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김태우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서 목록을 전격 공개했다. 목록에는 정부기관 인사와 장관 사이 갈등설, 조선일보 오너 일가 가족 문제, 조선일보가 취재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전방위 사찰을 했다고 비난하고 특검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이 1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공개한 내용은 김 수사관이 작성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이 파일형태로 저장돼 있는 컴퓨터 화면이다.

공개한 목록에는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동향(2017년 7월11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2017년 7월14일),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2017년 9월22일),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수수 동향(2017년 9월28일), 전 기재부장관 최경환 비위 관련 첩보성 동향(2017년 7월25일), 고건 전 총리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사업 활동 중(2018년 1월19일),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2018년 2월22일), 조선일보, BH의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중(2018년 7월24일), 조선일보,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 거래 혐의 취재 중(2018년 8월6일),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2018년 8월27일),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측에 8천억 특혜 제공(2018년 8월28일) 등이다.

한국당은 이 목록을 조선일보 오너 일가 사찰,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사찰,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사찰, 여권 실세에 대한 첩보 묵살, 최경환 전 장관 사찰, 민간인인 전직 총리 아들 사찰, 민간기업 사찰, 언론의 자유 침해하는 사찰, 대학교수 사찰, 민간기업 사찰 이라고 규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리스트만 보면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청와대가 이제 답해야 할 때”라며 “국기문란과 조직적 은폐 의혹이 있는 권력형 사건에 DNA 운운하면서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청와대는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목록만 보면 사찰 성격의 감찰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지만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수준의 보고서 내용이 아닌 목록이라는 점에서 첩보 이후 어느 선까지 보고가 이뤄졌는지 여부, 그리고 상부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전방위 사찰의 증거라며 목록을 공개하자 청와대는 이날 저녁 6시50분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내세워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박형철 비서관은 공개 목록 보고서 중 고삼석 상임위원-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수수 동향,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등 문건은 조국 민정수석까지 보고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조선일보- BH의 홍석현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여부 취재중, 조선일보-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 거래 혐의 취재 중 등은 이인걸 특감반장까지 보고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측에 8천억원 특혜 제공 등 2건의 보고는 “누구에게도 보고된 바 없는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코리아나호텔 사장 배우자 이미란 자살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상임이사 송창달,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문건과 관련해 김 수사관이 정식 임명 되기 전인 7월초에 생성한 문건이라면서 “이 분(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 초기에 (과거 정부에서) 민간을 사찰하는 관행을 못 버리고 민간 영역의 내용을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박형철 비서관은 “특감반장이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다.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제지했다”고 강조했다. 관련 문건은 특감반장까지 보고된 이후 폐기됐다고 주장했다.

고삼석 방송통신위원과 김현미 장관의 갈등설을 담은 보고 문건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자 두 분이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비서실의 직무 권한 중 사실확인해서 수석님께 보고한 보고서”라고 주장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문건에는 “과거 정부와 친분 있는 사업가가 현 정부 공무원을 로비해 공공기관 예산을 수령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실제 공공기관에서 부정하게 예산을 수령했는지 확인”한 내용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관실로 이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문건 내용은 공공기관과 관련한 직무 범위 내에 있어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취재 내용이 담긴 보고서 목록 두 건에는 사찰성 성격이 있는 문건이라고 시인했다. 하지만 박형철 비서관은 “특감반장의 기억으로는 거의 지라시 수준”의 내용이었다면서 “(특감반장이) 언론 사찰 소지의 보고를 작성돼 왔다며 한날 보고를 받은 것으로 언론 사찰 소지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고 하고 폐기했다. 제가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우 수사관이 특정 언론사 취재 내용을 첩보로 올리자 보고 내용이 언론 사찰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제지했고 윗선으로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 수사관이 2017년 정식 임명돼 일하기 전 사찰로 보이는 문건을 생성하다 ‘경고’를 받았는데도 1년이 지나 또다시 뻔히 사찰 성격으로 보이는 내용을 왜 첩보로 올렸는지 의문이 남는다.

박형철 비서관은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측에 8천억원 특혜 제공 등 두 건의 보고와 관련해 김 수사관이 과기부 감사관에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근무하지 못하도록 한 근신기간에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데스크도 그러고 특감반장도 그렇고 두 보고서를 보고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사찰 성격이 있는 보고 문건은 데스크 과정에서 걸러져 폐기처분됐고, 나머지 보고 문건은 정당하게 이뤄진 직무 범위의 첩보 내용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김 수사관의 사찰성 첩보 문건 생성 행위를 봤을 때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는 책임은 피하기 힘들다.

박형철 비서관은 김 수사관의 출입처를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죄송하다. 저희도 모른다”며 “김태우 출입처도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출입으로 (지금) 알았지만 당시 출입처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감반의 업무 특성상 보고 문건의 주체보다는 내용에 집중했고 감찰 업무의 주제 역시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게 아니라 감찰반원이 자율로 정한다는 해명이다.

특감반원의 업무 범위에 대한 모호성 때문에 사찰성 첩보 문건이 생성됐고 결과적으로 관리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지난 8월박 비서관이 과기정통부 감사관에 응모한 것이 적발돼 근신을 받은 이후 일일 상황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태우 수사관 작성 첩보 보고서 목록.
▲ 자유한국당이 공개한 김태우 수사관 작성 첩보 보고서 목록.

고삼석 방통위원과 김현미 장관의 갈등설이 왜 특감반원의 직무 감찰 대상이 됐는지에 물음도 속 시원히 해소되지 않는다. 박 비서관은 “인사권자가 언론을 보고 갈등 있다, 없다 판단할 수 없다”며 “각 부처 간의 엇박자 난다는 것은 부처의 누군가 직무를 잘못 수행해 엇박자가 난 것이다. 부처가 잘못 하고 있는지 사실확인 보고를 해야 한다. 업무 범위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실무 책임자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까지 언론 앞에 세워 맞춤형 대응을 펼쳤지만 목록 한 건마다 파장이 큰 내용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 보고 목록은 내용에 따라 정치권에서 공방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데스크 과정에서 폐기처분했다는 조선일보 취재 내용도 왜 김태우 수사관이 첩보로 올렸는지도 규명대상이다. 보고 받은 적도 없다고 하지만 대학교수의 발언까지 첩보 대상이 된 것을 두고 김태우 수사관의 개인 일탈로만 볼 지도 의문이다. 보고서 목록에 언급된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 입장을 밝히자 “4차 산업혁명 활성화의 경우, 빅데이터 활용이나 블록체인 기술 등과 은산분리 완화는 관계가 없다”고 비판했다.

박형철 비서관은 “사찰은 지시에 의해 정치적 목적 가지고 반대하는 자를 따라다닌 것이다. 그 사람(김태우 수사관)한테 어떤 지시도 한적이 없다. ‘사찰’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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