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태우 수사관은 자신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지시를 받아 첩보를 올렸지만 ‘묵살’ 당했다고 주장한 반면, 청와대는 첩보 성격상 불순물이 껴 최초 첩보 중 직무와 무관하거나 신빙성이 떨어질 때 ‘폐기처분’했다고 주장한다.

특히 김 수사관은 전직 총리 아들 개인 사업과 민간은행장 동향 등을 첩보로 올렸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관련 내용을 해명할 경우 구체적 상황을 거론될 수밖에 없고 개인이 특정되면 피해를 당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 다만, 의혹이 불거진 이상 정당한 업무 목적이었음을 설명하기 위해 최소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오후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특정되고 좁혀지기 때문에 곤란한 측면이 있는데 처음부터 전직 총리나 어느 민간인에 대해서 사찰 목적을 한 게 아니다. 어떤 사건이 있다. 형사정책적인 사안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 사안에 반부패 비서관이 형사적 정책을 만들어내는 업무도 있다. 알아보기 위해서 정책적 조사 과정에 첩보 수준에서 올라온 것”이라며 “그런데 그 수준에서 우리 업무가 아니라고 해서 폐기처분했다”고 말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연합뉴스

김 대변인의 해명에도 전직 총리, 그것도 그의 아들의 사업을 조사했다는 건 최초 첩보 단계에서도 부적절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됐다.

업무 범위 안에서 정당한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왜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이 문제가 되는지, 그 현황 자체를 파악하는 게 필요했던 일이었는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에 김의겸 대변인은 추가 설명에서 “반부패비서관은 반부패와 관련한 정책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해 가상통화 투기가 과열되면서 범죄 수단으로 사용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면서 “심지어 참여정부 관련자들이 가상통화에 관여한다는 풍문이 있었고 거품이 꺼지면 제2의 바다이야기가 될 거라는 시각도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반부패비서관실은 가상통화의 동향과 대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하고, 반부패비서관실의 내근 행정관과 행정요원들인 감찰반원들이 협업하며 기초가 되는 로데이터를 수집했다”며 “그 로데이터 안에 김 수사관이 가져온 전직 총리 아들 관련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반부패비서관은 최종보고서를 작성하며 그 내용을 반영하지 않았다.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전직 총리 관련 내용은 민간인 감찰이 아니다. 반부패 관련 정책보고서 작성을 위한 로데이터를 지원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특정 인물을 조사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 게 아니라 가상통화 동향을 살피고 보고서를 작성할 목적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을 살펴봤지만 중요치 않아 보고서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간인 사찰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분명히 했지만 전직 총리가 거론되는 것 자체로 정치적 공방까지 일 폭발적 사안이고, 김태우 수사관이 이에 반박할 여지도 남아있어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수사관은 이와 함께 민간은행장 동향을 파악한 첩보를 올렸다고도 주장했는데 청와대는 “민간 은행장 건과 관련해서는 김 수사관이 데스크를 거쳐서 반장에게 구두로 보고했다. 그래서 반장이 그 보고를 받았으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보고할 성격이 아니라고 해서 말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은 부당한 지시가 내려와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한다’는 질의에 “김태우(수사관)의 처지를 한번 생각해봐라”고 말했다. 자신의 비위 혐의를 감추기 위해 허위 내용을 일방으로 주장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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