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재계와 보수언론은 이를 6개월에서 1년쯤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의뢰해 20일 발표한 ‘탄력근로제 활용실태 조사결과’는 재계의 주장과 많이 달랐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9~11월까지 5인 이상 기업 2436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은 전체 기업의 3.2%(138개)에 불과했다. 노동자 숫자로 봐도 전체의 4.3%만 탄력근로제를 적용받고 있었다.

앞으로 도입할 계획이 있다는 기업도 3.8%에 불과했다.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탄력근로 꼭 확대해야 한다더니 도입기업 3.2%, 도입계획도 3.8%

실태 조사결과 재계 요구의 핵심인 단위기간 확대에도 다른 해석이 나왔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 가운데 1/3(34.9%)만 법정 최대치인 3개월을 단위기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단위기간이 ‘2주 이하’인 기업도 28.9%에 달했다.

기업에 직접 물어본 결과 현행 단위기간 ‘3개월’로도 지난 6월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주 52시간)에 큰 어려움 없이 ‘대응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75.7%에 달했다. 이는 그동안 재계와 보수언론의 빗발치는 단위기간 확대 요구와 상반된다.

기업에게 탄력근로제의 개선점을 물은 결과 단위기간 확대(3.5%)보다는 근로시간 사전특정 요건 완화(24.6%)와 임금 보전의무 완화(19.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 역시 단위기간 확대만이 살 길이라던 재계의 주장과 달랐다. ‘근로시간 사전특정 완화’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는 기업이 미리 노동자에게 근로시간을 지정해 줘야 하는데 이 요건을 완화해 달라는 거다.

다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재계 요구와 같이 ‘단위기간 확대’(17.6%)를 3순위 정도의 개선과제라고 꼽았다.

동아·조선일보, 탄력근로제 조사결과 엉뚱하게 비틀어

▲ 동아일보 21일자 10면.
▲ 동아일보 21일자 10면.
▲ 조선일보 21일자 3면.
▲ 조선일보 21일자 3면.
노동연구원 조사결과 발표를 놓고 21일자 신문들은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보도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보수신문은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노동시간이 늘어나거나 임금이 크게 줄어드는 일은 없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노동계가 주장해온 노동시간 확대와 임금 하락이 사실이 아니라는 거다.

동아일보는 21일자 10면에 ‘탄력근로 기업 임금 안 줄어… 노동계 주장과 달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21일자 3면에 ‘고용부, 탄력근로 확대 안된다더니 근로시간 안 늘고 임금 안 줄어든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노동연구원 조사결과에도 두 신문이 인용한 내용이 들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단위기간이 최대 3개월인 상태에서 실시한 실태조사다. 때문에 큰 폭의 노동시간 확대나 임금 하락이 거의 없었다. 따라서 이 조사결과를 단위기간 확대의 근거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한겨레신문 21일자 8면
▲ 한겨레신문 21일자 8면.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로 유지해도 기업들이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는데 대부분 애로가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 경향신문 21일자 3면.
▲ 경향신문 21일자 3면.

한겨레는 21일자 8면에 ‘기업 76% 현 탄력근로제로 주52시간 대응 가능’이란 제목의 기사를 썼다. 경향신문은 21일자 3면에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기업 중 단위기간 확대 요구는 3.5% 불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경향신문은 이 기사 작은제목에 ‘(단위기간 확대) 필요성 제기는 주로 대기업’이라고 달아 조사결과를 정직하게 인용했다.

▲ 한국일보 21일자 10면.
▲ 한국일보 21일자 10면.
한편 한국일보는 21일자 10면에 ‘탄력근로 도입 기업들, 단위기간 확대가 급한 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한국일보는 이미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재계의 주장처럼 단위기간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근로시간 사전특정 요건 완화나 임금보전 국가지원 등 다른 개선책을 더 우선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노동연구원 조사결과를 충실하게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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