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합의문을 발표하고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농성을 해제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일뿐 ‘도입’에 합의하지 않았다며 합의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합의는 이전 논의에서 진도가 나가지 못한 채,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농성을 풀기위한 조치 정도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바른미래당 김관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 바른미래당 김관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선거구제 관련한 합의문은 결국 그동안 우리가 모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여러 가지 선거구제에 앞으로 자유한국당이 적극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는 검토의 합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어떠한 선거구제에 관해서 동의해 준 적이 없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드린다”며 “그럼에도 일부 정치권에서 마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는 부분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심각한 유감을 표시한다”고 밝혔다.

나 대표는 “특히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의원 정수의 확대가 불가피한데 그 합의문 안에도 자세히 읽어보시면 의원 정수 확대 여부라고 되어있다”며 “확대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도 전혀 합의한 바가 없다. 이 부분은 특히 국민 공감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서도 동의한 적이 없고, 이 부분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검토한 것에 불과하다는 부분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15일 합의문을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석패율제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도입에 적극 검토한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 한다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한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바로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고 돼있다.

합의문에는 ‘검토’, ‘10% 이내 확대 여부’ 등 합의가 완료된 것은 아니라는 단어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 15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합의문.
▲ 15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합의문.
이번 합의에서 자유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논의도 얻어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특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문희상 의장에게 중앙선관위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가 합의를 본다면 얼마든지 대통령 의지를 실어서 지지할 뜻을 보인다고 하셨다고 한다.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해서 문 대통령께서 찬성하고 지지했다’고 이렇게 해석을 하는데 저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지지를 하시려면 같이 권력 구조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는 것이 합당하다’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아시다시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의원내각제와 조화가 되는 제도다. 그래서 합의문에도 6항에 원 포인트 개헌 이야기를 언급했다”고 말했다. 또한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원 포인트 개헌을 한다면 의원내각제를 받아들일 것인지, 내각제적 요소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 명백히 표시해 주셔야 될 것”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문재인 대통령께서 의사 표시를 하신다면 앞으로 저희 정치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비롯한 선거구제 개편에 관한 논의가 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부분을 명백히 밝힌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정개특위 간사인 정유섭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제도임을 지적한다”며 △국회의원 증원의 문제를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 △대통령책임제 국가인 한국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맞지 않음 △선거과정에서 담합과 꼼수가 늘어 민심왜곡을 초래할 것 △밀실공천 등 부작용이 일 것 △지역구 투표보다 정당 투표에 가중치를 두게돼 국민 선택권 침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합의문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아 합의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말을 하는 건 자유한국당뿐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개특위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2월까지 정개특위 합의안을 만들자는 얘기는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며 “12월까지 정개특위에서 합의안을 만들자는 것은 졸속합의를 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썼다.

김종민 의원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고 여야 대표간에 합의했으니 더 속도를 내야하겠지만 가능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런 식의 비민주적 자세는 오히려 선거제도 개혁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이에 논평을 내고 “김종민 간사의 졸속합의 운운은 선거제 개혁에 더불어민주당은 의지가 없다는 말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아울러 연동형 비례대표제 합의가 사실과 다르다는 정유섭 간사의 말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두 간사의 발언을 비판했다. 정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딴 소리 늘어놓지 말아야 한다. 합의문에 담긴 정신을 존중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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