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담당은 다 남자가 맡고 여자가 하는 건 진짜 본 적이 없네요. 한 번도. 저희는 특히 인사랑 노사 담당이 파워가 센데.”

“아침마다 기술직 남성들만 조회를 해요. 현장 얘기만 한다지만, 우리도 기술‧영업직에서 지원 작업을 하는데 말이죠. 신상품이 나와도, 심지어 교육도 알음알음으로 눈치껏 해요.”

“저희는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이거예요. ‘기사님(동료)한테 아양 좀 떨어봐.’ 관리직도 하고, 조합원이 그런 적도 있고. 문제 제기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남초라서.”

여성이 일터에서 겪는 차별과 성적 괴롭힘을 실태조사한 결과가 나왔다. 젠더갑질은 고용형태와 사업장 특성을 막론하고 입사와 임금, 승진, 업무수행 전 과정에 만연했다.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여성노동자회·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공간이 꾸린 젠더갑질 실태조사팀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결과 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한국여성노동자회 제공
▲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여성노동자회·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공간이 꾸린 젠더갑질 실태조사팀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결과 발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한국여성노동자회 제공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한국비정규노동센터·한국여성노동자회·강서양천민중의집 사람과공간이 꾸린 조사팀은 18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젠더갑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팀은 ‘젠더갑질’이 일터에서 입사‧급여‧승진‧업무수행 등 모든 과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여성 차별과 성적 괴롭힘을 가리킨다고 했다. 일상적 발언, 조직 문화 등 현행 법제도가 가려내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차별’도 포함한다.

조사팀은 지난 9~10월에 걸쳐 약 한달 간 282명의 여성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대기업 정규직 사업장인 KT본사, 남초 하청 사업장인 SK브로드밴드와 딜라이브, 제조업 비정규직인 기아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학교 비정규직인 교육공무직 종사자들이다.

조사에 응한 노동자 가운데 45%가 입사 면접에서 ‘결혼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답했다. 업무수행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중요 직무에서 배제됐다. 고용이 안정적 대규모 사업장(KT)의 경우엔 우선 여성 채용 규모가 남성의 절반에 그쳤다. 인사담당 등 주요 직무는 남성에게만 맡겨졌다.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사업장의 경우 성별 직무분리가 뚜렷했다. 남성은 기술과 관리 부서에, 여성은 지원부서에 배치했다. 이는 다시 임금 격차로 이어졌다. 조사팀은 “이런 업무분리 속에서 여성이 하는 업무는 저평가된다. 핵심 업무와 정보에서 소외되다보니 성과도 낮게 나타난다”고 했다.

일터 내 성폭력도 일상이었지만 문제 제기는 드물었다. 응답자 가운데 대다수인 69.9%(197명)가 성희롱·성폭력을 겪었다고 답했다. 성폭력 행위자는 ‘동료’가 53.8%(106건)으로 가장 많았고, ‘회사 상사’(48.5%)가 그 다음이었다. 성폭력을 겪은 응답자 가운데 75.6%(149명)가 직장에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37%는 성희롱‧성폭력을 당했을 때 이를 거부한 적이 없다는 응답자도 37%에 달했다.

조사팀은 “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젠더갑질은 특정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젠더화된 노동시장으로 인해 재생산되고 강화되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광범위한 젠더갑질 실태를 바꾸려면 남녀고용평등법을 구체적 차별 실태를 바탕으로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모집 채용, 임금, 교육배치와 승진, 정년퇴직 및 해고’에 대해 차별하지 않을 것을 명시했지만 이를 판단할 기준은 따로 없다.

조사팀은 “각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있어도 젠더갑질은 만연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성평등 노동인권을 증진시킬 활동과 연계돼 있지 않다”며 “노조 차원에서 성차별 전반 사안을 적극 껴안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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