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60%에 이른 것으로 나왔다.

미디어오늘이 여론조사기관 (주)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 동안 성인남녀 1000명에게 “최근 국회에서 여야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안을 내년 2월 임시국회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귀하께서는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 관련해 다음 중 어떤 방식이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은 결과 “정치적 영향력 배제 위해 100~200명 규모의 일반 국민 추천위원회에서 선임하는 방식”에 응답한 사람은 59.8%에 달했다. “선임 과정에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여야가 추천하는 10여명의 이사들이 선임하는 방식”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16.6%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15.3%,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3%였다.

국민 60%, “공영방송 사장 선임방식 바꿔야”

여야는 오는 2월까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견차가 커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공영방송 사장 선임 권한을 일반 국민 추천위원회에 부여하자는 응답이 높게 나온 것은 기존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 구조를 180도 바꿔야 언론의 공정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는 성별, 연령, 지역별 응답에서도 모두 높게 나왔다. 특히 정당지지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 451명 중 62.7%가 일반 국민 추천위원회 선임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왔고, 자유한국당을 지지한 251명 중 56.6%도 일반 국민 추천위원회 선임 방식에 응답했다. 여야 정당 지지자 모두 기존 사장 선임 방식보다는 선임 권한을 일반 국민에게 두는 방식에 높은 점수를 준 셈이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과 관련해 쟁점에 오른 법안은 크게 두 가지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발의한 법안은 한때 민주당이 지지했지만 현재는 여야 공수가 바뀌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이 선호하고 있다. 박홍근 법안은 여야 추천이사를 7대6으로 조정하고, 사장 추천시 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 비해 여야 추천이사 수를 조정하고 최종 선임까지 진입 장벽을 높이는 내용이지만 정치권의 추천이사가 사장을 선임한다는 골자는 기존과 같다.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게 한 것은 ‘특별다수제’ 방식으로 여야 한쪽에서 반대하는 후보자의 경우 최종 선임이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는 점에서 합의를 유도할 수 있지만 여전히 정치권이 언론사 이사를 선임하고 나눠먹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민주당은 애초 박홍근 법안보다는 시민사회가 적극 추천하고 있는 이재정 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의 법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추혜선 법안의 경우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이사추천 국민위원회를 구성해 면접을 보고 투표를 거쳐서 하게 하는 내용이다. 이재정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해당 방송사의 구성원과 방송 관련 학계가 추천하는 방향으로 설정해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하고 사장을 선임할 때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원회 구성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인 국회가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부분에 대해선 형식적으로 보면 잘못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다만 부작용이 심해서 사장만 잘 뽑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이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 면면 때문에 공영방송이 심각하게 훼손돼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뽑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추 의원은 “국민이 직접 참여해서 공영방송 이사를 뽑으면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공개된 면접을 통해서 뽑아 정착되면 어느 정권이 오더라도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으니 시민들이 그 부분은 동의할 것으로 본다”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어떻게 축소될지 모르겠지만 국회가 이사를 추천하는 권한을 쥐고 있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언론 공정성 개선 40.2%, 후퇴 34.9%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언론의 공정성이 개선됐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개선되었다라는 응답은 후퇴되었다라는 응답보다 상회한 것으로 나왔다.

매우 개선되었다라는 응답은 17.0%, 약간 개선되었다라는 응답은 23.1%로 모두 40.2%가 개선됐다라고 응답한 반면, 약간 후퇴되었다 11.4%, 매우 후퇴되었다 23.6%를 합쳐 후퇴되었다라는 응답은 34.9%로 나왔다. 비슷하다는 응답은 23.0%,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9%로 나왔다.

집권 초반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능력과 언론 공정성 개선 기대에 후한 점수를 줬던 각종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집권 3년차로 넘어가는 시점에 언론 공정성 개선 여부에 대한 답변이 대등해진 것은 여러모로 시사점이 크다.

지난 정부에서 주요 인사들이 직접 언론 보도에 개입하는 등 언론 공정성이 크게 후퇴했던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집권은 언론 공정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키운 게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이 KBS 보도에 간섭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언론 공정성 훼손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고 있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둘러싼 국회의 논의 과정이 지지부진하면서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언론 개혁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해당 질문은 정당지지도별로 응답이 확연히 갈리는 사안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여부에 따라 언론 공정성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뜻이다. 민주당 지지자(451명) 중 언론 공정성이 개선됐다는 응답(65.2%)은 후퇴되었다 응답(15.6%)보다 많은 것으로 나왔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자(251명) 중 언론 공정성이 개선됐다라는 응답은 7.2%에 그쳤고, 후퇴되었다라는 응답은 69.8%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를 매우 잘한다라고 평가한 277명 중 개선됐다는 답변은 68.4%가 나왔고, 매우 잘 못한다라고 평가한 309명 중 76.5%가 후퇴됐다라고 답변했다. 정권의 평가에 따라 언론 공정성 개선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는 것을 볼 수 있다.

▲ 그래프 1
▲ 그래프 1

“현재 우리나라에서 언론의 공정성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집단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회와 정당 등 정치권이라는 응답이 29.2%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언론사 자신 23.8%, 대통령과 청와대 22.9% 순으로 집계됐다. 재벌과 대기업 10.1%, 인터넷 포털 사이트 8.3%, 기타 3.1%, 잘 모르겠다 2.2%, 없다 0.3%로 나왔다.

지난 12월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6월 22일~8월 5일 전국성인남녀 5040명 대면면접조사,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 ±1.4%포인트, 한국갤럽) 중 신뢰도 부문에서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는 5점 만점에 2.76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3.11점)와 비교해서 대폭 떨어지면서 언론인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추이였는데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언론 공정성과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사에 대한 불신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다만,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 57.6%,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중 3.4%가 언론의 공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집단으로 대통령과 청와대를 꼽은 것을 봤을 때 언론의 공정성 문제를 대통령 지지와 연결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가짜뉴스’라고 불리는 허위조작정보를 정부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오긴 했지만 부정적인 입장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잘못된 정보로 여론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49.6%로 나왔고, “기준이 불분명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규제해선 안된다”는 응답은 37.2%로 나왔다. 기타 8.1%, 잘 모르겠다는 5.1%였다.

▲ 그래프 3
▲ 그래프 3

규제책에 대한 찬성 의견은 성별, 연령, 지역별 모두 높은 것으로 나왔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자 57.8%가 규제를 해선 안된다라고 응답한 것도 주목된다. 정부에 비판적인 주장과 의견이 허위조작정보로 매도돼 규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명 ‘가짜뉴스’에 대한 범정부 근절 대책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우파 세력들이 정부 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 정보를 퍼뜨리면서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정부는 근절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규제책의 오남용 우려가 크고 실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범정부 대책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자율규제 방식을 큰 틀로 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응답은 가짜뉴스 근절대책 찬성 의견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가 사실상 언론사들의 뉴스를 유통시키고 편집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이들 포털사이트에 대해서도 언론사로 규정해 언론에 상응하는 규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동의한다 43.5%, 어느 정도 동의한다 28.0%,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15.5%,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8.8%, 잘 모르겠다 4.2%로 나왔다.

또한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뉴스 기사들에 달린 댓글 여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정 정도 국민 여론을 대변하고 있기에 신뢰하는 편이다”라는 응답은 22.5%에 그쳤고, “일부의 편향된 생각일 뿐이므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라는 응답은 59.4% 달했다.

두 질문을 연결하면 포털사이트는 이미 언론에 준하는 권한, 즉 뉴스의 편집 및 배열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고 뉴스 댓글도 편향적인 입장을 담고 있어 일정정도 규제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으로 풀이할 수 있다.

▲ 그래프 2
▲ 그래프 2

포털 규제책은 포털을 통한 여론 조작 행위, 권력‧재벌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뉴스 배열 행위가 나타나면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포털이 언론이냐는 물음은 오래 논의된 주제였는데 이 같은 행위가 나타나자 규제책을 논의하는데까지 확산된 것이다. 포털은 여론 다양성을 추구하고 이미 소통의 공간으로써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리기업이 아닌 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봐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댓글 폐쇄와 같은 규제책은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올 한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사건에 대해서는 30.2%가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꼽았다. 다음으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12.0%, 미투운동 11.5%,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사건 10.2%,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각종 논란 8.4%로 나왔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7.0%, 기타/ 모름 6.1%, 한진그룹 일가 / 양진호 회장 갑질 사건 5.7%, 6. 13 지방선거 여권압승 4.7%, 평창동계올림픽 4.3% 순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에서 두차례 만남과 평양 남북공동선언을 통해 나온 평화 메시지가 어느 이슈보다 압도적인 주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 그래프 4
▲ 그래프 4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인 ‘촛불정부’가 맞느냐고 묻는 비판적인 여론도 높게 나왔다. 탄력근무제 확대를 둘러싼 노동계와의 갈등과 김용균씨를 죽음으로 내몬 위험의 외주화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새 정부는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부가 현재 촛불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고 보느냐 아니면 실천하지 않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매우 잘 실천하고 있다 26.2%,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다 27.3%, 별로 실천하지 않고 있다 22.6%, 전혀 실천하지 않고 있다 18.5%로 나왔다.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53.5%)이 실천 안하고 있다는 응답(41.0%)보다 높게 나오긴 했지만 부정적 응답도 만만치 않게 집계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매우 잘함 27.7%, 어느 정도 잘함 21.7%, 별로 잘 못함 16.9%, 매우 잘 못함 30.9%로 나왔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본오차 ± 3.1%P이고, 응답률은 4.9%로 나왔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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