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이 나왔다. △국회가 아닌 방통위 상임위원 전원 합의에 의한 공영방송 이사 일부 추천 △공영방송 사장 선임 시 국민의견 수렴 의무화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가 주요 골자다.

방통위는 26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및 편성·제작 자율성 제고를 위한 정책 의견서’를 공개했다. 이 의견서는 방통위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으로 자문기구인 방송미래발전위원회가 만든 안을 바탕으로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최종 논의해 결정했다.

방통위는 앞으로 공영방송 이사 추천 때 ‘국민추천이사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공영방송 이사는 13명으로 늘리되 3분의1 또는 일정 수 이상의 이사를 국민 의견수렴으로 추천받은 뒤 방통위 상임위원 전원합의로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회 추천을 정치권이 독점하면서 벌어진 문제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다만 방통위는 국민의견을 어떻게 수렴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과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과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또한 공영방송 이사는 ‘연임 제한’ 등의 장치를 두고 이사회 속기록 공개를 의무화해 의사결정을 투명하게 하기로 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의 경우 추천 과정에서 이사회가 국민의 의견을 직접 듣도록 하는 절차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는 개선된 방식의 이사회 구성을 전제로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여부는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사장 선임시 이사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 도입 여부 역시 이사회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방통위는 이와 함께 방송의 편성·제작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편성위는 △편성·제작 자율성 침해 △편성규약의 제·개정 △보도·제작·편성 간부 임명 시 종사자 의견반영 제도 마련 △시청자위원 추천 등을 심의 의결하는 기구다. 노사 동수로 편성위가 꾸려지면 합의가 어려워 분쟁이 일상화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편성위원회 중재기구를 설치해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의견서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수차례 논의를 거쳐 합의해 제안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제고를 위한 방송관계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에 우려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 추천 김석진 상임위원은 “노사동수 평성위원회는 경영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편성위의 간부임명 시 종사자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는 인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표철수 바른미래당 추천 상임위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향후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있을 때도 양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는 위와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 과방위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을 2019년 2월까지 입법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방위는 현재 박홍근, 이재정, 추혜선 의원의 법안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고 있다.

박홍근 의원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추천 이사를 7대6으로 조정하고 △사장 선임 시 이사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게 하고(특별다수제)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다.

추혜선 의원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추천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면접·투표를 거치고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구성시 지역방송 분야 1인, EBS 이사에는 교육 분야 1인을 각각 포함하도록 했다.

이재정 의원 법안은 △이사 선임 시 소속 구성원, 방송 관련 학계 추천이 3분의1 이상 되도록 하고 △사장 선임 시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드는 내용이다.

언론노조·기자협회·PD협회 등으로 구성된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에 종사자 대표를 의무적으로 포함시키고 △지역 대표성 △성평등 △다양성 등 사회적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사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사회가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성 보장’을 하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27일 방통위 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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