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원자력 발전 능력을 전망성있게 조성해나가’자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비핵화에 상응하는 보상 차원으로, 협상용 카드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핵재처리 기술이 있기 때문에 원전 건설이 언제든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자력발전소 건설 지원 등의 검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사회주의경제건설에서 나서는 가장 중요하고도 절박한 과업의 하나는 전력생산을 획기적으로 늘이는 것”이라며 “나라의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을 전국가적인 사업으로 틀어쥐고 어랑천발전소와 단천발전소를 비롯한 수력발전소건설을 다그치고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발전능력을 전망성있게 조성해나가며 도, 시, 군들에서 자기 지방의 다양한 에네르기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리용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난이 심각한 북한에는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용 원자로(원자력발전소)가 없다. 지난 1994년 북한의 핵동결을 조건으로 케도(KEDO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출범시켜 지난 2000년 한국의 한국전력이 함경남도 신포(금호지구)에 100만kw 경수로형 원자로를 건설하기 위한 발전소 부지를 조성했다. 그러나 북한의 농축우라늄 개발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정부도 2006년 5월 사업을 종료했다.

김 위원장의 과거 신년사에도 원자력 언급은 있었지만 비핵화를 천명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어떤 의미인지 주목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전력이 절대 부족해서 원자력을 언급한 것일텐데, 전략적 접근을 하는 것 같다”며 “케도가 했던 경수로와 같은 과거 사례가 있어 이번의 경우 비핵화를 추진하는데 따른 일종의 보상 또는 상응조치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실제로 원전을 짓겠다기 보다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으로 언급한 것 아니겠느냐”며 “문제는 이것이 비핵화 대 보상이라는 구도로 나타날 경우 논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미국이 경수로 원전도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심할 것”이라며 “비가역적 비핵화로 볼 수 없다고 공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지난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자칫 제2의 핵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며 “비핵화 전제 속에서 원자력발전소가 언급이 될 경우 북한이 주변국에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비핵화할 경우 핵기술력을 가진 연구인력을 해외로 이주시키기 보다 국내에서 원자력발전 쪽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전력난 해소를 위해 원전 건설 등을 도와주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정부 당국자들은 여러 차례 남북회담 과정에서도 전력문제나 원전 등의 지원은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2일 “(전력문제나 원전 문제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었고, 논의할 수도 없다. 비핵화도 진행이 안됐는데, 원전 얘기하는 것은 빠르다”며 “핵의 평화적 이용은 비핵화가 진전돼야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이 회담과정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지도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이나 한국전력 등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2일 “우리 과 차원에서 지금까지 검토한 적도 없고,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원전 건설을 한국측이 독자적으로 지원할 수도 없는 문제다. 양무진 교수는 “한국의 지원가능성은 극히 낮다. 국제사회가 북한에는 ‘핵’ 한 글자만 나와도 반대할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지난 2002년 8월7일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열린 북한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의 ‘최초 콘크리트 타설식’. ⓒ 연합뉴스
▲ 지난 2002년 8월7일 북한 함경남도 금호지구에서 열린 북한 경수로 원자력 발전소의 ‘최초 콘크리트 타설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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