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광화문시대 위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던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 추진계획을 보류키로 했다. 이로써 사실상 청와대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공약은 백지화됐다.

유홍준 광화문시대 위원회 자문위원은 4일 오후 브리핑에서 “집무실 이전에 대해 집무실을 현 단계에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따라서 청와대 개방과 집무실 이전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마무리된 이후에 장기사업으로 검토키로 했다”며 “현재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서울시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사업 설계공모 결과는 21일 발표한다.

유 위원은 광화문 집무실 이전과 함께 청와대 개방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유 위원은 “문 대통령이 ‘광화문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 뜻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것과 ‘청와대 개방’ 두가지가 기본 기조였다. 이 중 청와대 개방은 경복궁, 청와대 북악산을 연결시켜서 청와대의 광화문이 아니라 광화문을 청와대 안으로 끌어들이는 확장하는 개념으로 추진해서 북악산 정축으로 올라갈 방법으로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이렇게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관저 앞을 통과해야 하는 문제가 따르는데, 이 문제를 관저 이전까지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동선을 경호처와 함께 검토키로 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청와대를 방문하길 희망하는 방향에서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유 위원은 청와대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을 검토해온 광화문시대 위원회가 별도의 위원 구성을 하지 않고, 실무부서에 넘겨 추진키로 했다고 전했다.

▲ 지난 2017년 11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환경재단 15주년 후원의 밤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2017년 11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환경재단 15주년 후원의 밤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시상식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같은 발표를 두고 기자들은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헬기 시설 이전이 어렵다는 것은 대선 이전에도 가능했는데, 이전하지 않는 이유로는 빈약하지 않느냐’는 질의에 유홍준 위원은 “대통령이 실무적인 검토 보다 이념으로 광화문시대를 광화문으로 나가 국민과 자주 만나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 했는데, 대통령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보니까, 이에 따르는 경호와 의전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을 대통령도 인지했고 위원회도 인지했다”고 답했다.

유 위원은 “그것을 기존으로 놔두는 전제하에 있을 적에도 동선상 만드는데 엄청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찾게 됐고, 이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광화문 인근 속에서 새로운 곳을 찾아, 집무실 관저(까지) 다 전체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추진할 여러 방안이 나왔고, 이상적 안을 찾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광화문 재구조화 이후에도 청와대의 광화문 이전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의에 유 위원은 “광화문 광장이 그렇게 형성되면 청와대 집무실이 정부종합청사, 외교부 청사로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100미터 이내에는 시민의 집회와 접근이 금지되기 때문에 광장을 만들어놓고 정작 사람이 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답했다.

유 위원은 “자문위원단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공상적인 안을 내기도 했다.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북악산 개발을 적극적으로 해서 광화문으로 나가는 대신에 북악산까지 연결시켜 소통과 개방 취지를 살리겠다고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성에 의한 판단’의 근거를 두고 유 위원은 “역사성은 우리가 조선왕조가 서울에 정도한 이후 청와대가 저기 차지하고 있고, 총독 관저가 들어오면서 한강-남대문-광화문 육조거리 북악산에 이르는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정축이 한번도 국민에게 개방된 적이 없었다. 이를 살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보완과 비용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이었느냐는 질의에 유 의원은 “정부에서 같이 일해왔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공간 조성을 같이해서 (문 대통령은) 논쟁 없이 이심전심으로 우리 고민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답했다.

유 위원은 관저를 옮기는 방안과 관련해 “가장큰 걸림돌은 현 대통령만 살다가는 집이 아니다. 제대로 된 위치에 어디가 좋을까는 경호처에서 건축가와 협의했다. 건축용역을 줘서 안을 만들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 청와대 집무실 위치가 풍수상 불길했지만 다음 대통령에게만 물려주는 것은 안 맞다고 판단했다고도 말했다. 유 위원은 “관저 사용상 불편한 점, 풍수상 불길한 점 등을 생각할 땐 옮겨야 하는데, 현 대통령이 이걸 다 만들어놓고, 다음 사람(대통령)부터 여기에 살라고 넘겨주는 것은 논리에 맞지도 않다. 문제가 있으면서 끝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풍수상 불길한 점이 뭐냐는 질문에 유 위원은 “수많은 풍수상의 근거다. 풍수상 근거가 있다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북악산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28일 북악산으로 산행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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