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여사를 인터뷰한 매체는 뉴스타운이다. 극우매체로 통한다. 해당 매체는 5·18 북한군 개입설을 보도해 5·18 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고 법원으로부터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았다.

이순자 여사가 접촉한 매체가 그동안 북한군 개입설을 줄기차게 주장했던 인터넷 매체 뉴스타운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두환은 지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봤다는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하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오는 7일 광주에서 재판이 열린다.

전두환 측은 건강상 이유와 신변 안전의 문제로 재판부 이송과 관할이전 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수용하지 않았고, 재판이 지연되면서 올해 1월7일 재판이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이순자 여사는 극우매체 뉴스타운 인터뷰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여론을 반전시키는 계기로 삼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5·18 북한군 개입설 보도를 주도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던 뉴스타운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면서 이순자 여사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순자 여사는 뉴스타운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처음 대통령 단임제를 이뤄 지금 대통령들은 5년만 되면 더 있으려고 생각을 못한다”며 “민주주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나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여사는 “남편이 치매를 앓아 조금 전의 일도 기억 못하는데 광주에 내려와 1980년대에 일어난 얘기를 증언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전두환이 받고 있는 재판의 이송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난했다.

전두환을 인터뷰했던 조우석 평론가는 2일 칼럼을 통해 “이순자 여사 육성 증언의 핵심은 5공 재평가 아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건 부차적이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남편의 건강상태가 심각하다는 증언이 포인트”라며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종합한다면 그 재판은 결코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오늘 단언한다. 90세가 다 돼 사리분별이 어려운 중증 치매환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심각한 인권 유린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우석 평론가는 이순자 여사의 주장과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전두환이 누군가 말리지 않으면 양치질을 한 사실을 잊어버려 하루 열 번 이상 칫솔질을 하고, 10·26과 12·12, 5·18에 대해 되묻는 일화를 소개하며 “90세가 다 돼 사리분별이 어려운 중증 치매환자”라고 주장했다. 결국 전두환을 출석시켜 광주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은 “국민들의 마음을 후비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조우석 평론가 말대로 전두환의 질병이 재판을 받는 게 무의미한 상태의 심각한 수준일 수 있지만 이순자 여사의 인터뷰 내용은 법 위에 군림한 독재자가 공정한 재판까지도 거부하는 발악으로 보이는 게 대다수 국민여론의 정서다. 전두환의 입에서 5·18 영령들에 대한 사과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영령들의 가슴을 후벼 판 회고록 내용에 대해서는 책임 있는 발언을 내놓길 원하고 있다.

이순자 여사가 중증환자 남편 전두환의 재판을 원치 않고 있다면 최소한 5·18 북한군 개입설이라는 허위 정보를 가지고 아직도 민주화운동을 깎아내리고 있는 뉴스타운과의 인터뷰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전두환은 지난 2016년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5·18 당시 보안사령관으로서 북한군 침투와 관련된 정보보고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전혀”라고 말한 바 있다. 이순자 여사도 “지금 그 말(북한군 침투설)을 하는 사람은 각하가 아니고 지만원(뉴스타운을 통해 북한개입설 주장)이란 사람인데, 그 사람은 우리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독불장군이라 우리가 통제하기도 불가능해요. 그걸 우리와 연결시키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 2015년 6월2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5년 6월2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회고록에서는 “지난 10여년간 집중적인 조사와 연구, 출판 활동 등을 통해 5·18 광주사태와 관련된 진실을 규명해나가고 있는 지만원 시스템공학 박사는, 광주사태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북한이 특수군을 투입해서 공작한 ‘폭동’이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결정적 남침 기회를 노려 우리 대한민국의 내부 혼란을 집요하게 획책해온 북한이 폭동사태로 번진 5·18 광주사태 때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두말이 필요 없는 일이다”라고 썼다.(관련 기사 : 2016년 기자 훈계했던 전두환은 어디 있을까)

전두환이 이번 광주 재판에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을 하고 향후에도 재판을 거부한다면 회고록에 적힌 주장은 논란거리로 남고 정당성 있는 주장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뉴스타운의 이순자 여사 인터뷰는 그래서 불순할 수밖에 없다. 뉴스타운이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북한군 개입설 주제로 한 보도한 건수는 30개다.

북한군 개입설 이외에도 뉴스타운은 허위조작정보를 보도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매체이기도 하다. 손상대 전 뉴스타운 대표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5·18 당시 서울 모여고 2학년 학생이었는데도 유공자가 됐다고 주장했다가 명에훼손을 당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선정된 적이 없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북한군 헬기가 경기도 용인까지 남하했다”는 내용을 방송했지만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뉴스타운은 문재인 정부 초반 청와대가 탄저균 백신을 들여와 직원 500명에게 주사를 맞췄다는 허위조작정보를 보도하면서 고발을 당하고 검찰 수사를 받았다.

박근혜 탄핵 당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불법 폭력 집회를 선동한 혐의로 구속된 이가 바로 손상대 전 뉴스타운 대표다. 손 전 대표는 지난해 5월 2심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고 석방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