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대규모 인력감축을 예고한 MBC에서 1차 명예퇴직으로 54명이 떠난다. 규모 자체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다양한 연차와 부문에서 퇴직자가 나와 뒤숭숭한 분위기다.

MBC는 지난 18일 1차 명예퇴직 신청자 84명을 대상으로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총 54명의 명예퇴직을 인정했다. 퇴직자들은 오는 31일자로 면직 처분됐다.

앞서 MBC 사측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 계획을 밝혔으나, 퇴직자 규모가 50명대에 그치면서 명예퇴직으로 인한 인력 감축 효과가 예상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차 명예퇴직자의 경우 산정된 퇴직금의 100%, 2차는 90%, 3차 80% 등 차등 지급을 예고한 만큼 퇴직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 서울 마포구 MBC 사옥.
▲ 서울 마포구 MBC 사옥.

퇴직자들은 경영·행정 부문에서 보도, 평사원에서 국장급에 이르기까지 고른 분포됐다. 퇴직 신청 기준으로 잔여 정년을 두는 대신 근속 1년 이상 59세 미만 무보직자로 대폭 낮춘 명예퇴직 문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MBC 일각에서는 ‘한창 일할 연차’의 이탈을 두고 복잡한 심경을 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장급 이하 20년차 아래 사원들 퇴직이 상당한 데다, 근속 10년이 채 안 된 저연차 사원들의 명퇴 신청을 두고 ‘젊은 사람들 보기에 MBC 비전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 아닌가’라는 반응도 나온다는 것.

MBC 한 직원은 “한편으로는 조금이라도 젊을 때 떠나야 새 출발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나가는 사람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회사가 어려운 만큼 앞날이 잘 안 보인다는 것에 공감 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임 경영진 시절 부당노동행위 및 제작자율성 침해 의혹을 받은 일부 인사들이 퇴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MBC ‘카메라기자 블랙리스트’에 연관된 의혹으로 지난 5월 정직 처분 받았던 박용찬 전 취재센터장, 이명박·박근혜 정부 최장기간 청와대 출입기자로 지난해 ‘시사매거진2580’ BBK편 방송지연 관여 의혹을 받은 박성준 전 시사제작2부장 등이다.

MBC는 오는 2월과 4월 2, 3차 명예퇴직과 더불어 조직 및 임금 개편 논의를 가질 전망이다. 최승호 MBC 사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고통스럽더라도 MBC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더 가벼워야 하고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본부) 파업 당시 ‘파업대체인력’으로 규정된 이른바 시용·경력기자 거취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MBC는 최근 파업대체인력 55명에 대한 평가인사위원회를 마친 뒤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MBC 한 기자는 “보도 부문의 경우 대체인력을 많이 뽑았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될지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MBC 파업은 합법적이었다고 사법부로부터 여러 번 인정받았는데, 대체인력이 직원으로 남게 되면 파장이나 냉소가 남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