 열심히 했다가 정권 바뀌면 적폐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공무원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 높은 도덕기준을 낳았는데도 정작 정부는 그 기준을 따르지 못한데다 박근혜 국정농단 때 학습효과로 공무원들이 세부적인 정책과정의 문제까지 ‘폭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여권에서는 일부 현상을 반영한 분석이 있긴 했지만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동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동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박광온 의원은 4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한국일보의 4일자 1면 기사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김태우 수사관의 경우 터무니없는 비위 혐의로 조사받는 사람이 폭로하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행태다. 신재민 사무관의 경우 일의 처리과정이나 개인적 특성에서 오는 것이지, 일반화해서 볼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광온 의원은 적폐청산 탓에 보신주의가 만연한 결과라는 한국일보의 분석에는 “그것은 일정부분 현상을 짚은 얘기일 수 있다”면서도 이를 저항의 한 형태라고 해석했다. 박 의원은 “적폐라는 건 이 나라를 지배해온 힘이나 세력이다. 그만큼 강하다. 이런 정치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몇몇 특수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에 충실한 제도와 관행을 고치라는 건 국민의 명령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 저항하거나 방해가 나타난 것이다. 이심전심으로 이뤄진다. 이들이 저항하는 건 자연스럽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정부의 과제이나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털어놨다.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도덕기준을 높여놓고, 적폐행태를 보인다는 한국일보 주장에 박 의원은 “신 사무관이 주장하는 것처럼 뭔가 (청와대나 외부의) 압력에 의해 (국채발행 계획이) 뒤집어졌다면 정부는 이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나 그러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가 기재부의 의견에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현 정부가 정책결정 과정이 더 깨끗하고 투명하게 하도록 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박 의원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면서도 “모든 정책 결정 과정을 다 공개하는 것은 소모적이다. 오히려 합리적으로 결정하도록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일보 2019년 1월4일자 1면
▲ 한국일보 2019년 1월4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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