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광부들이 석탄공사를 상대로 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6년만에 승소했다. 대법원은 27일 대한석탄공사가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를 정규직과 차별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정부는 대한석탄공사가 사양산업이라는 이유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 가운데, 법원은 이들의 석탄공사 근로자 지위를 사실상 인정했다.

대법원은 27일 오전 석탄공사 도계광업소(강원 삼척)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협력업체에 고용돼 도계광업소에서 근로를 제공할 때는 피고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며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사가 지급할 임금 차액 규모는 다시 산정하도록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청 노동자들은 2012년 소송에 들어갔다. 1·2심 법원은 이들 사이 “근로자와 사용자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석탄공사가 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도 “광산사고로 인한 책임 또는 근로기준법상 책임 등을 면하기 위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노무도급의 형식을 빌렸다”고 판시했다.

다만 1·2심은 석탄공사의 직접고용 의무는 명시하지 않았다. “원고들(근로자)이 처음부터 피고 사이 고용계약에 기해 고용된 것은 아니므로, 원고들과 협력업체의 고용관계가 종료되면 (…) 근로자·사용자 관계도 종료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원청이 운영하는 업장에서 원청의 지휘를 받고 일하면서도 하청에 소속돼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안정한 고용조건은 바뀌지 않는 셈이다.

석탄공사 하청 노동자들이 소속된 대한석탄공사연합노동조합은 이날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실질적 사용자가 원청이라는 것이 처음으로 결정 났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노조는 “석탄공사와 정부는 이 판결을 지체 없이 이행하고 석탄공사 내 비정규직 해결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세우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정부와 공사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화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대한석탄공사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1명도 정규직 전환 대상에 들지 못했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 예외사유인 “산업수요와 정부정책의 변화에 따라 기능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제외했다. 노조는 “정규직 전환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 대한석탄공사 광업소 모습.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 대한석탄공사 광업소 모습. 사진=MBC 유튜브 갈무리

정부가 사양길에 접어든 석탄산업에 ‘합리화정책’을 실시하면서 석탄공사는 1997년부터 퇴직자들을 하청업체 노동자들로 채워왔다. 이들은 정규직과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더 낮은 임금과 처우를 받았다. 2010~2016년 정규직은 1988명에서 1363명으로 크게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하청은 1092명에서 1115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현재는 정규직 1100여명, 하청 비정규직은 1000명이 석탄공사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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