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 해 동안 기자들은 어떤 미투(Metoo, 나도 말한다)기사를 썼고 앞으로 어떤 미투 기사를 준비할까. 미디어오늘은 미투 운동을 보도해온 기자들에게 읽어볼 만한 기사를 추천받았다. 앞으로 어떤 기사가 필요할지도 들어봤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양성평등미디어상 대상으로 선정한 경향신문 ‘미투의 혁명, 혁명의 미투’와 최우수상으로 선정한 한겨레21 ‘안희정 전 충남지사 재판 단독보도’는 많은 기자들이 좋은 기사로 추천했다.

▲ 지난 3월8일 여성의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여성노동자대회에 배포한 미투 위드유 배지.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3월8일 여성의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여성노동자대회에 배포한 미투 위드유 배지. 사진=이치열 기자

경향신문 기획기사는 4회에 걸쳐 젠더차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고 성폭력이 가능한 문화를 진단해 대책까지 고민해 “미투의 ‘오늘’을 짚고 ‘너머’를 본 기사”(장일호 시사인 기자)라는 평을 받았다. 한겨레21 보도는 안희정 재판과정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피해자 쪽 진술조서를 공개하며 검증을 더해 안희정 쪽에 치우쳤던 보도에 균형을 맞췄다는 평을 받았다.

판결문을 분석한 보도는 다른 성범죄 사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겨레는 “‘해군 성폭력’ 2심 판결은 ‘안희정 1심’과 어떻게 닮았나”란 기사에서 법원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권력 차이를 고려하지 못했는지, 피해자의 진술을 배척했는지 살폈다.

미투 이후 입법과정도 감시영역이다.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정 의원은 성별 구분 없이 젠더폭력을 막자는 취지로 발의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남성 의원들이 ‘생물학적 여성’만을 구제하는 법안으로 고쳤고, 이 사정을 모르는 시민들은 해당 법안이 남성을 역차별한다며 청와대 청원까지 넣었다. KBS의 “‘여성’만을 위한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누가 만들었나”는 법안 논의 과정을 보여주며 국회가 미투 운동을 어떻게 성별 갈등으로 내모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어떻게 피해자를 괴롭히는지, 피해자들은 어떻게 연대했는지를 보여주는 기사들은 피해자들이 찾아읽는 기사다.

머니투데이 “‘증거 변조했다’…성폭력 가해자, 그들이 사는 법” 기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피해자를 무고죄나 명예훼손죄로 역고소하는 것 뿐 아니라 “무고를 하도록 부추겼다거나 증거를 조작했다”며 피해자측 변호사를 고소한다고 지적하며 가해자들의 고소가 왜 터무니없는지를 분석했다. 주간경향 “미투 이후, 나는 이렇게 싸우고 있다”는 피해자들이 각자 위치에서 어떻게 법적다툼을 해왔는지 노하우를 나누며 서로를 치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 지난 3월8일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미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지난 3월8일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미투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기자들은 앞으로 어떤 기사가 필요하다고 봤을까. 박보희 머니투데이 기자는 “고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가해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고, 진명선 한겨레21 기자 역시 “가해자들이 누구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진 기자는 “기사로 이미지화된 피해자 말고,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으로서 피해자를 다루고 싶다”고 했다. 박다해 한겨레 기자는 “스쿨미투와 같이 보통 사람들의 미투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성범죄를 가능하게 하는 분위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김지혜 경향신문 기자는 “웹하드 카르텔의 전반적인 규모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성폭력을 말하며 시작된 운동이지만 여성착취를 산업으로 이끄는 성산업 전반을 파헤치지 않으면 시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양한 논의가 나오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주간지 기자는 “조금만 관점을 다양화하면 바로 ‘반페미다’, ‘워마드다’, ‘일베다’라고 심하게 비난을 받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예를 들면 진보언론에서 ‘탈코르셋이 맞다’는 식으로 전제하고 기사를 쓰기 보단 다양한 페미니즘 담론을 고민할 수 있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실제 위협받는 무고죄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관련 논쟁도 더 필요하다. 지난 여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가 성폭력 여부를 판단할 때까지 무고죄 수사를 중단하라고 권고하면서 어느 정도 기사가 나왔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피해 규모에 비해 논의가 부족하다. 법조출입 경험이 있는 한 일간지 기자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하는 게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려워 여성단체에서도 쉽게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목소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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