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의 신임 사장에 박근혜 정부 때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했던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반하는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가스공사는 최근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 후보자 3인을 선정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 제출했다. 공운위는 새해 1월 중순경 2배수로 압축해 2월 중 열린 예정인 주주총회로 넘길 예정이며, 후임 사장은 여기서 최종 결정된다.

현재 3배수에 포함된 3인은 조석 전 한수원 사장(현 경희대 교수)과 강대우 전 동아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김효선 북방경제위 에너지분과위원장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조석 전 사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조 전 사장이 에너지전환정책의 주요 역할을 해야 할 가스공사의 사장으로 적합하느냐에 있다. 조 전 사장은 박근혜 정부 때 한수원 사장(2013년 9월~2016년)을 했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때엔 지식경제부 제2차관(2011년 12월~2013년 3월)을 하는 등 이명박근혜 정권 때 고속승진을 한 인물이다.

이와 함께 강대우 후보는 학계출신이며, 김효선 후보는 가스공사 책임연구원을 지냈고, 현재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에너지분과위원장 및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박희병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장(가스공사 노조 위원장)은 31일 “조 전 사장은 현 정부 에너지정책과는 맞지 않는 인사가 나온 것 같다”며 “이밖에도 우리가 보기엔 에너지 전환시대에 세분 모두 적임자가 아니지 않느냐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조 전 사장이 한수원 사장을 한 이력을 두고 “에너지 전문가라는데 에너지가 다 같은 에너지가 아니다. (원전은) 가스와 다르다”라며 “이밖에도 에너지 전환과 관련해 천연가스 중요한데, 세분의 후보들이 적합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이 지난 2016년 10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의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오른쪽)이 지난 2016년 10월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의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조석 전 사장은 지식경제부 차관이던 지난 2012년 1월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신년인사회 축사에서 “월성원전 1호기의 수명 연장을 해야 할 것 아니겠느냐. 우리 원자력계에서 일하는 방식이 있지 않으냐. 허가가 나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느냐. 한 7000억원 들어갔는데, 그래 놓고 허가 안 내주면 7000억원 날리니까 큰일 난다. 금년 연말에 안 내주면 실제로 큰일 난다. 관계되는 분들 중에서 연말에 집에 가서 아기 봐야 하는 분들 계실 것이다”라고 발언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미디어오늘 2016년 6월26일 ‘조석 한수원 사장의 건재와 신고리56호기 건설허가’ 참조)

이를 두고 김영희 변호사(탈핵해바라기 대표)는 31일 “노후핵발전소인 월성1호기 수명연장 과정에 반드시 지켜야 할 안전성 심사와 적법절차는 뒷전이고 수명연장 허가 이전에 들인 7천억원 날리지 않으려면 수명연장을 강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수명연장 허가를 안내주면 큰 일 난다면서 관계되는 분 들 중에서 집에 가서 아기 봐야 하는 분들 계실 것이라고 해, 대놓고 수명연장 허가를 강요하고, 관계자들에게 협박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불법적인 사고방식에다 핵발전소 안전을 무시하는 태도인데 어떻게 에너지공기업의 사장직을 맡을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이날 “에너지 전환과 가스쪽 역할을 잘 할 사람이 해야 하는 자리인데도 지난 정부에서 한수원 사장으로 원전 확대 역할을 했던 사람이 가스공사 사장으로 가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정말 사람이 그렇게 없냐. (공무원 사회의) 선배 챙겨주기 자리 챙겨주기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관련 ‘허가가 나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느냐’는 조 전 사장의 과거 발언을 두고 “책임자가 그런 발언을 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가스공사 언론부 관계자는 “산업부 산하기관이니 면접을 통해서 (조석 전 사장 등에 대한) 그런 의견들이 걸러지지 않았겠느냐. (그런 지적이)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야경. 사진=한국가스공사
▲ 한국가스공사 대구본사 야경. 사진=한국가스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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