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MBC 사장을 향한 비정규직 방송스태프들의 면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해 사장 후보 정책설명회에서 ‘비정규직 대표와 정기적 현안 협의’를 약속했던 최 사장이 얼굴조차 비추지 않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장은 21일 미디어오늘에 “MBC가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앞장서 줬으면 하는 마음에 지난번 상생방안 발표 현장에서 별도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최 사장에게 장시간 노동과 근로계약과 관련해 잠깐이라도 우리 얘기를 들어 달라고 했더니 ‘언제든지 만나드리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반드시 최 사장을 만나 어떤 식으로든 답을 듣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이라도 직접 듣고 싶다”고 말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달 27일에 이어 지난 20일에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최 사장 면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요구 사항은 △MBC 자체 제작 드라마의 경우 직접 스태프 노동자들과 개별근로계약서 작성 △외주제작 드라마의 경우 제작사에 스태프 노동자들과 개별근로계약서 작성 △드라마 제작현장 장시간 노동 개선대책 마련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과 정기적 면담 등이다.

▲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과 관련한 최승호 MBC 사장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과 관련한 최승호 MBC 사장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그러나 방송스태프지부는 MBC가 거듭 대화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비판했다. 방송스태프지부에 따르면 MBC는 지난 4일 “언론노조와 ‘드라마제작환경 개선 특별협의체(특별협의체)’를 구성해 전반적인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에 개별 협의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지난 13일에는 MBC 정책기획부 차원에서도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에 방송스태프지부는 참여할 수 없다며 ‘면담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스태프지부는 비정규직 스태프 노동자들이 가입된 유일한 노조다. 결국 연출감독 등 자사 소속 드라마제작현장의 실질적 지휘·관리자들과 협의를 통해 제작 기준·원칙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적용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사장이 면담조차 거부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MBC 드라마 제작현장에서는 여전히 하루 20시간, 일주일 100시간 넘는 장시간 촬영이 강요되고 있다. MBC 자체제작 드라마 현장에서도 스태프 노동자의 개별근로계약 요구를 거부하고 턴키계약이 강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측은 스태프노조 측 입장을 듣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이미 지상파 방송사와 언론노조가 구성한 특별협의체가 있으니 창구를 단일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MBC 정책기획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스태프노조 측에 현재 사장이 개별 대화에 나설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언론노조를 통로로 의견을 전해주면 논의에 반영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며 “스태프노조 측 의견이 반영되지 않거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이후 다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태프지부는 최 사장을 향한 면담 요구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다. 향후 언론·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최 사장 측에 면담을 요구하는 추가 공문을 보내는 한편, MBC에 방영되는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확인된 각종 위법행위(개별근로계약서 미작성, 불법도급계약 강요, 노동시간 제한 미준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 지부장은 “최 사장에게 면담을 요구한 뒤 어떤 자세를 보일지, 어떤 개선 여지나 방안을 가지고 나올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드라마 특별협의체는 드라마 분야 분사화를 추진 중인 SBS 측이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언론노조는 20일 “특별협의체에서는 지상파방송 공동 제작환경 개선 가이드라인 제정에 대해 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당사자 주체인 스태프노조 의견을 청취, 반영하기로 했다. KBS와 MBC는 곧바로 협의체에 참여할 사측 명단을 통보해왔으나 SBS는 한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구성도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분사화 여부에 따라 책임 주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분사화 된다 하더라도 드라마 편성 권한은 SBS에 있고 100% 출자 자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SBS 측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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