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가 청와대 지시로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와 정책홍보 영상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한 독립(외주)제작사에 계약서도 없이 일을 시키는 등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EBS 노동조합이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 EBS, 청와대 지시받아 박근혜 홍보영상 찍었나]

[관련기사 : 청와대 홍보영상 만든 EBS 수상한 계약]

전국언론노동조합 EBS지부(EBS지부, 지부장 유규오)는 27일 “EBS 박근혜 홍보 방송의 진상 조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EBS가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홍보를 위해 청와대 지시를 받아 방송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한 사실이 드러나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EBS가 공영방송으로 절대 해선 안 되는 일을 행한 것”이라고 전하며 “EBS지부는 국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과부터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BS지부는 지난 10일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사실관계 확인을 시작했고,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지시를 받아 실제 영상을 제작한 제작사 대표를 만났다. EBS지부 성명을 보면 대외협력국 김아무개 차장은 “(EBS) 사장님이 대승적인 결단으로 좋은 시간대에 편당 5회씩 방송하라고 지시했다”고 생색까지 냈다. 해당 프로그램은 2015년 9월18일부터 편당 5회씩 방송했고 EBS 홈페이지와 유튜브(Youtube)에도 탑재되었으며 편마다 방송 실적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EBS지부는 전했다.

▲ ebs 로고
▲ ebs 로고

EBS지부는 “더욱 참담한 건 제작과정”이라며 아이템 기획부터 원고 검토, 최종 완성본 검수까지 청와대 행정관에게 승인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제작사 대표(프리랜서 PD) 증언에 따르면 이런 굴욕적이고 공영방송의 권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제작시스템을 받아들인 것은 대외협력국의 지시 때문”이라고 전했다.

EBS지부는 “심지어 2016년 말 촛불 시위가 커지고 탄핵 논의가 본격화되자 청와대 홍보 캠페인 관련 EBS 내부 분위기를 체크해달라는 요구에 제작사 대표(프리랜서 PD)가 협의한 사람도 당시 정책기획본부장과 대외협력부장”이라며 “이때가 되니 비로소 박근혜 흔적을 없애려고 노력했다”고 비판했다.

미디어오늘은 EBS가 해당 홍보영상 관련 자체 제작 방식으로 박근혜 정부와 계약을 했지만 제작사에 외주를 맡겼고 이 과정에서 갑질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EBS지부는 “초기 ‘지식채널e’에서 제작해달라는 청와대 압력이 있었지만 제작진이 강하게 항의하자 정규프로그램이나 자체제작이 아닌 외부 제작으로 바꿨다”며 “한 마디로 ‘위험의 외주화’”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경영진은) 외주용역 정식 계약이 아닌 편법을 사용했고 그 진행과정을 은폐했다”고 꼬집었다.

EBS지부는 사측에 이 사건의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번 사안은 공영방송이 지켜야할 엄격성을 스스로 훼손한 사건”이라고 정의한 뒤 “‘희망나눔 캠페인-드림인’ 프로그램 감사를 정식 요구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정권 개입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 같은 진상조사를 위해 별도의 노사동수위원회 구성을 사측에 요구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