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직후 방문으로 ‘정규직화 1호 사업장’이라 불린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사 측 약속 파기를 규탄하며 한파 속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장 박대성)는 지난 27일부터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8번 게이트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공사가 지난 26일 다른 노동자대표들과 체결한 ‘정규직 전환 세부방안 합의안’이 애초 노사 약속을 심각히 어기면서 비정규직 해고 불안을 조장한단 점에서다. 노조는 합의안이 철회되지 않으면 파업권을 확보하는 등 단체행동도 배제하지 않을 계획이다.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장 박대성)는 12월27일부터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8번 게이트 입구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장 박대성)는 12월27일부터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3층 8번 게이트 입구에 천막농성장을 설치했다. 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 12월31일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6일 체결된 노사합의문 철회를 주장했다. 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 12월31일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6일 체결된 노사합의문 철회를 주장했다. 사진=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는 공사가 크게 3가지 약속을 파기했다고 본다. 이 중 하나가 고용불안 문제다. 공사는 1년 전 합의 땐 ‘직접고용 대상 중 관리직 이상만 경쟁채용하고 나머진 고용승계한다’고 합의했지만 최근 ‘2017년 5월12일 이후 입사자’도 경쟁채용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 경우 2017년 5월 입사해 1년 반 가량 일한 비정규직도 경쟁에서 탈락하면 해고될 수 있다. 2017년 5월 이후 입사자는 2000여명이다.

5월12일은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에서 ‘연내 1만 명 정규직 전환’을 공식 발표한 날이다. 공사는 올해 정규직 채용 비리 논란을 들며 “불공정 채용 시비를 차단하고 국민과 청년들에게 공평한 입사기회를 주기 위해” 5월12일 이후 입사자에 대해 경쟁채용을 한다고 주장한다.

당사자들은 적극 반발한다. 지난해 5월 도급업체 ‘뉴보은’에 입사한 2터미널 특수경비원 A씨는 31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시간 반을 기다려 면접보고, 각 교육들의 이수 시간을 채우며 3번의 시험을 쳐서 들어왔다. 공사는 이제와서 또 다시 경쟁채용을 반복하란다”며 “1년 반 동안 내가 여기서 한 일은 대체 뭐냐? 채용비리는 윗선에서 해놓고 왜 당하는건 나 같은 노동자냐”고 항의했다.

노조가 중간착취금이라 비판한 용역업체 이윤·관리비 재원 활용도 논란이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화 과정에서 남는 용역업체 이윤 등 재원은 약 69억원이다. 노조는 69억원 전체를 처우 개선에 쓰는게 정규직화 원칙에 맞다고 주장한 반면, 공사는 일부를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가 지난 21일께 ‘일반관리비·이윤 중 절감되는 재원을 처우 개선에 활용한다’고 문장을 바꿨다. 1차 때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절감되는 용역업체 일반관리비·이윤 등을 전환자 처우 개선에 활용한다”는 조항과 어순이 다르다. 공사는 “최소 비용수준(일반관리비 50%)만 자회사 운영에 투입”할 계획이다.  

2개 자회사로 비정규직 고용을 승계하겠단 약속은 3개로 바뀌었다. 자회사 수를 늘릴 필수적인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노조는 “회사 쪼개기는 용역업체로 고용했을 때처럼 노동자 분할을 위한 노무관리 도구”라 의심한다. 공사는 일부 특수경비직군을 둘러싼 법 해석 때문에 이들을 따로 고용할 자회사가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노조는 방법은 열려있다고 반박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31일 회견문을 통해 “2017년 합의에 기반해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추진돼야 한다”며 “인천공항공사와 어용노조가 정부 지침을 왜곡·강행한 사태에 대해, 인천공항을 정규직 전환 상징 사업장으로 본 정부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즉각 인식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율은 0%다. 노·사·전문가협의회 논의만 1년 반 가량 진행 중이다. 노사는 지난 해 12월26일 60여개 파견·용역업체에 분산 고용된 정규직 전환 대상 1만여명 중 3000명 가량은 공사가 직접, 나머지 7000여명은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한다고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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