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장 시절 자사 보도 비평이 담긴 노동조합 보고서를 찢어버린 최기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가 부당노동행위 등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9단독 김진희 판사는 지난 21일 최기화 이사의 문서손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최 이사는 MBC 보도국장이던 지난 2015년 9월9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의 뉴스데스크 비평 보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찢어 버리고, 이후 두 번의 보도국 회의(9월9일, 9월16일)에서 참석자들에게 ‘취재·보도 관련 민실위 간사의 전화에 응하지 말라’, ‘민실위 간사와 접촉하는 경우 이를 보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기사의 ABC도 사라진 뉴스데스크’라는 제목의 2쪽 분량 민실위 보고서는 MBC 뉴스데스크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의혹 수사 관련 보도를 하며 반론과 주요 사실을 누락하고, 포털의 정치적 편향 논란을 당시 여당에 유리하게 전했으며,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관련 부적절한 발언을 뒤늦게 ‘말실수’로 축소 보도했다는 등 내용이 담겼다.

▲ 지난 8월16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구성원 등 반발 속에 방송문화진흥회로 첫 출근하고 있는 최기화 방문진 이사. 사진=노지민 기자
▲ 지난 8월16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구성원 등 반발 속에 방송문화진흥회로 첫 출근하고 있는 최기화 방문진 이사(왼쪽). 사진=노지민 기자

재판부는 민실위의 보도 모니터링 활동이 방송사 노사에 요구되는 ‘공정방송 의무’를 위한 중요 활동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방송사 공정방송의 의무는 방송법 등 관계법규 및 단체협약에 의해 노사 양측에 요구되는 의무임과 동시에 근로관계의 기초를 형성하는 원칙”이며 “원고들은 그 구성원들에게 방송 공정성을 실현하기 위한 근로환경과 근로조건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는 밝혔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피고인이 민실위 간사의 취재활동을 업무방해 및 사후 검열로 규정하면서 이에 응할 이유가 없고, 접촉 시 보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중요 부분을 방해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인식 역시 있었다”고 봤다. 

최 이사 측 주장은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최 이사는 앞서 재판부에 ‘보도국장으로서 취재·보도의 공정성‧독립성을 지켜야 하고 이를 저해하는 사내외 압력에 대처할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민실위 보고서 내용이 보도 공정성·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거나 보도국 소속원들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 볼 수 없으며 보고서 발행은 중요한 노조활동 일부”라고 판시했다. 보도국 출입이 제한된 민실위 간사가 사측 허가 없이 보도국에 출입해 보고서를 비치했다는 최 이사의 다른 주장들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 이사진이 과거 MBC 간부로서 공정방송 관련 활동을 저해하고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법적 판단이 나오면서, 향후 최 이사의 거취도 주목된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지난 8월 임기를 시작한 최 이사를 두고 부당노동행위 등 과거 행적에 문제가 있음에도 자유한국당 개입으로 이사직에 올랐다고 비판한 바 있다. 

최 이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

MBC본부는 26일 미디어오늘에 “법원은 최기화가 방송 공정성을 침해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한 범법자라는 점을 확인했다. 최기화는 MBC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고, 민주적이며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의 진흥을 담당하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로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뒤 “방문진 이사회는 최기화의 해임 촉구 결의안을 상정해 의결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기화를 방문진 이사에서 해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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