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김포공항 보안 요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보도 이후 논란이 일자 22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분명코 욕설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사건은 공항 직원이 김 의원에게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시작됐다”며 “공항 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서 보여주셔야 한다’고 했지만 김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지갑 속에 있지만 신분증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인다는 이유였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김 의원이 관련 규정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항 직원들에게 고함을 치고 욕을 하는 등 고압적 언행을 했다”면서 그가 국회의원 당선 후 “특권과 반칙 없는 의정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한 언론 인터뷰 내용도 덧붙였다.

기사 맥락과는 무관하게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과는 가까운 사람’이라는 불필요한 내용이 포함되긴 했지만, 지난 6월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김해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 표리부동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었다.

▲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김정호 의원 페이스북
▲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사진=김정호 의원 페이스북
김 의원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내용이 사실과 아예 다르거나 교묘하게 편집·과장돼 있다”면서 “보안요원에게 ‘근거 규정도 없이 필요 이상의 요구를 하는 것은 매우 불친절하고, 시민에게 오히려 갑질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에게도 이렇게 근거 없는 신분 확인 절차가 거칠고 불쾌하게 이뤄진다면, 시민에게는 얼마나 더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그러지 않길 바라는 시민의 입장에서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다. 결코 국회의원으로서 특권 의식을 갖고 한 말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의 ‘항공기표준운영절차’ 매뉴얼에는 항공경비요원의 탑승객 신분 확인 절차로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컬러 프린터로 신분증 위·변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신분증을 꺼내 확인하려 했다는 게 공항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의원이 아직도 ‘정당한 항의’로 생각하고 있다고 보이는 부분은 공항 직원과 실랑이 과정에서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은 “최종 책임자인 한국공항공사 책임자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되지 않아 기다리다가 비행기 이륙 시간에 임박해 콜백을 받게 됐다”며 “나는 상황을 얘기했고, 공항 직원들의 근거에 없는 근무 행태와 불친절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여기까지가 이날 해프닝의 전부”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1면.
▲ 조선일보 22일자 1면.
실제 자신이 공항 직원들에게 욕설하지 않았는데 욕설을 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면 충분히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욕설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신분 확인 절차 규정을 따지기 위해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행위는 김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항 직원들 앞에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는 행동이고, 공사 사장이 실무 규정을 가장 잘 알아서 설명해줄 수 있는 위치의 사람도 아니다.

김 의원은 “나의 항의가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거친 감정을 드러낸 것은 마음공부가 부족한 탓임을 반성하고 있다”며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너무나 송구스럽다”고 말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한 누리꾼은 김 의원이 남긴 페이스북 글 댓글에 “겉으로는 시민과 함께 특권을 부리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는 ‘나, 국회의원이다’는 의식이 깔려 특권을 부린 것 맞다”면서 “일반 시민은 그런 상황에서 공항공사 사장 찾으려고 전화하는 일을 상상도 안 한다. 당신이 사장 찾을 때 그 직원들 마음을 헤아려 봤느냐”고 물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김 의원이 자기변명을 할 때만 생각하고 이용하는 평범한 ‘시민’은 신분증을 꺼내 달라는 요구에 전혀 불편함을 안 느낀다”며 “김 의원같이 평소에 배지 달고 다니면 신분증도 안 보고 통과시켜주던 사람한테나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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