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홈페이지 첫 화면인데 기사가 없다. 대신 매체소개와 ‘구독신청’란이 보인다. 뉴스미디어 뉴닉은 기사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이용자를 찾아오게 하지 않는다. 당신의 e메일로 뉴스를 보내 직접 찾아간다.

지난 20일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공공그라운드 메디아티 사무실에서 뉴닉의 두 공동창업자 김소연, 빈다은씨를 만났다. 김소연씨는 미국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문화충격을 받은 일화부터 소개했다. “점심시간 때 다들 자연스럽게 정치얘기를 하더라.” 그때 스킴이라는 밀레니얼 뉴스레터 매체를 알게 됐다. 스킴은 개인이 매일 열어보는 e메일 공간을 파고들어 이슈를 쉽게 전달하며 수백만 구독자를 확보한 매체다. 김소연씨는 한국에도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뉴스 레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귀국한 김소연씨는 지인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냈는데 반응이 좋았다. 당시 독자 중 한 명이 빈다은씨다. 그는 “시사 이슈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시간이 없고, 뉴스는 뭘 봐야할지 모르겠고, 막상 읽어도 너무 딱딱해서 이슈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둘은 의기투합해 정식으로 매체를 창간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스타트업 지원 업체인 메디아티 투자를 받아 7월 법인을 세웠고, 베타 테스트를 거쳐 12월 정식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닉은 월·수·금요일 아침마다 뉴스를 보낸다. 구독자는 1700여명이다.

▲ 뉴닉의 공동창업자 빈다은(왼쪽), 김소연씨. 사진=뉴닉 제공.
▲ 뉴닉의 공동창업자 빈다은(왼쪽), 김소연씨. 사진=뉴닉 제공.

“반말해도 될까요?”까지 물었다

베타 테스트를 거친 이유가 뭘까. “독자에게 물었다. 그리고 만났다”는 답이 돌아왔다. 독자들과 오프라인 모음을 갖거나 인스타그램, 오픈채팅방 등으로 소통했다. 메일 곳곳에 온갖 질문을 던지며 피드백을 구했다. “반말이 나은지, 이모지(문자형태로 사용하는 이모티콘)를 많이 넣는 게 좋은지도 독자들에게 물었다.” 김소연씨의 말이다.

독자의 피드백은 적극 반영됐다. “이모지를 많이 쓰면 너무 가벼워보이나요? 한 단락에 세 개 쓰면 어때요?”라고 물으니 “정신 사나워 보여요”라는 답이 나왔다. 적지 않은 독자들은 이슈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지적했고 지난 이슈의 후속 상황을 챙기는 ‘그때 그 이슈 어떻게 됐어’ 코너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소식을 3개 정도 전했지만 간단하게라도 많은 소식을 전해달라는 의견이 많아 뉴스레터 하단에 ‘5분 더 있다면 읽어볼 거리’ 코너도 만들었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지금도 소통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님 오늘 레터 어땠어요?”라고 묻고 ‘좋았어요’ ‘그냥 그래요’ ‘별로예요’를 선택해 투표할 수 있다. 어떤 날은 “○○○님 어떤 이슈가 가장 재밌었는지 알려주실래요?”라고 묻는다. 메일로 배송된 뉴스를 통해 말을 걸고 계속 질문하면서 쉽게 피드백이 가능한 뉴스레터의 강점을 살리고 있다.

▲ 뉴닉 뉴스레터 하단의 피드백 시스템.
▲ 뉴닉 뉴스레터 하단의 피드백 시스템.

이렇게 소통하니 “뉴스가 친근하니 새롭다” “뉴스를 만드는 분이랑 소통할 수 있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빈다은씨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계속 베타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씨는 “소통을 하면서 끈끈해진 분들이 많다”고 했다. 뉴닉의 독자 소통 전략은 관계형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덕질’ 노리고, 깊으면서도 쉽고 친절하게

뉴닉의 뉴스는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많다. 메일 제목부터 기존 뉴스와는 다른 ‘드립’이 있다. 택시 파업 소식을 전한 지난 21일 노래 가사를 응용해 “어디로 가야 하죠, 아저씨” 제목에 자동차 이모지를 붙였다. 영국의 EU 탈퇴가 미뤄진다는 소식을 다룬 뉴스레터 제목은 “이유를 못 떠난 이유”다.

메일을 클릭하면 뉴닉의 트레이드 마크 고슴도치 캐릭터 고슴이가 눈에 들어온다.빈다은씨는 “귀여운 캐릭터가 말해주면 더 읽고 싶지 않을까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왜 고슴도치일까. 뉴스를 전달하는데 여우처럼 사악한 이미지여도 안 되고,새처럼 재잘대며 떠드는 이미지도 부적절해 보였다고 한다. 고민 끝에 디자이너가 귀여우면서도 뾰족한 면을 갖춘 고슴도치를 제안했다.

▲ 뉴닉의 고슴이 캐릭터.
▲ 뉴닉의 고슴이 캐릭터.

고슴이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유튜브가 주제면 유튜브 화면 속에서 뷰티 콘텐츠를 찍고 있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를 다룰 땐 분식집 사장님처럼 옷을 입었다. 대만 징병제 폐지 소식에는 군 헬멧을 쓰고 등장한다. 구독자들은 ‘고슴이 덕질한다’는 표현까지 쓴다.

뉴닉의 뉴스 본문은 한 마디로 ‘대화 스타일’로 쉽게 전달하면서도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빈다은씨는 “똑똑한 친구가 뉴스를 설명해준다고 보면 된다. 일상 대화와 같은 언어를 쓴다”고 했다.

엉뚱한 질문이 나오는 점도 대화의 일부라는 점에서 자연스럽다. 페이스북 개인정보 무단 제공 소식에는 ‘나랑 내 친구에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 소제목이 나온다. 친구가 할 법만 질문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인터넷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광고를 매칭해 돈을 버는 시스템 설명이 이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를 다룰 때는 ‘나는 주식이 없는데 그래도 중요한 일인가’ 소제목이 나온다.

맥락을 풍부하게 전하면서도 소제목별로 내용을 나눠 이해도에 따라 동영상을 스킵하듯 글 읽기를 조절할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카풀 논쟁 뉴스에는 ‘카풀 논쟁 알지만 간단하게 다시 말해줘’라는 소제목으로 맥락을 덧붙인다. 쟁점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가물가물하면 읽고, 아니면 넘어가면 된다.

▲ 뉴닉 뉴스레터 화면 갈무리.
▲ 뉴닉 뉴스레터 화면 갈무리.

이슈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들은 매일 공부한다. 국내 기사도 많이 참고하지만, 폭 넓은 전달을 위해 외신 기사들도 수시로 찾아 읽으며 정리한다. 무엇보다 쉽게 전달하려면 이슈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빈다은씨는 “구어체로 하는 설명이 더 힘들다. 맥락과 팩트를 해치지 않으면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녹이려면 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김소연씨는 “공부하는 데 시간을 제일 많이 쓰는 거 같다”고 부연했다.

이슈를 정하는 기준은 뭘까. 이들은 독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아침에 봤을 때 체할 거 같은 이슈는 첫 소식으로 가면 안 된다. 밀레니얼 세대가 관심 있는 주제가 포함되는지도 따진다. 빈다은씨는 “예를 들어 산업화, 민주화는 기성언론에는 자주 나오는 단어지만 25~34세가 1번으로 알아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뉴닉의 미래

뉴닉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김소연씨는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게 하려면 보상이 기능적이거나 감정적인 면을 충족해야 한다. 뉴스 자체가 기능적으로 작용하기 힘들어 감정적인 면에 방점을 두려고 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를 옆에 끼고 걸어가는 사람에게 멋이 느껴지는 것처럼 뉴닉을 읽는다는 건 사회에 관심을 갖는 멋진 사람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 후에 유료구독 모델 등을 고민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스를 만들 때 딜레마도 있다. 에디터가 반드시 알리고 싶은 이슈가 독자가 반드시 알고 싶은 내용은 아니라는 점이 고민이라고 한다. 독자들 사이에서도 ‘충돌’은 일어난다. 빈다은씨는 “유저들의 요구도 다양하다. 같은 길이의 뉴스라도 누구는 짧다고 하고, 누구는 길다고 한다. 이럴 때 중심을 잡고, 어디에 더 귀를 기울일지 선택하는 게 중요하고 또 어려운 거 같다”고 했다.

김소연씨는 “장기적으로는 타깃을 좀 더 명확히 좁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다소 독자층이 넓은 편이다. 25~34세가 많긴 하지만 10대 후반도 있고, 50대도 있다. 앞으로는 조금 더 타깃을 뾰족하게 짚어서 그들의 알고 싶어 하는 이슈에 가중치를 두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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