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이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야심 차게 출범했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활동 기한이 계속 연장되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달 위원회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 일부가 법무부와 검찰 내부의 외압을 폭로하며 미진한 조사 사건 활동기한 연장을 관철해내긴 했지만, 조사단은 조사 인력과 시간의 한계를 호소하는 상황이다.

과거사위(위원장 김갑배)는 지난달 26일 법무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3월 말까지 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조사가 완료됐거나 최종 보고가 임박한 사건의 심의 결과 발표, 사건 재배당 등으로 아직 완료되지 않은 사건 조사 마무리를 위해 총 3개월의 활동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검 조사단이 오는 2월 말까지 조사활동 및 최종 보고를 마치면 위원회는 3월 말까지 사건을 심의해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사위가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16개 사건 중 현재까지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사건은 △형제복지원 사건(1986년) △박종철 사건(1987년) △김근태 사건(1985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1991년) 등 4건뿐이다.

지난 21일 YTN 리포트 갈무리.
지난 21일 YTN 리포트 갈무리.
과거사위에 따르면 현재 조사가 완료됐거나 최종 보고가 임박해 심의 결과 발표 예정인 사건은 △청와대·총리실 민간인 사찰 사건 △MBC ‘PD수첩’ 사건 △KBS 정연주 전 사장 배임 사건 △유우성 증거 조작 사건 △장자연 리스트 사건 △삼례 나라슈퍼 사건 △약촌오거리 사건 △남산 3억원 신한금융 사건 등 8건이다.

△용산 철거 사건 △낙동강변 2인조 살인 사건 △김학의 전 차관 사건 △피의사실공표 몰래 변론 사건 등 4건은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거나 중단된 상태다. 위원회는 “해당 사건들은 사건 재배당 등으로 아직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으나, 신속히 조사를 마무리해 활동 기한 내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검찰의 진정한 과거사 반성과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남은 기간 검찰 과거사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남은 2개월여 동안 검찰 과거사 사건 재조사를 불편하게 여기거나 노골적으로 방해했던 일부 법무부와 검찰 내부 분위기로 볼 때 조사 대상자들이 남은 조사에 성실히 임할지는 미지수다. 부실 조사 지적을 받는 삼례 나라슈퍼 사건 조사팀(5팀)은 이미 담당 검사 두 명이 소속 검찰청으로 복귀했다. 조사5팀에서 재배당 된 김학의 전 차관 성폭력 의혹 사건과 낙동강변 살인사건도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달 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고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제공
지난달 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인권·시민단체 회원들이 고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에 대한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제공
한 대검 조사단 관계자는 “김학의 사건은 위원회 연장 결정 전 조사단에서 ‘한 달로는 도저히 못 하고 기간을 연장해줘야 한다’고 그랬더니 과거사위 간사인 이용구 법무실장이 ‘기간이 연장되면 사표를 쓰겠다’면서 ‘사건에 너무 욕심내지 말라’고까지 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경우 일부 팀원이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조사팀 구성도 난관에 부닥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거나 새로 배당받은 사건 등 아직 조사할 내용이 산적한데도 의지를 가지고 조사할 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조사단 관계자는 일부 조사팀의 구성과 역량도 문제지만, 결국 과거사위가 출범 때 밝힌 것처럼 남은 기간 책임감을 느끼고 상식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최종 발표까지 시간이 있는데 그사이에 위원회가 조사팀이 상식에 반하는 결론을 내지 않도록 추가·보완 조사를 요구하며 최대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일부 우려하고 있는 사건에 대해 위원회 차원에서도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기록을 보고 자료를 검토할 수 있어 조사로 드러난 사실을 놓고도 평가를 충분히 달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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