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지난 20일부터 ‘혁신학교의 민낯’이라는 주제로 4차례 연속기사를 작성하며 혁신학교 내부 문제점을 보도한 가운데 전교조 교사가 학교 축제 때 학생들이 번 돈을 노동조합에 기부했다는 보도내용을 두고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전교조 측 반론은 단 한 마디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 사진= 지난 20일 자 중앙일보 18면.
▲ 사진= 지난 20일 자 중앙일보 18면.

중앙일보는 지난 20일자 “학생이 축제 때 번 돈, 교사가 노조에 기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부제는 “[혁신학교의 민낯] 교사의 증언”이었다. 중앙일보는 혁신학교인 H고등학교 전직 교사 A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이 신문은 “A교사는 2년 같은 두 달을 보냈다. 그 사이 시험 기간에 무단결석하는 여학생,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낸 남학생 등 다른 학교에선 겪지 못했던 많은 일을 경험했다”고 보도한 뒤 “이때만 해도 A교사는 개교한 지 얼마 안 된 학교라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러나 문제는 교사들에게 있었다. A교사는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축이 되기 때문에 일반 학교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A교사가 제일 놀란 것은 8월 학교 축제가 끝나고 학생들이 번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 교사들끼리 논의하는 자리에서였다. ‘미리 각본이라도 짠 듯 5~6명의 교사가 쌍용차 노조에 기부하자며 언론 자료를 돌리는 거예요’”라고 보도했다. A교사는 해당 기사에서 “보통 학생들이 축제 때 번 돈은 학급문고를 마련하거나 아이들을 위해 쓰인다”며 “다른 교사들의 반발로 학생들에게도 수익금이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결국 노조에게 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H고등학교측과 담당 교사는 중앙일보 기사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H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B교사는 “축제 때 여러 학생 동아리가 수익금을 내는 행사를 진행했고 동아리별로 학생들이 협의해 기부처를 결정해온 전통에 따라 수익금을 여러 단체에 기부했다”고 설명했다.

B교사는 “그중 ‘NGO 동아리’가 자체적으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돕기 위한 ‘노란봉투’ 프로젝트 기부를 결정했고 영상 부스와 기부금 상자를 배치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축제 후 수익금 기부처를 공유하는 교사 회의 자리에서 ‘NGO 동아리’ 담당 교사가 관련 내용을 안내했고 기부처를 정하지 않은 동아리의 수익금을 같이 기부하면 좋겠다고 제안한 바는 있으나 학생 동아리별로 자율적으로 기부처를 정하도록 하자는 안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현재 H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총학생회 소속 C학생 역시 “축제 기부금은 동아리 부장이 정한다. 혁신학교는 자율성이 기반인 학교다. 교가도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노조에 기부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면 벌써 학교 내에 소문이 파다했을 것이다. 3년간 학교 다니면서 이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중앙일보에 정정보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사를 쓴 윤아무개 기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H학교 측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이 온다면 그걸 바탕으로 검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