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미디어그룹 ‘오너 경영’에 먹구름이 드리운 걸까. 차남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에게 방송 경영을 물려주려 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큰 그림’은 차질 없이 이행될 것인가.

방정오 전 대표는 지난달 22일 사택 기사에 대한 자녀의 폭언 논란에 대표직을 사퇴했다. 내부 간부들도 깜짝 놀랄 만큼 전격적이었다.

그 이후 사회적 공분을 샀던 자녀 폭언 논란은 다소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사택 기사 급여와 관련한 횡령·배임 의혹은 수사를 피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방 전 대표 일가를 수행한 복수의 사택 기사들이 ‘디지틀조선일보’에서 급여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다. 회사 돈을 개인 일에 써서 논란이다. 

방 전 대표는 디지틀조선일보 지분 7.09%를 갖고 있는 등기이사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온라인 홈페이지 ‘조선닷컴’과 옥외 전광판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육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고발도 예고됐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지난 13일 통화에서 “다음 주 초 고발할 예정”이라며 “이번 일뿐 아니라 방정오씨는 (조선일보와 관련한) 10여개 회사에서 전·현직 등기이사로 있으면서 급여 상당액을 받고 전횡을 일삼았던 것으로 우리는 파악하고 있다. 언론사는 민간 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생명이다. 수사기관은 오너 일가 갑질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 사진=TV조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방 전 대표는 지난 13일 고(故) 장자연씨 성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 비공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2008년 10월 장씨가 있던 한 모임에 참석한 사실만 인정할 뿐 그 밖의 의혹과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사주 일가 사생활에서 비롯한 문제가 조선미디어그룹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부추기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은 무리하게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가 낭패를 본 ‘사주 경영 리스크’와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언론계에서는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는 2020년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크게 보면 첫째 아들인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이 조선미디어그룹 전반을 담당하고 둘째 방정오 전 대표가 TV조선 등 방송 경영을 맡게 될 거라는 관측이었다.

온화하고 신중한 성격인 첫째 아들(방준오)과 달리 둘째 아들(방정오)은 자유분방한 인물로 알려졌다. 방 사장도 둘째보다 첫째에 더 엄격했다고 한다. 

방정오 전 대표는 ‘초고속 승진’의 대표적 사례다. 그는 2006년 4월 조선일보 총무국 수습사원 발령을 받으며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산하 멀티미디어 팀장이 됐다. 2007년 6월에는 조선일보 교육법인 ‘㈜맛있는 공부’ 공동대표를 맡았고, 2008년에는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미디어전략팀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에는 디지틀조선일보 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4월1일자로 ‘씨에스엠앤이’(CS M&E)로 사명을 바꾼 ‘조선에듀케이션’ 공동 대표이사로도 활동했다. 또 디지틀조선일보가 출자했던 ‘조선일보일본어판’, ‘골프조선’ 대표도 맡은 바 있다. 골프조선은 현재 휴업 상태다.

TV조선에서도 마케팅본부장, 편성 및 제작 담당 상무를 지낸 뒤 지난해 5월 조선일보 기자 출신 김민배 총괄전무와 함께 대표이사 전무에 선임됐다. 

그에 대한 성과 평가완 별개로 사주 아들로서 ‘경영 수업’ 만큼은 꾸준히 받아온 것이다. 경영자 경험이 부족한 그가 대표를 맡을 때마다 김민배(TV조선 대표), 양근만(씨에스엠앤이 대표) 등이 공동대표로 따라붙은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그는 디지틀조선일보가 2014년 1억9000만원을 투자(지분율 15.83%)한 ‘고은아침’(현재 상호 ‘컵스빌리지’) 대표도 지냈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컵스빌리지는 2014년 개원한 프리미엄 영어 유치원이다. 조선일보는 개원 전부터 보도를 통해 이 고급 유치원을 홍보했는데, 방 전 대표 자녀도 이 유치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기를 보면 현재 컵스빌리지 대표이사는 미국인 ‘변스탠리성진’씨다.

방 전 대표 사퇴로 TV조선 예능 부문에 타격이 있을 거란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홍두표 TV조선 회장 결재에 따라 조직이 움직이기에 방 전 대표 사퇴 영향은 미미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방 전 대표가 TV조선 대표를 맡고 지상파 PD들을 영입하며 TV조선이 최근 예능에서 성과를 보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면 방 전 대표가 상무나 대표이사 전무로서 두드러지게 성과를 보여준 적은 없었다는 것.

그가 TV조선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일이 결코 불가능한 건 아니다. TV조선 최대 주주는 지분 20.3%를 갖고 있는 조선일보다. 결국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의지에 달렸다. 지난 10월 조선일보 노조는 노보를 통해 “언론사 사유화와 세습은 언론자유의 적”이라고 규정했다. “대를 이어 세습돼 내려갈수록 기업가 정신은 옅어지고 특권은 강화되기 마련”이라고 비판했다. 아들에게 언론사를 세습하고 경영을 승계하는 것에 조선일보 일부 구성원들도 문제의식은 있다. 안팎의 우려에도 방 사장이 향후 방 전 대표를 복귀시킬지 주목된다. 2020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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