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민간인을 감찰하고 상부에 보고했다는 주장에 청와대는 “비위혐의로 감찰 진행 중이고 수사로 전환된 전직 특감반원이 자신의 비위 혐의를 덮기 위해 일방적 주장하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김태우 수사관 주장을 보도한 언론에도 “여과없이 보도하는 상황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7일 “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원 시절 자신이 작성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을 입수했다면서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개헌(改憲)에 대한 각 부처들의 동향, (민간)은행장 동향 등 특감반의 업무와 관련 없는 보고서들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김 수사관은 매일 첩보 활동을 하면서 ‘일일보고’를 제출하는 게 관례였다고도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의 장(長)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에 한정해 비리 감찰 활동을 하도록 돼 있다. 민심 동향 및 분석은 민정비서관실이 하도록 돼 있다”면서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보고 및 일일보고 내용이 직무 범위를 벗어난 민간인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사관은 조선일보에 “작년 말 청와대 민정 고위 라인으로부터 ‘외교부에서 민감한 정보가 계속 언론에 유출되니 특별 감찰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외교부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계자의 사생활까지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조선일보는 첩보 보고서 목록 파일에 “‘재활용 쓰레기 대란 사태’와 관련한 환경부 내부 동향 및 여론 청취, 청와대가 작년 추진했던 개헌(改憲)과 관련한 부처 동향, 고용부의 삼성반도체 작업환경보고서 공개 여부 동향 등 정부 부처와 관련된 보고서”도 있었다며 이 같은 부처 동향 수집은 특감반의 공식 업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김 수사관이 했던 첩보가 과거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 개입 행위와 별다를 게 없고 직무범위에서 벗어난 ‘불법’ 행위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철저히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 개입 행위를 적폐청산 대상으로 보고 공직 기강을 강화했는데 내부에선 버젓이 이 같은 행위를 벌여왔다는 게 김 수사관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조선일보 보도 내용이다. 만약 사실로 드러나면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내용이고, 민정수석 라인의 책임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에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며 일방적 폭로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서 조선일보 보도 내용 전반에 걸쳐 일일이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오늘자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해서도, 자신이 생산한 첩보 문서를 그대로 외부에 유출함을 넘어 문서목록 전체를 유출하고 허위주장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해당 첩보 문건에 “김 수사관이 작성한 검증되지 않은 첩보보고”라고 규정하고 “특감반 데스크,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등 3단계 검증 절차를 거쳐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그 내용의 신빙성을 인정되지 않는 경우 폐기된다. 그 점을 잘 알면서도 수사관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재활용 쓰레기 대란 사태’와 관련한 환경부 내부 동향 및 여론 청취 보고서에는 “당시 정부부처 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직무감찰의 일환으로 사실 확인을 한 것으로 명확히 직무범위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외교부 관계자의 사생활 문제를 조사한 것에도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체면 또는 위신 손상 행위에 해당하면 감찰할 수 있다는 공무원법 78조를 들어 반박했다.

지난해 환경부에서 쓰레기 대란이 벌어졌을 때 고위 공무원들이 적절히 대응했는지 직무를 수행했는지 사실 확인을 위해서 직무 감찰을 했기에 합당한 감찰이었고, 삼성반도체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도 부처 간 엇박자가 있어 직무 감찰 차원에서 사실확인을 한 것이라고 청와대는 반박했다.

개헌(改憲)과 관련한 부처 동향을 파악한 첩보에도 민정수석실 전체 업무 영역이 국정관리 및 민심동향 파악에 해당하기에 “민정수석실 소속 행정반원”이었던 김 수사관이 정당한 업무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언론에 검증되지 않은 문건을 유출한 것에 “청와대 보안 규정을 정면 위반한 것”이라며 징계요청서를 법무부에 발송했고,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며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김 대변인은 첩보 보고의 시스템에 대해 기자가 기사쓰면 데스킹을 거치는 것처럼 특감반원이 첩보를 보고하면 특감반 사무관과 특감반장, 반부패비서관, 그리고 최종 민정수석에게 보고되는데 3~4차례 데스크 과정에서 “본연의 업무에 들어있는지 불순물이 있는지 다른 내용 들어오는지 다 검토돼서 걸러낼 거 걸러내고 본연 해당 업무만 민정수석에게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이 언론에 제공한 보고서 역시 최초 검증되지 않은 불필요한 내용이 묻어있는 “거친 형태의 첩보”라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전직 총리 아들, 민간 은행장에 대한 첩보 내용도 검증되지 않은 ‘불순물’에 해당되고 위로 보고될 때 업무의 범위, 신빙성을 따져 폐기 처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반박대로라면 왜 데스킹을 거쳤는데도 김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로 볼 첩보를 반복 보고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에 김의겸 대변인은 “업무 외 벗어나는 첩보를 가지고 오는 것에 엄중하게 경고했다”고만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이 첩보 보고서를 쓴 과정에서 특정 인물 조사를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 만일 그렇게 업무 영역에 벗어나서 가져온 첩보를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활용했다면 그게 문제가 된다.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전날 우윤근 러시아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내용을 첩보로 보고한 뒤 자신이 쫓겨났다는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을 반박하고 “미꾸라지 한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그런데 이틀에 걸쳐 우윤근 지사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첩보 문건을 외부에 유출하며 폭로 형태로 의혹을 제기하자 작정한 듯 이날 반박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2018년 8월 부적절행위로 경고를 받은 이후 새로운 비위혐의가 드러나 복귀한 것이 명백한다”고 강조했다. 우윤근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내용을 담은 첩보를 보고하자 쫓겨났다는 김 수사관의 주장은 허위라는 주장이다.

경찰 특수수사과를 방문해 상부에 보고 없이 지인과 관련 있는 내용을 확인한 것은 “영향력 행사로 오해발 수 있어 부적절한 행위”이고 수사대상자인 최씨와도 경찰을 방문하기 전 수십 차례 통화했던 것이 드러났다고 반박했다. 또한 2019년 1월 정기인사 때 원 소속청으로 복귀 예정이었는데도 앞서 김 수사관을 서둘러 돌려보낸 것도 우윤근 대사의 금품수수 첩보 내용이 아니라 김 수사관의 부적절한 비위 혐의 때문이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안은 문재인 정부와 보수신문의 대표격인 조선일보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된 것도 주목 받는다. 김태우 수사관은 자신의 주장과 첩보 보고 내용을 조선일보에 전달했고, 조선일보는 이를 받아 폭로 형식의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조선일보 보도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대상자의 무분별한 폭로에 동조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전날 “비위행위자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 쓰는 일부 언론에도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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