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 파업 당시 경영진이 채용한 대체인력 55명 고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대체인력 채용 취소 시 발생할 법적 분쟁 및 갈등을 우려했다는 현 경영진을 향해 불법 채용에 면죄부를 줬다는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MBC는 지난달 27일 “12월26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2012년 파업기간 동안 채용된 ‘파업대체인력’에 대해 근로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며 “인사평가 결과, 징계 및 포상 등 모든 인사기록을 함께 검토해 이들에 대한 근로계약 지속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근로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거나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재철 사장 재임 기간인 2012년 MBC 경영진이 파업 기간 전문계약직·계약직·시용(임시고용) 형태로 채용한 인원은 총 93명으로, 이 가운데 55명이 MBC에 정규직으로 남았다. 법원은 파업 관련 업무방해, 해고무효 등 6건 소송에서 파업 합법성을 인정하며 당시 채용 인원을 ‘대체인력’으로 명시했다. MBC 감사는 법원 판단과 자체 조사 결과를 종합해 55명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를 권고한 바 있다.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

MBC는 파업 대체인력 고용 유지를 결정한 이유로 △채용 시기 및 수행업무 등 개별 검토 결과 실질적 대체근로로 보기 어려운 경우 일부 확인 △법적 책임이 있는 전임 경영진의 파업 대체인력 채용행위에 형사적 책임 물을 수 있는 공소시효 5년 경과 △6년 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한 인력의 근로계약 일시 종료는 사회적 통념을 고려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등을 언급했다.

MBC는 “파업 대체인력 검토 과정에서 공영방송 공적 책임을 부정하는 행위를 하거나, 비위행위를 저질렀던 사례도 파악했다”며 “관련자들은 별도로 해당 사안의 경중에 따라 징계조치 될 것이다. 근로계약을 유지하기로 결정된 인력들의 경우 업무상 필요성과 개인 역량 등을 고려해 적절한 업무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조능희 기획조정본부장은 이날 MBC 대주주·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상균, 방문진) 이사회에서 인사위 결과를 보고하며 “지금 (대체인력을) 해고한다면 선언적 의미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논란으로 갈등이 벌어지거나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MBC의 또 다른 공정성 문제로 비화될 우려 등을 포함해 오래 논의하고 토론했다”고 설명했다.

MBC 경영진은 고용을 취소할 경우 이어질 법적 분쟁에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예전부터 ‘현실적으로 고용 취소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2013년 출범한 경력·시용기자 중심의 MBC노동조합(3노조)은 앞서 지난달 18일 파업 대체인력 평가인사위원회와 관련 “피고용인 잘못을 캐묻겠다는 최승호 경영진 인사위는 법 위에 군림하려는 것인가”라며 “명백한 근거 없이 진행된 인사위는 향후 민형사적 법정 다툼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MBC 내부에서는 현 경영진이 불법 채용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MBC본부노조는 27일 성명에서 “불법과 불의를 눈감아선 안 된다. 한 사회의 건강성을 지키고 불법과 불의를 고발해야 할 공영방송이라면 더더욱 안 된다.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결단하고 그로 인한 일부 혼란과 논란을 감당해야 한다”며 “인사위를 다시 열어 결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 기자협회도 같은 날 “불법은 맞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난해한 논리”라며 “합당한 조치는 당초 감사 권고였던 ‘채용 취소’에 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는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 대체인력을 얼마든지 불법 채용해도 된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MBC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긴 자충수”라며 “이번 결정이 보도부문의 원칙 없는 인력재배치 근거로 악용될까 심각한 우려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2012년 파업에 참여했던 MBC 기자는 “파업 단초가 언론자유, 공정보도 요구였는데 보도부문에서 대체 인력을 가장 많이 뽑았다. 전례가 이렇게 되면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안 좋은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들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봉합이라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이미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데 해소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파업 대체인력 55명 가운데 약 40~50%는 부서장 평가에서 전출돼도 괜찮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부서 구성원들 반발로 협업이 어렵거나, 개인이 업무를 대하는 태도·능력 문제 등의 이유다. MBC 사측 관계자는 “파업 대체인력 업무 배치를 위한 특별한 과정이 있는 게 아니라 회사의 기존 정상적인 업무를 통해 인력을 배정할 것”이라며 “업무 대체가 필요한 사원이 공모 등에 응하지 않는 경우엔 인사권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MBC는 지난해 업무 진단을 기반으로 올 상반기 중 사내 부서별 공모 등을 통해 업무 재배치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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