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선비즈 기자는 이렇게 물었다.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 비판기사에 안 좋은 댓글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지지자분들께서 보내는 격한 표현이 많다. 대통령께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지자들께 어떻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전하실 말씀이 있으신지 궁금하다.”

문 대통령은 질문을 받고 “저 역시 많은 악플을 받은 정치인이다.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들의 의사 표시라고 본다”며 “기자 분들도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나 싶다. 너무 예민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조선비즈 기자의 질문은 곧바로 논란을 일으켰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나올만한 적절한 질문은 아니었다는 지적부터 댓글에 반응하는 것은 기자의 숙명인데 무엇이 문제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정작 기자들 사이에선 조선비즈 기자의 질문을 이해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기사를 쓰고 독자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언론인들로서 ‘댓글’은 무서운 존재다.

2016년 영국 가디언이 2006년부터 10년 동안 축적한 7000만개의 뉴스 댓글을 분석한 결과 기자가 여성이거나 흑인일 경우 언론인에게 직접 공격 댓글이 많은 경향을 발견했다. 세계편집인협회 2016년도 조사결과에서도 편집인의 65%가 자사 기자들이 악플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뉴스 댓글은 독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의 한복판에 서 있다.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공론의 장일까? 아니면 특정 세력이 과잉 대표되고 여론을 몰아가는 격전지일까? 두 질문은 뉴스 댓글의 양면성을 대표하는 내용이다.

뉴스 댓글 현황을 분석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댓글 운영 정책을 제안하는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선호‧오세욱 선임연구원은 “뉴스 댓글 운영 현황과 개선 방향”이라는 글을 통해 뉴스 댓글의 쟁점, 댓글 운영 현황, 댓글 운영 제안 등을 정리해 발표했다.

과거 신문 독자나 TV 방송 뉴스 시청자는 소비자로서 존재할 뿐 의견을 전달할 수 없었지만 온라인 시대 뉴스 이용자들은 댓글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에 따라 독자들은 더욱 풍부한 정보를 접한다.

뉴스 댓글의 순기능으로는 △공론장으로서의 시민참여 △다양한 의견 개진을 통한 숙의의 기회 제공 △뉴스 이용자 개인 의사결정 도움 등을 꼽는다. 이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뉴스 댓글은 뉴스를 외면하게 만드는 골치 아픈 대상이기도 하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김선호, 오세욱 선임연구원은 뉴스 댓글의 핵심 쟁점을 5가지로 분류했다. 인터넷 뉴스 댓글이 전체 시민의 의견을 대표하나, 댓글은 정말 시각이나 입장의 차이에 따른 의견 다양성을 가지고 있나, 시민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 않고 갈등을 부추기거나 이념적 대립을 부추기지는 않나, 시민들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수의 댓글에 노출되고, 그 댓글은 무엇인가, 댓글 노출이 결정되는 기준과 요인은 무엇인가, 언론사와 플랫폼의 댓글 노출 기준은 인터넷 공론장에 적합한가 등의 질문이다.

우선 댓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7년 조사한 보고서(패널 9425명)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인터넷뉴스/토론게시판에 댓글을 달거나 글을 작성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8%로 나왔고 이중 남성은 58%, 여성은 42%였다. 연령별로 보면 연령이 높은 집단이 뉴스 댓글을 많이 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뉴스 댓글 내용이 특정 인구학적 집단의 의견을 과잉 대표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과잉 대표성 문제와 함께 댓글 노출 방식의 논란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선호·오세욱 선임연구원은 “하나의 뉴스 기사에 수천 개까지 많은 댓글이 생성되지만 이용자들이 실제로 읽는 댓글의 수가 10개 정도로 한정된다고 가정할 때 쟁점 사항은 수많은 댓글들을 누가 어떤 기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하여 상위에 노출시키는가”이라며 “뉴스 댓글이 인터넷 공론장에서 순기능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뉴스 댓글 작성의 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댓글 노출 단계에서 교정 또는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 댓글 노출 방식의 고민을 본격적으로 던진 된 계기는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이다.네이버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해 댓글을 조작한 정황을 확인해 블로거 ’드루킹‘에 수사를 의뢰한 뒤 개편안을 발표했다. 1일 댓글 작성 20개 제한, 동일 기사 댓글 수 하루 3개 제한, 공감/비공감 수 50개 제한, 공감/비공감 클릭 10초 간격 등이다. 지난해 3월부터 댓글 정책 이용자 패널을 공개 모집하고 뉴스 댓글 운영원칙과 정책을 논의해왔다.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해외 언론들은 댓글 시스템을 저널리즘적 가치와 수익을 증진하는데 중요한 수단의 취지로 운영된다고 김선호·오세욱 선임연구원은 분석했다. 세계신문협회가 2016년 46개 나라 78개 뉴스 조직을 조사한 결과 언론사 사이트 82%는 댓글을 열어두고 있다. 댓글이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이유에는 토론활성화 58%, 아이디어 공급 53%, 의견 다양성 증대 47%로 나왔다. 파이낸셜 타임즈에선 댓글 작성자가 7배나 더 많이 기사를 읽었다.

반면 로이터와 리코드는 소셜미디어가 독자들이 참여하기 더 좋은 공간이라고 판단해 댓글란을 폐지했다. 아틀란틱은 지난해 2월 댓글 플러그인을 폐지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기사에만 댓글을 허용한다. 애스크는 독자에게 직접 기사 주제를 물어보고 댓글을 달면 그 내용까지 포함해서 뉴스 콘텐츠를 만든다.

김선호·오세욱 선임연구원은 국내 포털의 댓글 노출 방식과 해외 언론사의 댓글 운영 방식을 종합 검토하고 댓글 작성 기준을 제시했다.

개인 감정 표출을 줄이고 정보성을 강화하기 위해 댓글당 최소 글자 수를 50자 이상 최대 글자 수를 500자 이내로 제한하는 방식이 한 예다. 또한 뉴스를 3분의 2 이상 읽어야지만 댓글을 작성할 권한을 주는 방식의 도입을 제안했다. 댓글 다는 사람이 뉴스를 제대로 읽지 않고 제목만 보고 감정적 내용을 표출하면 다양한 의견 개진이라는 댓글의 순기능을 달성할 수 없기에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댓글 노출과 관련해서는 이용자ID/키워드별 댓글 검색 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두 연구원은 “이용자 ID별 검색은 댓글 작성자가 다른 기사에 단 댓글이나 과거에 쓴 댓글을 보게 해준다”며 “이용자 ID별로 다른 기사에 단 댓글을 검색할 수 있다면, 해당 이용자의 성향이나 댓글 조작여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키워드 검색의 경우 뉴스 관련성이 높은 댓글을 모아서 보는 기능을 제공하기에 스팸성 댓글이나 조작성 댓글을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두 연구원은 “현재 시스템에서 대다수 이용자들은 전체 댓글을 10개 이내로 보는 경향이 있고, 이 경우 나머지 수많은 댓글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사장돼 버리고, 공감수 등을 많이 받은 특정 댓글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된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최상위 10개 댓글에는 노출 시간을 제한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댓글들이 무작위로 번갈아가면서 노출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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