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파견 시절 비위 의혹으로 복귀 조치된 김아무개 수사관이, 본인이 쫓겨난 이유가 여권 인사의 비리 첩보를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 실명을 공개하면서 허위 사실에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7일 주요 아침신문들도 관련 사안을 전했다.

김 수사관은 본인이 2017년 우윤근 주 러시아 대사의 비위 관련 첩보를 작성해 눈 밖에 난 것이 검찰 복귀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 대사가 2009년 건설업자 장아무개씨 취업 청탁을 받으며 1000만원을 받았으나 문제가 될 것으로 보여 2016년 돌려줬고, 2011년 말 불법대출 혐의로 구속된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수사 무마를 위해 우 대사 측근인 조아무개 변호사에게 1억2000만원을 줬는데 이 가운데 1억원이 우 대사에게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15일 김 수사관 주장이 담긴 문건을 근거로 관련 의혹을 제기한 뒤 청와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 부인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15일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곧 불순물은 가라앉을 것이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2017년 8월 김태우(수사관)가 공직 후보 물망에 오른 인물(당시 국회사무총장, 현 주러 대사)에 대한 첩보를 올린 적이 있다”며 “이후 인사 라인은 자체 조사결과 첩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인사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인사 라인과 별도로 당시 민정수석실은 김태우의 첩보 내용과 우윤근 측의 변소 및 소명자료 그리고 과거 검찰수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첩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과거 검찰수사 내용이 판단의 중요한 근거였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2015년 3월 한국일보 보도로 알려졌을) 당시 검찰도 저축은행 사건 및 1천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우윤근은 야당 의원이었다. 2017년 8월 청와대의 민정이 김태우의 첩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박근혜 정부 때의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다”고 주장했다.

▲ 12월17일 한국일보.
▲ 12월17일 한국일보.

우 대사 관련 의혹은 지난 2015년 3월과 6월 한국일보가 첫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당시 부동산개발업체 대표인 장아무개씨가 고소인 조사를 받으며 “2011년 말~2012년 초, 조 변호사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1억2000만원을 받아 이 중 대부분을 A의원(우윤근 대사)에게 전달했다고 나에게 말했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이와 관련 “이 부분은 저축은행 비리수사 때 검찰이 조 변호사의 배달사고로 결론을 냈던 사안이다. 당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조 변호사에게 수사무마 로비자금으로 1억2000만원을 건넨 사실까지만 확인하고 조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며 “하지만 이 가운데 8000만원은 조 변호사가 이미 개인적으로 사용한 상태였고, 수사 착수 직후 지인으로부터 1억원을 급히 빌려서 채워 넣은 사실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우 대사는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지난 검찰 조사에서 본인의 결백이 밝혀졌다고 주장한다. 우대사는 1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내가 야당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인 (2015년에) 검찰에서 다 불러서 조사하고 나는 부를 필요도 없다며 종결한 사안”이라며 “야당 대표니 얼마나 뒤졌겠느냐”고 주장했다. 의혹이 사실이었다면 박근혜 정부 당시 조치가 취해졌을 거라는 주장이다.

다만 한국일보는 17일 검찰이 우 대사 관련해 정식 수사를 진행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취재 결과 장씨는 당시 ‘대형 리조트 사업을 추진하던 조모 변호사한테 속아 수십억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가 맡았고, 2015년 3월 말 조 변호사에 대해 ‘혐의 없음’ 처리해 사건을 종결했다”며 “장씨가 조 변호사를 상대로 낸 고소장엔 우 대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직후 장씨 측이 추가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문건이 정식 진정 절차를 통해 제출됐는지, 장씨 측이 담당 수사 관계자에게 보여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한국일보는 “현재로선 김 수사관의 첩보가 3년 전 검찰서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사안을 아무런 검증 없이 재탕한 것이라는 청와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면서도 “하지만 김 수사관이 추가로 여권 인사 비리와 민정수석실 직무유기 의혹을 폭로할 가능성은 남아 있어 김 수사관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고 봤다.

한국일보는 “김 수사관은 자신의 좌천 이유가 우 대사의 과거 비위 첩보를 보고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청와대도 관련 첩보가 보고된 사실은 인정한다. 하지만 첩보 내용이 사실인지에 대해선 주장이 엇갈린다”며 “청와대가 김 수사관의 실명까지 공개할 정도로 강경 대응 기조로 돌아선 것은 내부적으로 조 수석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까지 관련 첩보가 보고됐다는 의혹은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도 김 수사관 주장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청와대가 더욱 적극 해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비위 의혹으로 대검의 감찰까지 받는 수사관 주장에 의심이 가는 건 사실이다. 오래전 작성한 첩보 때문에 최근 청와대에서 쫓겨났다는 주장도 억지스럽고 자신의 비위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하려 드는 점도 수상하다”는 판단을 전한 뒤 “하지만 역대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청와대 등이 이런 유형의 권력형 비리를 무마하려 애썼다는 것을 떠올려 보면 주장을 그냥 흘려넘기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임시국회 등 산적한 현안을 두고 여야가 다시 정치공방으로 허송세월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관련 내용이 검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허위로 판명 났다는 청와대 주장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12월17일 한겨레.
▲ 12월17일 한겨레.

김 수사관 복귀가 첩보와 연관됐다는 주장과 별개로 청와대가 우 대사 인사검증을 얼마나 철저히 했는지 밝힐 필요도 제기된다. 한겨레는 “전 특감반원의 ‘물귀신 작전’? 우윤근 러 대사 검증 때 부실?” 제목의 기사에서 “청와대는 김 수사관 주장을 반박하며 2015년 검찰이 우 대사를 불입건 처리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의 첩보에는 2016년 총선에서 우 대사 쪽이 장씨에게 1000만원을 보낸 사실이 추가돼 있었다”며 “청와대가 우 대사에 대한 인사검증을 하면서 ‘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한 참모가 의논 없이 1000만원을 빌려준 것’이라는 해명 부분과 관련해 우 대사의 참모를 상대로 차용증 등 ‘실물’을 조사했는지, 이후 장씨가 돈을 제대로 갚았는지도 해소돼야 할 점”이라고 짚었다.

상당수 아침신문들은 김 수사관 주장과 청와대, 우 대사 측 입장을 근거로 퍼즐을 맞췄다. 쟁점 가운데 하나는 김 수사관의 보고가 청와대 어느 라인까지 올라갔느냐다. 서울신문은 “김씨는 보고서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까지 올라갔지만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이를 빌미로 본인만 쫓겨났다고 주장했다”며 “임 실장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주장”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우 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대사 내정자 시절 임 실장이 연락이 와서 관련 의혹을 물어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임 실장의 해명과 배치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계일보는 우 대사가 언론 통화에서 밝힌 통화 시점을 근거로 임 실장에게 첩보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청와대 주장과 우 대사 입장이 일치한다고 봤다. 우 대사가 “임 실장과 통화한 시점은 대사 내정이 확정돼 러시아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초”라며 자신이 인사 검증 과정에 대해 “다 끝난 이야기인데 이런 것도 검증하느냐. 이런저런 과거를 자꾸 들춰 보더라”며 서운함을 토로하자 임 실장은 “검증에 관여하지 않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답했다는 게 우 대사 전언이다. 임 실장에겐 첩보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청와대 주장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 12월17일 서울신문.
▲ 12월17일 서울신문.

경향신문은 “김씨에 대한 관리 실패는 사실인 만큼 청와대 기강해이 논란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가 우 대사 관련 의혹 및 청와대 내부 일을 보수언론을 통해 문제 삼는 등 판을 키우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와 3, 4면 전면을 통해 김 수사관 주장과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 1면 “특감반 前총리·은행장 정보도 수집”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특감반)이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관(民官)에 대한 감찰이나 정치 관련 정보 수집을 해왔다는 의혹이 16일 제기됐다”며 “특감반 ‘비위 의혹’으로 검찰에서 감찰 조사를 받고 있는 김태우 수사관은 이날 특감반원 시절 자신이 작성했다는 ‘첩보 보고서’ 목록을 본지에 보내왔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 파일엔 전직 총리 아들의 개인 사업 현황, 개헌(改憲)에 대한 각 부처들의 동향, (민간)은행장 동향 등 특감반의 업무와 관련 없는 보고서들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었다. 전직 총리나 민간은행장은 순수 민간인으로 특감반의 감찰 대상이 아니며, 부처 동향 파악도 직무 범위 밖”이라며 “고위 공직자 첩보 외에도 매일 첩보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정보나 동향들을 A4 용지 한 장짜리에 정리한 일일보고를 제출하는 것이 관례였고 이번정부에서도 그 관행이 이어졌다. ‘다만 (내 보고서가)’ 청와대 민정 라인 어디까지 보고가 됐는지는 모르겠다”는 김 수사관 인터뷰를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한 청와대 입장으로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장을 뛰는 감찰반원들이 다양한 정보를 취합할 수 있지만, 보고 과정에서 불법적이거나 권한을 넘어선 보고들은 폐기되거나 차단했다’며 ‘일부 문제가 되는 보고들에 대해선 더 이상 취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12월17일 조선일보.
▲ 12월17일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3면과 4면에도 김 수사관이 제기한 의혹들을 비중 있게 실었다. 해당 지면에 실린 기사 제목은 아래와 같다.

“언론유출 캔다며 외교부 간부 감찰…결과 안나오자 사생활 조사”
청와대 “우병우 사례 거울삼아 법대로 했다”
박관천 사건땐 “국기문란”이라더니…민주당의 내로남불
“비리첩보 생산에 특화” 3개 정권 걸쳐 靑 차출
“靑, 결국 나를 감옥 보내겠지만…할 말은 계속 하겠다”
우윤근 “한푼도 안 받아…朴정부때 무혐의로 끝난 사안”
임종석 “우윤근 감찰 보고서, 보고받은 적 없다”

▲ 12월17일 중앙일보.
▲ 12월17일 중앙일보.

중앙일보도 김 전 수사관 주장을 인용해 4면 머리기사에 실었다. 중앙일보는 “김 수사관은 언론에 e메일로 보낸 ‘기자회견문 초안’이란 문서에서 ‘우윤근 건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고 보고한 첩보 중 (청와대에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처리한 것이 여러 건 있다’고 밝혔다’”며 “그는 e메일에 ‘비리 첩보 생산에 특화된 수사관으로서 실력과 성실성을 인정받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했다. 다만 중앙일보는 “검찰 내부에선 ‘김 수사관이 휴대전화를 압수당하는 등 강제 수사를 받게 되자 이에 반발해 e메일을 보낸 것 같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김 수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했다. 현재 김씨 관련 비위 의혹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찾아가 지인의 사건 관련 수사 상황을 캐묻는 등 직권 남용 여부 △다른 특감반원들과 함께 민간업자로부터 골프 등 향응 제공 받은 여부 △6급 수사관에서 피감대상인 과기부로 승진 이동을 위해 5급 채용공모 지원 및 ‘셀프 인사 청탁’ 시도 여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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