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앞두고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대통령과 기자 사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자회견은 정권 초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무르익지 않아서 본격 비판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전망 속에서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분위기였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예고해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파란불이 켜질 때여서 남북평화 이슈로도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현재 집권 3년차 소득주도성장문제부터 청와대 공직 기강 문제,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제기, 대통령 지지율, 민간기업 개입 의혹 등 공방을 주고받을 수 있는 주제가 산적해있다.

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지난해보다 훨씬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기자들이 날선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이 적극 논박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정치 쟁점화된 김태우 수사관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선을 긋는 발언이 나오고 갑론을박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관련 의혹에 대해 지난해 12월 G20 정상회의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대검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국민들이 올바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직접 김태우 수사관의 의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최근 50%대가 무너진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이 직접 관련 질문을 받고 어떻게 설명할지도 주목된다. 20대 남성 지지율의 하락과 더불어 경제 지표 악화 요인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내놓을 발언에 여론도 즉각 반응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중앙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경제 정책 기조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불안할 수도 있다. 정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2018년은 우리 경제와 사회 구조를 큰 틀에서 바꾸기 위해 정책방향을 정하고 제도적 틀을 만들었던 시기였다. 2019년은 정책의 성과들을 국민들께서 삶 속에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불평등을 넘어 함께 잘사는 사회로 가는 첫 해로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자회견은 1월 10일 열렸다. 청와대는 현재(2일) 기자회견 일자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올해 기지회견도 10일 전후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해 1월 4일 신년 기자회견 개최를 공지했다.

형식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자회견은 역대 최초로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했다. 질문자를 미리 선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손을 든 기자들을 보고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것은 처음이었다.

일명 백악관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 신년 기자회견은 겉으로는 자유롭게 질문을 받은 것처럼 보였지만 사전에 질문 내용을 조율하고 질문자를 미리 선정한 뒤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준비한대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연출의 성격이 강했던 셈이다.

▲ 지난해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 지난해 1월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 청와대

사전에 질문자를 정하고 질문 내용을 조율한 것은 중복된 질문을 피하고 여러 분야의 질문을 골고루 배치시킨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오히려 다양한 질문 기회를 차단하고 대통령의 준비된 답변만을 듣는 게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분야에서 질문이 나오게 하려는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이 질문자를 지명하는 형식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롭게 질문하고 자유롭게 답변한다”는 게 지난해 신년기자회견 컨셉이었고 예상대로 큰 호평을 받았다. 질문자로 선정되기 위해 기자회견 현장에서 손을 흔들고, 팻말까지 등장하는 등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고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면서 반응이 좋았다. 역대 대통령 기자회견과 바로 비교되면서 형식상 큰 성공을 거뒀고 기자회견 질문과 답변 내용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와대는 지명을 당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보충성 질문을 받아 주제를 심화시키는 방안이나 질문 분야를 골고루 배치하는 방안 등 지난해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부족한 점을 채우는 방식으로 일정 정도 변화를 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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