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부동산 미디어 플랫폼 ‘땅집고’의 부동산 재테크와 투자 서비스 등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부동산 사내 벤처인 ‘땅집고’를 내년 1월부터 독립법인으로 분리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기자 행사기획자 등 경력사원 사원 공고를 냈다.

조선일보는 공고에서 “땅집고는 한국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최대 주주인 부동산 미디어 플랫폼”이라며 “2016년 12월 1일 조선일보 사내벤처 형태로 출범했고, 2019년 1월 별도법인으로 독립해 새출발한다”고 소개했다. ‘땅집고’의 주요 업무를 두고 조선일보는 “부동산과 건축, 인테리어와 관련한 뉴스 및 정보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것은 물론 기업과 공동 마케팅, 교육·강연·이벤트·전시, 건축중개서비스 등 다양한 오프라인 비즈니스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땅집고가 조선닷컴은 물론 네이버(경제M)와 다음카카오(1boon)에서 이미 독자채널을 운영 중이며, 방문객만 매주 120여만명으로 국내 최대 부동산 미디어 플랫폼”이라며 “땅집고는 국민들의 의식주 가운데 주(住)와 관련한 모든 정보가 자유롭게 모이고 흐르는 플랫폼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캐치프레이즈도 ‘부동산의 중심’, ‘참쉬운 부동산’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20일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답변서에서 ‘땅집고’와 조선일보의 관계를 두고 “현재는 조선일보 사내 벤처 형태의 임시 조직이며, 별도 사업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땅집고가 수익을 내면 조선일보 수익으로 잡힌다는 뜻이다.

▲ 조선일보 땅집고 사이트의 소액투자 섹션.
▲ 조선일보 땅집고 사이트의 소액투자 섹션.
조선닷컴에 배치된 ‘땅집고’ 섹션을 보면, ‘소액투자’ 항목에 ‘헬로펀딩’이라는 업체가 내놓은 부동산 투자상품을 소개하고, 펀딩 진행을 실시간 중계한다. 이 펀딩 가운데 주택담보 상품의 경우 투자자가 헬로펀딩에 투자하면, 헬로펀딩은 원채무자의 담보에 근저당부 질권을 설정하고 여신회사인 대출자에 대출을 해준다. 이 대출자는 원 채무자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대출해주고 원리금을 상환받는다. 이렇게 상환받은 여신회사는 다시 헬로펀딩에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부동산을 담보로한 금융상품이다.

이 과정을 두고 조선일보는 이 사업은 땅집고가 아닌 헬로펀딩이 하는 것이므로 조선일보가 수익금을 얻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답변서에서 “헬로펀딩은 땅집고가 직접 운영하는 사업이나 콘텐츠가 아니다. P2P에 관심있는 이용자를 위해 시범적으로 선보이는 부가서비스로 땅집고가 취득한 수익금은 없다. 헬로펀딩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며 땅집고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볼 때 땅집고 사이트에서 투자하도록 돼 있어서 땅집고(조선일보)가 운영하는지, 헬로펀딩이 운영하는지 분명하게 알기 어렵다. 이 사이트에서 회원가입해 직접 투자하게 돼 있다. 또한 회원가입 항목에 들어가면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다. 미성년자까지 부동산 투자 펀딩에 참여할 길까지 열어둔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이 역시 헬로펀딩이 운영하는 것이므로 땅집고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땅집고엔 빌딩매물을 제시하면서 가격과 위치 사진정보 크기 등 부동산사이트가 하는 매물소개도 나와있다. 땅집고는 “이용자 여러분들의 부동산 매물 정보 갈증을 풀어드리기 위해 『매물뱅크』 코너를 개설했다”며 “주택·빌딩·상가·땅·공장·상가주택·오피스텔 등 각종 최신 매물 정보가 제공됩니다. 이 매물은 제휴사들이 직접 확인한 것이며 매물정보 등록일 현재 기준으로 거래 가능한 물건”이라고 상세히 소개했다.

▲ 조선일보 땅집고 사이트의 소액투자 섹션에 회원가입을 클릭하면 나오는 페이지.
▲ 조선일보 땅집고 사이트의 소액투자 섹션에 회원가입을 클릭하면 나오는 페이지.

재테크 항목엔 부동산 경매 매물도 상세히 소개해뒀다. 땅집고는 “경매투자컨설팅회사인 이웰에셋과 손잡고 일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져볼만한 부동산 경매 매물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를 개설한다”며 “이웰에셋 전문가들이 매물 정보등록일 기준으로 권리관계와 수익성 등을 꼼꼼하게 분석해 엄선했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오늘의 추천경매’로 “성북구 돈암동 일신건영휴먼빌아파트 143.51㎡/매물정보 등록일 2018.12.21”를 보면 위치, 건물 내부 구조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있고, 투자상담 문의는 이웰에셋으로 하라며 전화번호까지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같은 땅집고의 연간 매출과 순수익을 두고 “정식 사업 조직이 아니어서 매출과 순수익을 공식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팀장은 이를 두고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땅집고의 콘텐츠들을 보면, 투자전략을 소개하거나 투자인지 투기인지 경계가 모호한 기사들로 부동산 컨설팅과 별 차이가 없다. 여기선 이런 식으로 부동산을 얘기하면서 (지면에서는 과연) 소비자들을 위한 공정한 시각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이는 공정성 차원에서 제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 팀장은 “소비자들이 이를 볼 때 재테크 전략으로 훨씬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사례까지 들어있고, 심지어 연예인 부동산까지 나온다. 언론이 분양광고와 투기를 부추기는 기사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를 위한 방향과 다르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지면에선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비판하면서 땅집고에선 부동산 투자를 조장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질의에 조선일보는 “땅집고는 지금까지 부동산 투자를 조장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 땅집고 사이트의 빌딩매물 섹션
▲ 조선일보 땅집고 사이트의 빌딩매물 섹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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