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별다방 콩다방’ 얘기를 꺼냈다. 별다방은 스타벅스, 콩다방은 커비빈의 애칭이다. 나경원 대표가 말한 ‘별다방 콩다방’ 얘기는 매일경제신문이 지난 22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전기 콘센트가 가른 별다방-콩다방 승부’라는 제목의 기사를 말한다.

매일경제는 이 기사에서 스타벅스는 한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매장마다 노트북 쓰기 편하게 콘센트를 갖춰 승승장구한 반면 커피빈은 매장 내 와이파이를 지원하지 않고 콘센트 없이 오직 커피 맛에만 집중하라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큰 낭패를 봤다고 보도했다.

나경원 대표는 24일 “콩다방(커피빈)이 커피만 고수했듯이 문재인 정부도 도덕적 우월감과 이념에만 취한 경제정책에 집중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이를 받아 매일경제는 25일자 6면에 ‘나경원, 콩다방·文정부 실패한 이유 같아’라는 제목으로 다시 한 번 자사의 별다방 콩다방 얘기를 홍보했다.

스타벅스가 1999년 한국에 진출했고 커피빈은 2001년에 진출해 우리는 미국에서도 스타벅스가 더 큰 회사라고 여긴다. 그러나 미국 사람들은 커피빈의 커피 맛을 더 좋아한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우리에겐 피자헛이 익숙하지만 미국에선 도미노 피자가 더 보편적이다.

샌프란시스코 출신 두 젊은이가 시애틀에서 1971년 개업한 원두 가게 ‘모비 딕’에서 출발한 스타벅스는 1982년 가전회사 영업사원이던 하워드 슐츠를 끌어들였다. 뉴욕 빈민가에서 태어나 스타벅스 신화를 일군 슐츠는 자주 언론에 등장한다.

대부분 이런 식이다. 미국 경제지 ‘포츈’은 ‘하워드 슐츠는 왜 이렇게 관대한가?’라는 기사를 썼다. 이 기사에서 슐츠는 “스타벅스를 통해 모든 사람이 존경하는 기업을 키우고 싶었다”고 답했다. 포츈은 2009년 슐츠를 세계 최고 CEO로 선정했다. 그러나 미국 노동계는 포츈 편집인에게 항의편지를 썼다.

1963년부터 반세기 넘게 르포 기사를 써온 독일 기자 권터 발라프(76)는 광부나 이주노동자, 노숙자로 위장해 인권과 노동권 침해를 고발해왔다. 발라프는 방송사 특수분장사인 친구 도움으로 흑인으로 변장해 독일 사회에 깊숙이 뿌리 막힌 인종차별을 고발하거나 한 겨울에 노숙자로 변장하고 갈 곳 없는 걸인이 왜 임시보호소를 거부하는지 폭로했다. 독일의 황색지 ‘빌트’에 취업해 상업언론의 생리를 고발하고, 텔레마케터로 취업해선 소비자에게 사기에 가깝게 물건을 강매하는 상술을 파헤쳤다.

발라프 기자는 2008년엔 스타벅스에 바리스타로 취업해 가족주의로 무장한 이 기업이 학생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간외근무 수당을 떼 먹고, 무보수 추가근무를 시키면서도, 감시와 해고를 자행한다고 폭로했다.

발라프는 스타벅스가 주 20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에겐 의료보험 의무가입이 면제되는 걸 악용하려고 주 20시간에서 15분 적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많은 사례를 언급했다. 산업별교섭 관행이 정착된 독일에서 스타벅스는 사용자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아 임금 규정 의무를 지지도 않았다.

발라프는 “상사가 무언가를 설명할 땐 항상 손을 직원 어깨에 얹곤 한다”며 스타벅스가 ‘골드 터치’라고 부르는 이 관행을 “사이비 종교집단과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발라프가 위장취업했던 2008년 말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원두를 5%에서 10%로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체 매출의 0.02%에 불과한 농민 지원으로 얻는 홍보가치는 이보다 더 크다. 한국에 발라프 같은 기자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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