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에 전달해 달라. 방송자문특별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지속해서 부적절한 방송언어 사용을 들여다 볼 거다. 제 이름으로 심의 신청할 거다. 한글 좀 그만 괴롭혀라”

전광삼 상임위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허미숙 소위원장도 4기 방통심의위가 앞으로 언어 파괴 부분을 중요하게 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갈무리
▲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갈무리

방통심의위는 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소위를 열고 방송언어를 집중 심의했다. 이날 방송소위에는 부적절한 방송언어를 사용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런닝맨’, TV조선 ‘연애의 맛’, JTBC ‘아는 형님’,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MBN ‘현실남녀2’, OnStyle ‘겟잇뷰티 2018’, 올리브네트워크 ‘밥블레스유’, SBS funE ‘스쿨어택 2018’, tVN·XtvN ‘놀라운 토요일’, tVN·XtvN ‘신서유기 5’, 코미디TV·드라맥스·LIFE U·k-star ‘맛있는 녀석들’ 등 모두 15개 채널 17개 방송심의 안건이 상정됐다.

JTBC ‘아는 형님’은 채널 중 유일하게 비속어를 사용했다. JTBC ‘아는 형님’은 지난해 10월27일 방영분에서 이준기가 강호동에게 “깝죽거리지 마라 이 새끼야”라고 발언한 장면과 11월3일 방영분에서 “얼마나 또라이길래 막 대해?”라는 자막을 넣어 방송했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지난해 10월 4회에 걸친 방영분에서 ‘과자 득템’, ‘흥.칫.뿡’, ‘고독한 귀요미식가’, ‘ㄸㅛㄱㄸㅑㅇ(속상)해’, ‘모솔’, ‘딸 빙구 모드 강화’, ‘오빠美 뿜뿜’, ‘(갑.분.사)사자 좋겠다’, ‘국민 뽀시래기’, ‘감성 먹방러’, ‘비주얼 지못미’ 등의 신조어와 은어를 넣은 자막을 사용했다.

TV조선 ‘연애의 맛’은 지난해 10월18일 방영분에서 ‘핵이득 뜻밖의 꿀팁 줍줍’, ‘심쿵’ 등의 자막을 노출했고, tVN ‘신서유기5’는 지난해 10월18일 방영분에서 ‘호동이는 핵인싸’, ‘띵언’, ‘은짢음’, ‘美친! 아 몰라’ 등의 자막을 사용해 방송했다.

▲ 상단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MBN ‘현실남녀’, tvN ‘신서유기’, TV조선 ‘연애의 맛’, 채널A ‘도시어부’ 갈무리
▲ 상단 왼쪽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 MBN ‘현실남녀’, tvN ‘신서유기’, TV조선 ‘연애의 맛’, 채널A ‘도시어부’ 갈무리

이에 방송소위에 참석한 방통심의위원들은 전원 의견으로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권고’는 법정제재와 달리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때 감점을 받지 않지만, 행정지도 중에서는 가장 수위가 높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세종대왕님이 요즘 수모를 당하고 계신다. 심각한 문제다. 세태를 반영하는 건지 세태를 반영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행위를 재생산하는 건지 모르겠다. 4기 들어 방송언어를 집중 심의한 게 오늘이 처음이다. 앞으로 지속적인 심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도 “품위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게 방송의 책무다. 방송이 오히려 파괴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이 많아 세태가 반영된 것 같다. 한글이 원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모든 방송사에 ‘의견진술’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영섭 위원은 ‘권고’ 의견을 내면서도 “저는 불쾌한데 아들은 불쾌하지 않아 보였다. 세태가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많이 보는 프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조어가 문제다. 저도 이번에는 전체 안건 모두 ‘권고’ 의견”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15년 말 3기 방통심의위는 신조어와 은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 행정지도를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은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된 내용을 방송으로 옮기는 포맷이기 때문에 인터넷 용어를 자막에 많이 사용했다.

방통심의위는 ‘심쿵’, ‘(핵)노잼’, ‘빡침’, ‘겨터 파크’, ‘ㅋㅋㅋ’ 등에서 사용된 통신용어 대부분이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당시 ‘꼰대심의’라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방통심의위는 2016년 MBC everyone ‘주간 아이돌’이라는 프로에 마이리틀텔레비전과 똑같은 이유로 중징계인 법정제재를 결정했다.

▲ MBC everyone ‘주간아이돌’ 갈무리
▲ MBC everyone ‘주간아이돌’ 갈무리

‘신조어와 은어를 쓴 방송’과 ‘인종 차별과 장애인을 비하한 방송’ 중 어떤 게 더 문제일까. 4기 방통심의위는 이 두 안건을 같은 수준의 문제로 바라봤다. 방통심의위는 지난해 10월25일 신현준씨가 발달장애인 기봉이를 흉내 내며 시청자들에게 인사하자 출연진들이 즐거워하며 웃는 모습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행정지도인 ‘권고’를 결정했다.

▲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차명진 전 의원
▲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했던 차명진 전 의원
더욱이 지난해 4월13일에는 중국 정부를 ‘떼놈’이라고 비하한 차명진 전 의원의 발언을 내보낸 MBN ‘뉴스와이드’에 ‘권고’보다 낮은 ‘문제없음’을 의결했다. 결국 인종 비하 발언이 신조어 사용보다 낮은 제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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