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만취한 남성이 부산대학교 여자기숙사에 침입해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입맞춤’이라는 표현을 썼다. 연합뉴스는 이후 기사제목을 수정했지만 이미 ’입맞춤’ 기사는 확산된 뒤였다. 

연합뉴스는 지난 16일 “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해 여대생 입맞춤한 남성 검거”라는 제목을 달고 기사를 작성했다. 이후 연합뉴스 트위터 계정에서 논란이 일자 기사 제목을 “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해 여대생 강제 추행한 남성 검거”라고 수정했다.

해당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A씨가 이날 오전 1시30분께 술에 취해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여자기숙사인 자유관에 들어가 한 여대생에게 키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 오전 1시30분 술에 취한 A씨는 부산대학교 여자기숙사에 침입했다. 그는 피해 학생을 강제로 추행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부산대 학생으로 알려진 A씨는 여성 전용 기숙사인 자유관에 출입할 수 없었으나 다른 학생이 문을 열고 들어간 사이 뒤따라 침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사진=연합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문제가 된 부분은 ‘입맞춤’이라는 표현과 성추행 행위를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누리꾼들은 “성추행 성범죄를 명확하게 표기해달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는 12월16일 오전 9시3분에 기사를 작성했고 11시16분 기사 제목을 수정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독자들은 제목으로 기사를 보고 사건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내용을 잘 보지 않는다. 그래서 입맞춤이 아닌 성희롱, 성폭력,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제목에 쓰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사를 쓴 김아무개 연합뉴스 기자는 제목 수정에 대해 “첫 제목 자체가 좀 잘못됐다는 내부의 문제의식이 있었다. 캡이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초반에 사건을 잘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보자가 입맞춤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기사에 그 단어를 썼다. (통신사 특성상) 기사는 빨리 써야 하고 사건 개요는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그 단어를 썼고 그 이후에 내부적으로도 그 표현이 피의자를 두둔하는 것 같아 수정했다. 후속 기사에서는 안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범죄 사실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고 애매하게 보도하면 나쁜 행동의 본질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입맞춤’이라는 단어는 아름다운 표현으로 느껴진다. 합의 하에 하는 연인 간의 스킨십을 입맞춤이라고 하는데 이건 명백한 추행이다. 추행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타사가 이걸 그대로 문제의식 없이 따라 썼다는 것도 굉장히 부끄러운 행태”라고 지적했다.

다수 언론 연합뉴스 ‘입맞춤’ 단어 그대로 인용

연합뉴스 기사 제목은 수정됐지만 다수 언론이 연합뉴스의 첫 기사 제목을 인용했다. “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해 여대생 입맞춤한 남성 검거”(매일경제 12월16일), “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해 여학생 ‘강제 입맞춤’ 남학생 검거”(한겨레 12월16일), “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해 여대생 입맞춤한 남성 검거”(디스패치 12월16일), “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해 여대생 강제 입맞춤한 남성 검거”(경향신문 12월 16일), “부산대 기숙사 침입 여대생 입맞춤 남성 검거”(MBC 12월16일), “부산대 여자기숙사 침입해 여대생 입맞춤한 남성 검거”(MBN 12월16일) 등의 기사가 ‘입맞춤’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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