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최저임금을 산정하거나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원칙을 명문화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수정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회의에서 개정한 심의·의결을 앞두고 경영계 반발이 나오자 회의를 열어 다시 논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요일인 23일 오후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장관과 비공식 회의를 진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차관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다. 이에 경영계가 반발하자 국무회의 상정 전날 회의를 열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정부가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용해온 최저임금 산정시간을 최저임금법에도 명시하는 조처다.

고용노동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월 소정근로시간을 209시간으로 계산해왔다. 실제 노동하는 시간은 174시간이지만, 여기에 ‘주휴시간’인 주 8시간(월평균 4.3주)을 더한 결과다. 예를 들면 2018년도 법정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월급(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이라고 계산해왔다. 시간당 최저임금에 월 209시간을 곱했다.

그런데 이 산정방식이 최저임금법에는 누락돼 있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주 또는 월 단위로 정해진 임금을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유급주휴시간 등)을 합산한 시간으로 나누도록 개정”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근로기준법이 명시하고 실제로 적용하는 원칙을 확인하는 기술적 조처인 셈이다.

한겨레를 뺀 대다수 아침종합신문은 24일 경영계 주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내놨다.

보수신문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를 놓고 촉각이 곤두섰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모두 사설을 냈고, 조선일보는 1면에 관련 보도를 냈다. 조선일보는 1면 “경제장관들 유급휴일 놓고 2시간30분 격론”에서 “가뜩이나 최저임금이 2년 간 30% 가까이 올랐는데 추가로 인건비 부담이 생긴다”이라고 재계 입장을 전했다. 사설에선 “당장 내년에 최저임금이 20~40% 추가로 오른다”며 국무회의 의결을 반대했다. 

▲ 조선일보 1면
▲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등이 최저임금 인상을 보도할 때 이미 유급주휴시간을 포함해 계산해온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유급주휴시간을 반영하지 않은 최저임금은 월 131만220원에 그친다.

중앙일보는 “자영업자 100만명 폐업… 최저임금 악몽 끝내야” 사설에서 개정안이 ‘어처구니 없다’고 표현했다. 동아일보는 “시행령으로 쥐락펴락하는 최저임금, 대기업도 버겁다”고 제목을 뽑았다.

이들 신문은 소정근로시간이 유급주휴시간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최고 재판부의 해석을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7월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월평균 급여액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눌 때, 유급주휴시간은 근로시간에 넣지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시는 분자에 해당하는 급여에 주휴수당은 포함하면서도 분모인 근로시간에선 주휴시간을 빼야 한다는 의미여서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문들은 이번 개정안이 그간 행정해석을 확인하는 조처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2면 “최저임금 수정한 휴일 긴급 논의…주휴시간 손대나”에서 “지난 30년간 행정해석으로 유지하던 계산 방식을 명문화한 것”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 한겨레 2면
▲ 한겨레 2면

한편 서울신문은 이 사안을 1면 보도하면서도 기사와 사설의 논조가 엇갈렸다.

기사에서는 경영계 비판조가 한겨레보다도 선명했다. 3면에서 “경영계가 올 상반기 자신들에게 유리한 ‘산입 범위 확대’(최저임금에 상여금‧복리후생비 포함)를 받아놓고 이미 논의가 끝난 주휴시간을 빼자고 주장하는 것은 최근 고용 악화 분위기를 틈타 유리한 쪽으로 다 바꿔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엔 지금껏 해왔던 행정해석을 명시하는 조항이 담기는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4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인터뷰에서는 “최저임금 심의 자체가 주휴수당 지급을 전제로 한다”는 장관 발언을 실었다.

반면 사설에서는 경영계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 국회 논의 반영해야”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하라고 언급한 데서 드러나듯 부작용이 만만찮다”고 썼다.

▲ 서울신문 3면
▲ 서울신문 3면
▲ 서울신문 사설
▲ 서울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경영계 입장만을 전했다. 20면 관련 기사에서 “주휴시간이 근로시간에 추가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똑같은 임금을 주고도 시간당으로는 덜 주게 되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같은 지면 다른 기사에선 “1월부터 최저임금이 오르고 주휴수당까지 포함되면서 사업자 측면에서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코멘트를 실었다. 노동계 입장은 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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