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이 “노조 불법과 적폐청산이 기업에게 부담”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 조언하자 언론이 이를 비판없이 받아 썼다. 언론은 시급 8350원으로 오를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도 비판을 집중했다.

동아일보·세계일보·조선일보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경제위기 진단 논의를 전하며 노조 활동, 정부 적폐청산 작업,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진단을 비판없이 실었다. 동아일보는 27일자 6면 “적폐청산, 기업에 부담… 기업하려는 분위기 잘 만들어줘야”, 세계일보는 3면 “노조 불법행위·적폐청산 부담…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을”, 조선일보는 6면 “文대통령 ‘우리경제 미래 안보인다는 우려 있다’, 김광두 ‘적폐청산, 기업에 부담… 노조不法 지나쳐’” 등의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 27일 동아일보 6면
▲ 27일 동아일보 6면
▲ 27일 세계일보 3면
▲ 27일 세계일보 3면
▲ 27일 조선일보 6면
▲ 27일 조선일보 6면

김광두 부의장은 회의에서 ‘대한민국 산업혁신 추진방향’을 보고하며 6대 추진 과제 중 하나로 ‘기업 하려는 분위기 조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부의장은 “노조 불법행위가 과하다는 기업들 지적이 있고, 적폐 청산이 기업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없게끔 해달라”고 말했다. 김 부의장은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구축, 적극적인 규제개혁, 기업하려는 분위기 조성, 핵심기술 선택과 집중, 플랫폼 정부 구축, 사람에 대한 투자 등을 과제로 제안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24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 장기 하락 추세에 우려를 전했다. 박 회장이 제안한 해법은 ‘규제완화’다. 박 회장은 “20대 국회 들어 기업 관련 법안 1,500여개가 발의됐는데, 그 중 833건이 규제 강화 법안”이라며 “기존 주력산업의 효율은 점점 떨어지는데, 각종 규제로 신산업의 진출마저 막으면 성장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의 등골만 부러진다”고 말했다.

▲ 27일 중앙일보 1면
▲ 27일 중앙일보 1면

▲ 27일 중앙일보 4면
▲ 27일 중앙일보 4면

▲ 27일 조선일보 5면
▲ 27일 조선일보 5면

중앙일보는 2019년 최저임금 인상안(8350원)과 주 52시간 근로제에 비판에 4개 지면을 할애했다. 중앙일보는 서울 중구 일대 식당·편의점 등 최저임금 적용 업종 30곳의 내년 최저임금 준비 실태를 점검한 결과 명동상인 30명 중 29명이 감당하지 못하고 18명이 인상분 금액도 몰랐다며 “대비가 전혀 안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중앙일보는 4면에 “정부 친노동 속도조절 한다더니…반기업 정책 요지부동”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재계가 내년 경영 환경을 흔들 노동정책과 반(反)기업 입법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계 애로를 경청하고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에 대한 속도 조절을 언급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정부의 행보에 실망감이 크다”고 비판했다.

▲ 27일 경향신문 5면
▲ 27일 경향신문 5면

이런 재계 주장의 허점을 지적한 언론사는 경향신문·한겨레 밖에 없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공정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벌개혁이지만, 현 정부는 재벌개혁을 시도조차 한 적이 없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정부가 다루기 쉬운 프랜차이즈·대리점에 집중했지 재벌·대기업 개혁 시도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공정경제 전략이 실패하면서 이제는 재벌에 손을 벌리는 신세가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상인 교수는 “최저임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등 3가지를 가지고 공정경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한국 경제 현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잘 안되니 갑자기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돌렸는데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공통으로 추진했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 이 셋을 다 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이라고 말했다.

▲ 27일 한겨레 5면
▲ 27일 한겨레 5면

한겨레는 법정주휴수당을 최저 시급 환산에 포함시키는 시행령에 대한 재계의 잘못된 비판을 짚었다. 산업현장에서 30년 넘게 적용된 ‘월 209시간’ 시급 환산 기준이 시행령에 반영되는 것이지 ‘대기업 노동자도 최저시급 미만이 될 수 있다’는 재계 우려는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법정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뒤 65년 간 계속 지급됐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자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대기업·고연봉 근로자도 최저임금 위반된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기본급을 낮게 유지하면서 각종 수당 등으로 이를 보충하는 낡은 임금체계 때문이지 최저임금 정책상의 문제가 아니”라며 “노사 모두 이제까지의 노동현실과 괴리된 임금체계를 명료하게 개편하는 데 뜻을 함께해주실 것을 강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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