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기획재정부를 통해 민간기업 KT&G와 서울신문 인사에 개입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다. 

최근 기재부를 사직한 사무관 신재민씨는 지난 29일 유튜브 방송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그는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의 또 다른 사례로 서울신문 사장 인선을 꼽았다.

자신이 윗선인 차관으로부터 “청와대가 지시한 것 중에서 KT&G는 잘되지 않았지만 서울신문 사장 건은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 최근 기재부를 사직한 사무관 신재민씨는 지난 29일 유튜브 방송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그는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의 또 다른 사례로 서울신문 사장 인선을 꼽았다. 사진=유튜브
▲ 최근 기재부를 사직한 사무관 신재민씨는 지난 29일 유튜브 방송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했다. 아울러 그는 청와대 인사 개입 의혹의 또 다른 사례로 서울신문 사장 인선을 꼽았다. 사진=유튜브
앞서 MBC와 동아일보 등은 기재부가 KT&G 지분이 있는 IBK기업은행(6.93%)을 동원해 백복인 KT&G 사장 연임을 막으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보도했다.

해당 문건은 기재부 차관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청와대 뜻에 따라 차관이 인사 개입을 지시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문건 작성과 지시에 개입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는 김용진 전 기재부 제2차관이다. 

김 전 차관은 서울신문을 독립 언론으로 만들기 위한 협상에서 서울신문의 카운터 파트너였다. 

신씨는 자신이 언론 보도 제보자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3월 정부 서울청사의) 차관 부속실에 관련 문건이 있어서 (내가) 언론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신씨의 유튜브 방송 이후 ‘청와대 인사 개입’ 논란은 커지고 있지만 신씨가 폭로한 내용은 새 사실은 아니다.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5월 취임한 고광헌 서울신문 사장은 선임 과정에서부터 ‘청와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 사장은 지난 3월 사장 선임을 위한 경영 비전 공개 청취회에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공모 마감 며칠 남겨 놓고 (서울신문 사장직을) 제안 받았다. 급하게 경영계획서를 만들었다”고 발언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서울신문 주요 주주는 기획재정부(33.86%), 우리사주조합(32.01%), 포스코(21.55%), KBS(8.98%) 등이다. 정부가 1대 주주라는 점에서 서울신문 지배 구조 개편은 독립성 확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간주됐다. 그만큼 서울신문 사장 인선은 청와대·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당시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고광헌 사장 후보자가) 경영계획서 등을 급조하는 과정에서 다른 후보의 경영 계획서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등 부정한 행위까지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그마저도 서울신문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고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 서울신문 대부분 구성원들의 판단이었다”고 주장했다.

고 사장도 후보 시절 미디어오늘에 “서울신문 같은 언론에서 중책을 맡는 것과 관련해 나 역시도 관계 기관으로부터 담보를 받고 싶었던 게 사실”이라며 ‘청와대 인사 접촉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고 사장은 이어 “현실적으로 개혁을 위해선 대주주 지원이 필요하다”며 “내 입장에선 (자리에 대한) 구체적인 담보 내지는 혁신을 위한 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야기를 (공개 청취회에서)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 사장과 접촉한 것으로 지목된 청와대 인사는 ㄱ청와대 행정관이다. ㄱ행정관은 ‘낙하산 인사’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노조는 “문재인 정부는 언론사 사장 선임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으나 노조 취재 결과 ㄱ청와대 행정관이 마치 정부 뜻인 것처럼 사장 선임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노사 간 불협화음이 가득했던 서울신문 사장 선임은 고 사장이 서울신문 지배 구조 개선과 독립성을 구성원에게 약속하고 나서야 일단락됐다.

▲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월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낙하산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월 서울신문이 위치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낙하산 사장 퇴진 손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다만 서울신문 측은 공정한 사장추천위원회로 사장을 선임한 만큼 ‘외부 개입’ 운운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31일 통화에서 “합법적 사추위 절차를 통해 사장이 선임됐다”며 “외부 개입을 운운하는 것은 팩트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신씨 발언은 언론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월 서울신문 사장 공모에 지원한 오풍연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글로벌이코노믹 주필)은 31일 칼럼에서 “고(광헌)씨는 한겨레신문 사장 출신이다. 공모 마감 전 갑자기 원서를 냈다. 누가 보더라도 청와대 측과 사전에 조율했을 것이라는 인상을 풍겼다. 고씨는 그 사실도 인정했다. 신씨 폭로를 통해 사실임이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는 신씨 주장에 유감을 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문자를 보내 “그분(신재민씨) 발언의 신뢰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신씨가 기재부를 그만둔 뒤 스스로 학원 강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히고, 유튜브 방송에서 후원 계좌를 내보내는 등 제보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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