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31일 환자를 진료하던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의사 임세원씨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일 의료현장의 폭력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며 입장을 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사건은 가장 안전해야 할 의료현장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며 “의료현장의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임세원 교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이번 사건이 의료현장에 만연한 폭력을 근절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 SNS서 확산하고 있는 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원작자 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 SNS서 확산하고 있는 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원작자 늘봄재활병원 문준 원장.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12월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관련한 처벌을 강화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의료현장의 폭력은 응급실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상도 의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뒤 “환자·보호자의 위협과 폭행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형병원 의사는 “이번 사건 이후 자기방어 교육을 받았다”고 전했다. 

노조는 콜벨 설치, CCTV 설치, 폭행 위험장소에 보안요원 의무 배치 및 경찰 배치 지원, 1인 근무제 지양과 인력 충원 등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2018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만9620명 중 폭행 경험자가 3248명으로 11%에 해당했다. 폭행 경험 중 폭행 가해자는 환자가 71%, 보호자가 18.4%를 차지했다. 폭행을 당했을 때 대응방식에 대해서는 “참고 넘겼다”가 61.3%로 가장 높았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건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막연한 오해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계상으로 보면 실제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 2017년 발표된 대검찰청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1.2%,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다.

지난해 조현병 환자의 경찰관 살인사건 당시 대한조현병학회는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가혹하게 확산하는 데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하며 “범죄와 연관되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은 소수인 데다 그 수도 일반인의 범죄율보다 높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포나 위험성을 조장하기보다 보건의료노조의 주장처럼 비정신질환자의 폭력까지 방어할 수 있는 의료계 전반의 제도보완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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