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이라면 나만 잘사는 게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면서 내 주변을 위해 마을을 위해 민족을 위해 살아야 하는데 이를 북간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3·1운동 100주년(2019년)을 맞아 항일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기독교의 발자취를 담은 2부작 다큐멘터리 ‘북간도의 십자가’를 연출한 반태경 CBS PD는 “100년 전 기독교 독립운동가를 재조명하면 기독교인 뿐 아니라 비기독교인에게도 큰 감동을 줄 것”이라고 했다. 사익 추구에 매몰했다는 지적으로 외면 받고 있는 한국의 주류 기독교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을만한 작품이다.

▲ CBS 특집 다큐멘터리 '북간도의 십자가'
▲ CBS 특집 다큐멘터리 '북간도의 십자가'

북간도는 중국 길림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 일대로 현재는 중국 영토지만 오랜 기간 한반도와 역사를 함께한 지역이다. 조선이 혼란에 빠지면서 ‘간도 대통령’으로 불린 김약연 목사, 문익환 목사, 윤동주 시인 등 여러 가문이 북간도로 이주해 600만평을 사 공동체를 개척했다. 해당 공동체는 진보적인 캐나다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신앙으로 마을과 신식학교를 세워 일제를 상대로 무장투쟁까지 준비했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북간도 출신의 마지막 생존 인사인 문동환 목사(1921년생, 문익환 목사 동생)와 젊은 역사학자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의 시선, 문동환 목사의 조카인 문성근씨의 내레이션으로 항일운동과 기독교 정신을 살핀다. 북간도 독립운동은 북간도 용정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동휘, ‘서전서숙’과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동녕 등 상해임시정부 주요 인사를 배출하는 등 3·1운동의 초석을 세웠다.

반 PD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3·1운동이라 하면 유관순 정도를 떠올리지만 북간도 용정에 3만 명이 넘게 모인 3·13 시위도 광의의 3·1운동”이라며 “봉오동 전투·청산리 대첩도 많은 민중이 참여했고, 상당수가 북간도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해방 이후 김약연 목사, 문재린 목사(문익환 아버지), 김재준 목사(한국기독교장로회 설립자) 등이 한국에 들어와 어떻게 민주화·노동운동·통일운동 등에 기여했는지까지 다큐멘터리에 담아냈다는 게 반 PD의 설명이다.

지난 여름과 가을 CBS 제작진과 연변과 상해에 다녀온 심 교수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북간도) 현장에 가면 이제 남은 유적은 거의 없고 옥수수밭인 반면 시인 윤동주의 생가를 중심으로는 길림성에서 관리해 화려하다”며 “윤동주의 시를 좋아해서 많은 사람이 찾는 건 좋지만 윤동주 시인이 꼭 북간도의 독립운동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어 아쉬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 문동환 목사와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왼쪽)의 만남. 사진=CBS 제작진
▲ 문동환 목사와 심용환 성공회대 외래교수(왼쪽)의 만남. 사진=CBS 제작진

중국 측이 이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짚어볼 점이다. 심 교수는 “한국 입장에선 우리의 투쟁이지만 중국에선 조선족, 즉 소수민족의 항일투쟁이라 즉각적인 불쾌감도 있지만 항일투쟁이라는 면에서 연대·소통의 가능성도 있었다”며 “또한 한국에선 민족주의자 위주로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지만 가보면 사회주의자들도 섞여 있어 ‘우리의 기억’과 ‘남겨진 것’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체로 한국 기독교는 교세확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국내 보수 기독교계가 내세지향적이라면 함경도 지방에 자리 잡아 북간도 독립운동의 주요 정신이 된 캐나다 선교사들이 전파한 기독교는 항일투쟁에 공감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데 초점을 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차별받던 함경도 지역 주민들이 가장 개혁적인 사상을 받아들여 살아온 결과가 100년이 지난 지금 교훈으로 남았다.

문동환 목사와 심 교수 각각의 시각을 더해 3·1운동을 되돌아보는 것도 이 다큐멘터리의 특징이다. 심 교수는 “기독교와 사회주의는 당시에 새로운 사상으로 이후 민주주의 발전에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북간도의 정신을 100주년을 맞아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종교의 정신은 ‘숭고함’이라고 생각하는데 활동가로서 신학자로서 거장(문동환 목사) 앞에서 숭고한 삶이 무엇인지 반추했던 기회여서 종교인으로서 역사강사로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대통령 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식 후원작품으로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북간도 전문연구자인 서굉일 한신대 명예교수 등이 자료와 자문으로 고증했다. 한국기독교3‧1운동100주년위원회(NCCK, YMCA, YWCA 등),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 (사)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등 교계에서도 협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CBS 특집 다큐멘터리 '북간도의 십자가' 내레이터로 참여한 배우 문성근씨. 사진=CBS 제작진
▲ CBS 특집 다큐멘터리 '북간도의 십자가' 내레이터로 참여한 배우 문성근씨. 사진=CBS 제작진

늦봄 문익환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씨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했는데 작은 아버지(문동환 목사)를 빙의해 메시지를 전했고, 다큐멘터리로선 이례적으로 반말투로 전했다. 문동환 목사의 경우 2019년 99세 나이로 실제 많은 증언을 하지 못했지만 다른 자료와 후손들의 증언을 더해 재구성했다고 반 PD는 설명했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문재린 목사의 생전 육성을 공개해 100년 전 상황을 전할 예정이다.

CBS는 이 다큐멘터리를 오는 2019년 1월1~2일 1·2부작을 방송하고 3월1일에는 2부작을 연속 방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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