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시일을 닷새 앞두고 명동·종로 상권 30곳의 최저임금 문제를 긴급점검했다고 내놓은 중앙일보 보도가 뭇매를 맞고 있다.

중앙일보는 27일자 보도에서 24~25일 서울 중구 명동, 종로3가 일대 식당·편의점·노래방 등 최저임금 적용 업종 30곳의 내년도 최저임금 준비 실태를 긴급점검한 결과 18곳(60%)이 최저임금 인상액인 8350원을 모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현재 직원 임금을 얼마나 주나라고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13곳이 2018년 최저임금인 7350원, 9곳이 7350원~8350원, 8곳이 2019년 최저임금 이상인 8350원을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중앙일보는 “8350원이란 시급에는 말 그대로 ‘무방비’ 상태였다. 30곳 중 13곳(43%)이 현행 최저임금을 간신히 맞춰주고 있었다. 명동의 한 중식당 주인 김정일(43)씨는 ‘현재 아르바이트 시급을 7600원에 맞춰주고 있는데 너무 버거워 24일부터 음식값을 올렸다. 내년부터는 시급 아르바이트는 아예 없애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최저임금 인상 대비책을 묻는 설문에 7곳이 아르바이트를 해고한다고 응답했고, 7곳이 아르바이트 근로를 줄임, 2곳이 미리 시급을 인상, 11곳이 대비를 못함, 3곳이 기타의견으로 폐업, 음식값 인상 등을 응답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해 최저임금(7530원) 기준 일 8시간씩 20일 근무할 경우 월 120만4800원이다. 내년에 8350원으로 오르면 같은 조건일 경우 월 133만6000원이다. 아르바이트생을 4명 쓴다면 고용주 입장에선 월 52만48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보도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 부담이 만만치 않게 증가하면서 “아르바이트생 근로 시간 줄이기→아르바이트생 해고→주인 근로시간 증가→이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중구 명동의 일본식 라면 가게, 종로의 한 주점, 명동의 한 중식당, 종로의 한 편의점, 종로의 한 노래방, 명동의 한 미용실, 명동의 한 옷가게, 종로의 한 PC방 사장을 인터뷰하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충을 들었다.

“최저임금 받는 사람만 생각하지 말고 주는 사람도 고려했으면 한다. 최저임금을 이만큼이나 올렸으면 세금을 깎아주든지 숨통을 틔워줘야 하지 않느냐”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종로의 한 PC방 사장 조모(45)씨 말이다.

중앙일보의 보도는 큰 주목을 받았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중앙일보 기사에 달린 댓글만 6천여개가 넘었다. 그런데 대부분 비난일색이었다. 비난의 초점은 하나로 모아진다. 명동 종로 상권의 살인적 임대료를 쏙 빼놓고 최저임금 인상 고통만 부각시켰다는 지적이다. 해당 골목의 상권은 임대료 상승에 따른 고통이 더욱 큰데도 최저임금 상승을 부각시키려고 편향적 입장의 인터뷰를 담았다는 것이다.

한 누리꾼은 “명동에 가게 차리고 알바 4명 시급으로 50만원이 부담된다면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아야할 듯”이라며 “임대료가 너무 높다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손님이 줄었다면 가게에 문제점이 없는지 파악해봐야 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그 비싼 임대료는 잘 감당하고 최저임금 탓하는 거냐”라고 했고 “임대료 하고 사드 등으로 상권 침체로 그런 거고 최저임금 인상은 물론 부담은 되겠지만 직격탄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 12월 27일자 중앙일보 기사
▲ 12월 27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앙일보 보도는 최저임금 인상의 심각성을 전하는 내용인데 반응은 명동 종로 상권의 사장을 영세업자로 보는 것도, 임대료는 외면하면서 시급 800원 오르는 최저임금을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명동의 일본식 라면 가게의 상황을 전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임대료가 다락같이 오르고, 상권은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급격히 뛰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며 임대료를 언급했지만 최저임금 상승을 경기불황의 주요원인으로 몰아가려고 의도적으로 임대료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많다.

과거 중앙일보는 지난 2015년 “전국 상권 가운데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은 서울 명동상권이다. 3.3㎡(1평)당 89만7000원 정도다. 임대료는 전년 대비 2.5% 올랐다”며 “전체 조사 상권별 평균 임대료는 일반상가가 3.3㎡당 10만5000원으로 집합상가 9만5000원보다 조금 높다. 임대료 1위인 명동은 일반 상가 상권이다”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행하는 글로벌 리서치 연례보고서인 ‘세계의 주요 번화가’ 자료(세계 68개국 481개 쇼핑지역 임대료 순위)에도 명동 임대료는 세계 8위 수준이다. 2016년 해당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명동의 1㎡당 월 임대료는 2015년보다 6.3% 오른 93만7714원으로 세계 8위였다. 2017년에도 명동의 임대료는 세계 8위를 유지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김성순 전무는 보고서 결과에 “중국인 주요 쇼핑지역인 명동은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수가 급감했다”면서도 “하지만 사드 보복 조치로 초래된 매출액 감소와 임대가 상승률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명동은 여전히 세계에서 8번째로 임대가 높은 상권지위를 유지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한국에 진출하기 위한 첫 플래그쉽 상권으로 명동과 강남을 가장 중요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기업의 브랜드점이 명동 상권에서 입점경쟁을 벌이면서 자연스레 임대료가 급등하고 주변부 골목 상권으로 영세업자가 밀려나면서 피해를 본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중앙일보 보도는 이같이 살인적 명동 상권의 임대료를 조명하지 않고 ‘영세업자’의 고충을 최저임금 탓으로만 몰아갔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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