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김태우 수사관 주장을 바탕으로 한 언론보도와 관련한 청와대 대응을 비난한 언론사와 기자의 실명을 거론했다.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반박할 여지가 있는 보도에 적극 설명하는 게 대변인 업무지만 기자 실명을 거론한 보도 비판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김태우 수사관 관련 보도에 청와대가 악의적이라고 판단하는 기류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 말씀 드리기보다는 제 소회를 말씀 드리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중앙일보 A기자가 작성한 “수사관 폭로에 ‘불순물·미꾸라지’…과잉대응이 의혹 키워”라는 기사와 경향신문 B기자가 작성한 “민간인 사찰 대 개인 일탈…방어에 진 뺀 청와대의 한 주”라는 기사를 언급했다. 김 대변인은 두 기자 이름을 거론했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은 청와대가 김태우 수사관 주장에 김의겸 대변인을 중심으로 대응하면서 화를 키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향신문은 “오랜 기간 ‘음지에서’ 국가권력의 작동에 관여했던 전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수사관 김모씨의 ‘민간인 사찰’ 프레임에 대응하느라 청와대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했다. 김씨 주장에 해명을 몇 차례 바꾸는 등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매끄럽지 못해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지적했고 중앙일보는 청와대 핵심관계자 말을 인용해 “왜 6급 수사관에게 대변인을 비롯해 민정수석·국민소통수석까지 나서 스스로 ‘급’이 맞지 않는 대치 전선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김의겸 대변인이 연일 김태우 수사관 관련 언론보도에 반박하는 형식과 내용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브리핑 내용 중 사실관계를 추가 파악해 수정하는 과정에 말을 바꿨다거나 해명이 오락가락 했다는 비판과 함께 청와대의 대응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두 기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이 건에 대해서 저나 윤영찬 수석이 아니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개별적으로 취재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 대변인은 앞에 두 기자가 제기한 문제의식이 없었느냐, 왜 저라고 없었겠나. 알면서도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김 수사관 개인 때문이 아니라 김 수사관 말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 때문이었다. 그 언론의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김 대변인은 “그 언론들이 김 수사관 말에 휘둘려 왔다고 생각한다. 그 휘둘림을 알면서도 휘둘림을 당한 건지, 모르면서 당한건지 여러분들이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19일자 조선일보 보도를 사실상 베껴쓰기 수준의 기사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1면과 3, 4, 5면 기사에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커피업체에 카페 매장과 커피 기계 및 재료 공급권을 몰아줬다는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특혜 의혹은 김태우 수사관이 첩보 형태로 보고한 내용이다. 김 수사관은 관련 첩보를 올렸지만 묵살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의겸 대변인은 지난 10월14일 동아닷컴 기사와 15일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국정감사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언급했다.

조선일보 기사와 한달 전 동아닷컴 기사, 그리고 함 의원이 뿌린 보도자료 내용은 거의 흡사하다. 동아닷컴의 기사 제목은 “한국도로공사 커피사업 특정업체 밀어주기 짬짜미 의혹”이다. 김 대변인 주장의 핵심은 조선일보가 과거 이미 언론에 의혹이 제기된 내용인데도 김 수사관이 정당하게 첩보로 올린 내용이라는 주장을 받아 보도한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조선일보에 난 김태우 수사관 말로는 10월 중순 청와대에 (커피업체 특혜의혹 첩보를) 제출했다라고 돼 있다. (10월)14일과 15일(동아닷컴 기사, 보도자료) 난 것과 어떤 관계인지 모르겠다”면서도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실 담당자에 물어보니 11월 2일 김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 가서 (지인의 수사 상황)문제의 발언을 한 날이다. 그날 바로 업무 배제되고 그 하루 이틀 전이라고 한다. 첩보 보고한 날이 10월31일, 11월1일”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과거 기사와 보도자료로 이미 다 드러난 내용을 첩보로 올린 게 과연 첩보 가치가 있고 여권 인물 첩보를 올렸다가 묵살 당했다는 김 수사관 주장이 맞느냐는 반론이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 말이 맞든 반부패비서관 주장이 맞든 그가 올린 첩보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건지 여러분들이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김 대변인은 “기자들도 부끄럽고 창피한 게 남의 기사를 베껴쓰는 것이다. 하물며 첩보 다룬 사람이 이런 식의 첩보를 올리고 의미를 부여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생각한다”며 김 수사관의 주장을 받아 보도한 조선일보 보도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우제창 전 의원이 18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와 원내대변인으로 일해 친분이 두터웠다면서 지난 6월 우 전 의원이 다니는 교회 홈페이지에 우 전 의원과 이 사장이 관련 커피업체 운영 카폐에서 대화를 나누는 사진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관련 사진은 교회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김의겸 대변인은 “10월14일자 (동아닷컴) 기사를 보면 이런 사진이 실려 있다. 오늘 아침 신문(조선일보)에 난 사진과 흡사한 사진이다. (사진에) 이강래, 우제창 두 분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에 실린 사진의 설명에는 조선일보 사진 설명처럼 우제창 전 의원과 이강래 사장이 대화를 나누는데 교회 홈페이지에 삭제된 상태라고 나온다. 김 대변인은 “10월14일 (동아닷컴 사진 설명처럼) 이미 커뮤니티에 교회 사진이 없어진 상태라고 하면 오늘 조선일보에 난 기사도 이 사진을 이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 난 기사의 사진을 조선일보가 도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인데 조선일보가 이미 동아닷컴 기사를 알았는데도 마치 김 수사관 주장이 의혹성 짙은 첩보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지적이다.

김 대변인은 “그러니 저한테만 급이 맞지 않는다라고 나무라지 마시고 언론인 여러분들 다 같이 더 이상 급이 맞지 않는 일을 하지 맙시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의 이날 브리핑은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에 반박하는 것까지도 언론 보도의 비판 소재로 활용되는 것에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태우 수사관 주장을 받아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향후 언론 보도 대응에 대변인과 국민소통수석이 나서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김 대변인 브리핑이 끝난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 반응은 양쪽으로 갈렸다. 감정적 대응이 아니냐는 의견과 일방적 보도에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의견이다.

한 출입기자는 “언론 보도에 불만이 있어도 그렇지, 이렇게 나오면 청와대 대변인이 직무유기를 선언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출입기자는 “기자 출신인 청와대 대변인이 김태우 수사관 건과 관련해 전방위로 대응하다 업무 담당자에게 대응하라고 교통정리를 하는 동시에 보도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로 말했다.

청와대와 언론의 갈등이 연일 고조되는 가운데 김 수사관 폭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 수사관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 동향 보고도 작성했다”고 주장하면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따라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김태우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장 명의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고발장은 “김태우 전 특감반원은 비위혐위로 원소속기관으로 복귀하여,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중인 상황에서도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하고, 공무상 취득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위법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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