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최대 규모 병원인 가천대 길병원 파업이 이어져 중앙일간지까지 보도에 나선 가운데 지역 주요 신문사 경인일보가 관련 소식을 지면에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

길병원 노동자들은 인력충원, 합리적인 임금체계 및 적정임금 보장,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존중 노사관계 정립 등을 요구하며 19일 파업을 시작했다. 인근 주요 병원들은 순환당직제를 운영하는 등 비상 상황에 돌입했다. 인천시는 24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응급의료 비상진료체계 및 안전망 구축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천참언론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24일 논평을 내고 “인천 지역이 길병원 파업사태로 몸살을 앓는데도, 정작 인천 언론들은 조용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는 “지역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한 것은 파업 다음날인 20일자 중부일보와 인천일보가 유일하다”며 “그나마 두 신문도 당일 기사 한 꼭지만을 낸 뒤로는 이후 후속 기사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논평이 나온 이후인 24일 오후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렸고 25일 중부일보, 기호일보, 인천신문은 이 소식을 전했다. 해당 기사를 통해 노조의 요구도 언급했다. 

길병원 파업은 KBS, YTN, 연합뉴스,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 전국단위 매체도 보도했다.

▲ 인천 길병원 노동조합의 파업 집회.  ⓒ보건의료노조.
▲ 인천 길병원 노동조합의 파업 집회. ⓒ보건의료노조.

그런데 경인일보에서는 관련 기사가 1건도 나오지 않았다. 길병원이 소속된 가천길재단에는 경인일보도 포함돼 있다. 길병원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대 총장 겸 가천길재단 회장이 1999년 경인일보를 인수해 가천길재단 소속으로 뒀다. 이길여 회장은 경인일보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더벨에 따르면 최근 경인일보의 주요 주주가 바뀌었지만 이길여 회장은 우호 지분을 확보해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경기신문은 25일 “파업 가천대길병원 입원환자 급감”기사를 통해 “노조 파업으로 입원 환자 상당수가 부득이 퇴원하는 등 환자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고 부각했다. 같은 날 중부일보, 기호일보, 인천일보가 관계기관회의 소식을 부각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민연대는 인천 지역언론이 소극적인 데 대해 “길병원을 지배하고 있는 이길여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천지역 최대 토호세력 중 하나다. 이씨는 인천지역 최대 병원인 길병원은 물론 대학, 문화재단, 언론사 등 온갖 영역에 손을 뻗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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