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시간대 타사 예능을 누르고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골목식당)’이 노동시간을 잘 지켜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드라마와 예능 촬영 현장에서 새벽까지 촬영을 지속해 스태프들이 ‘잠 좀 자자’, ‘밥 좀 먹자’는 요구를 하는 가운데 모범 프로그램으로 꼽힐 만하다.

골목식당은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부활시킨다는 취지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문제 식당을 찾아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내용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포방터 시장 편에선 게으른 태도로 논란이 된 홍탁집 아들을 개과천선하게 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기존 금요일 방송에서 수요일 방송으로 시간대를 옮겼지만 동시간대 MBC ‘라디오스타’를 눌렀다. 

▲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골목식당은 시청률 뿐 아니라 스태프들 노동환경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골목식당 스태프 A씨는 미디어오늘에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아침 7시에 집합해 새벽 4시까지 찍는 곳도 있지만 골목식당의 경우 9시에 모여 일찍 끝나면 오후 5시, 늦어도 7~8시면 끝난다”며 “스태프들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촬영시간을 잘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연예인들이 아닌 일반인들의 리얼리티를 담은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 중에서도 제작진이 가이드라인을 주고 소위 ‘원하는 그림’을 찍기 위해 촬영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골목식당 제작진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으며 촬영시간이 길어지는 걸 막았다. 

골목식당 연출을 맡은 정우진 SBS PD는 지난 14일 미디어오늘과 전화인터뷰에서 “백종원 대표와 식당 주인들이 연예인이 아니다. 제작진이 방송 분량을 뽑으려고 욕심을 내거나 쇼를 구성해선 안 되기 때문에 무턱대고 새벽까지 촬영하지 않는다”며 “식당 운영시간에 맞춰 촬영한다”고 말했다.

▲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은동 포방터 시장 편. 왼쪽부터 김성주, 백종원, 조보아.
▲ 백종원의 골목식당 홍은동 포방터 시장 편. 왼쪽부터 김성주, 백종원, 조보아.

일각에선 골목식당에 대본이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정 PD는 “보통 한 골목에 4개 가게를 다루는데 백종원 대표가 하루에 4군데를 오가며 촬영한다”며 “대본대로 분량을 채우려면 새벽까지 촬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에 나오고 나면 그 식당이 유명해져 평소보다 손님이 많아지기도 한다. 점심 때 보통 20~30명이 오던 식당인데 50명 이상 와서 평소보다 재료가 빨리 떨어진 곳도 있다. 정 PD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데 음식이 없으니 촬영을 할 수가 없지 않느냐”며 “의도치 않게 일찍 끝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백종원 대표의 개인기가 중요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백 대표의 생각이 반영되는 경우도 있다. 정 PD는 “(백 대표는) ‘먹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스태프들에게도 점심시간을 충분히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이 프로그램이 잘 되겠냐’는 생각을 강조한다”며 “바쁘더라도 점심시간을 보장하고 저녁 전에 끝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는 함께 연출을 맡은 이관원 SBS PD도 비슷한 생각이라는 게 정 PD의 말이다. 두 PD는 아직 10년이 안 된, 입봉한지는 2년이 채 안 된 젊은 PD다. 연출과 주 출연자들이 스태프들을 배려하니 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출연진인 조보아씨도 미디어오늘에 “모든 스태프들이 한마음으로 진정성을 가지고 촬영에 임해 매주 따뜻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녹화에 임할 수 있다”고 전했다.

▲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 중인 조보아. 사진=골목식당 화면 갈무리
▲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 중인 조보아. 사진=골목식당 화면 갈무리

골목식당의 경우 프로그램 콘셉트 덕분에 촬영시간을 지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형식의 프로그램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줬다. 정 PD는 “다른 PD들도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변수가 많은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촬영시간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과거에 비해 예능 프로그램들이 전체적으로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뀌는 건 체감하고 있다”고 전한 뒤 “골목식당의 특성이 있는데 우리 프로그램만 주목받는 건 동료PD들에게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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