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선관위 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 합의를 본다면 저는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서 지지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16일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오후 집무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선거법 개정안을 주제로 30분 동안 면담해 문 의장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015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개정의견으로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되 6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1 범위로 정하는 내용이다. 권역별로 총의석을 미리 확정해놓고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데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비례대표 명부 순위에 따라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도, 지난번 대선 때도, 제가 당 대표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중앙선관위가 선거 관련 안을 제시해 줘서 우리당하고 정의당 함께 노력했던 바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하고 심상정 대표(당시 정의당)가 열심히 노력 했었는데 그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저로서는 중앙선관위 안을 기본으로 해서 여야 합의를 본다면 저는 얼마든지 대통령으로서 함께 의지를 실어서 지지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과거에 이 같은 방식에 대해 약속했던 것을 환기시키며 선거 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까지 선거제도의 방안에 대해서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큰 틀에서 여야가 합의를 해주면 좀 지지를 하겠다라는 뜻은 다시 한번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중선관위의 제안은 원칙적으로 수용하지만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게 대통령의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은 선거 제도 개혁이 여야 합의의 틀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앞서 15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장병완 민주평화당,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년 1월 초에 적극 검토하기로 하는 등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에 대해 국회정치개혁특위의 합의에 따르기로 했고 의원정수를 30명 이내로 증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책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해 내년 1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관련 법안을 합의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열흘간 단식 농성을 벌였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5일 오후 농성을 풀었다.

▲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뒤늦게 공개된 문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입장이 여야 합의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보면 14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통해 대통령의 입장이 전달됐고, 여야5당이 15일 전격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로 꼬였던 선거개혁 개편 문제를 일단 교통정리한 셈이지만 최종 합의까지 여야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특히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중앙선관위 안대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놓으면 결국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고 비례대표제와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하는데 여야가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는데 합의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기 때문이다.

이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6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의원정수가 360석은 돼야 한다”며 국회 예산을 20% 삭감하고 의원정수를 20%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의원정수를 늘리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국민 불신이다. 여전히 국회의원 특권은 많지만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높아 의원정수 확대는 여론악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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