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 수수 내용을 감찰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가 쫓겨났다고 주장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김아무개 수사관에 대해 청와대가 실명까지 공개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5일 “김모 수사관이 14일 ‘친여(親與) 고위 인사에 대한 민감한 첩보를 작성했다가 청와대로부터 쫓겨났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그와 같은 주장이 담긴 A4용지 5장, 2580자 분량의 문건을 작성해 본지에 보내왔다”며 김아무개씨의 주장 내용과 우윤근 러시아 대사의 감찰보고서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본지가 입수한 김 수사관의 당시 감찰보고서에는 우 대사가 2009년 한 건설업자로부터 취업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았다가 2016년 돌려줬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수사관은 ‘그럼에도 우 대사가 주러 대사에 임명됐고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면서 “김 수사관은 ‘(그러나) 박형철 비서관과 이인걸 특감반장은 보안을 잘 유지하라고만 했을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이라는 직무를 고의로 유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 내용은 여권 고위층에 대한 ‘정당한’ 감찰을 진행해 비위 사실을 발견하고 민정라인에 보고했지만 묵살 당했고 오히려 자신이 쫓겨났다는 주장이다. 수사관 김아무개의 주장이 맞다면 민정라인 윗선에서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적극 개입하고 김 수사관에 부당한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아무개씨의 일방적 주장이며 첩보 내용은 검토 결과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15일 오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언론 보도 내용을 반박하고 김아무개 실명을 공개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2017년 8월 김태우가 공직 후보 물망에 오른 인물(당시 국회사무총장, 현 주러 대사)에 대한 첩보를 올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의 이름을 공개하면서 김 수사관이 첩보를 올린 시점이 2017년 8월임을 강조한 것이다. 당시 우윤근 대사는 국회사무총장이었다.

김 대변인은 “첩보 보고를 받은 반부패비서관은 국회사무총장이 특별감찰반에 의한 감찰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인사대상으로 거론되던 우 대사의 인사검증에 참고토록 하기 위해 첩보 내용을 민정수석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민정수석은 그 첩보에 인사검증에 참조할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청와대 인사 관련 라인을 통해 당사자에게 내용을 확인할 것을 요청하였다”며 “이후 인사 라인은 자체 조사결과 첩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어 인사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변인은 “인사 라인과 별도로 당시 민정수석실은 김태우의 첩보 내용과 우윤근 측의 변소 및 소명자료 그리고 과거 검찰수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첩보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특히 과거 검찰수사 내용이 판단의 중요한 근거였다”고 반박했다.

김 수사관이 작성한 첩보 내용은 지난 2015년 3월 한국일보에서 보도했던 내용으로 “그 당시 검찰도 저축은행 사건 및 1천만원 수령 부분을 조사했으나 모두 불입건 처리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때였고 우윤근은 야당 의원이었다. 2017년 8월 청와대의 민정이 김태우의 첩보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할 때는 박근혜 정부 때의 검찰 수사 결과가 중요한 판단의 근거였던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지난 2015년 3월 3일 한국일보는 부동산개발업체 C사 대표 장아무개씨가 고소인 조사에서 “2011년 말~2012년 초, 조 변호사가 김찬경 전 미래저축은행 회장한테서 1억 2,000만원을 받아 이 중 대부분을 A 의원(우윤근 대사)에게 전달했다고 나에게 말했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국일보는 “이 부분은 저축은행 비리수사 때 검찰이 조 변호사의 배달사고로 결론을 냈던 사안이다. 당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조 변호사에게 수사무마 로비자금으로 1억 2,000만원을 건넨 사실까지만 확인하고 조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면서 “하지만 이 가운데 8,000만원은 조 변호사가 이미 개인적으로 사용한 상태였고, 수사 착수 직후 지인으로부터 1억원을 급히 빌려서 채워 넣은 사실도 확인됐다. 현금의 특성상 조 변호사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에, 당시 검찰 수사로도 1억 2,000만원의 성격이나 구체적인 사용처 등을 둘러싼 의혹은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았던 셈이다”라고 보도했다.

과거 언론에서 다뤄졌던 것처럼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수사를 했지만 이후 검찰 조사에서 혐의가 나오지 않아 김아무개 수사관이 올린 첩보 내용은 특별하지도 않고 사실도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김 대변인은 “김태우가 1년도 더 전에 작성한 첩보 때문에 갑자기 돌려보냈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김태우의 말이 맞다면 2018년 11월이 아니라 2017년 8월 쫓아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도 김의겸 대변인의 반박 내용에 이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메시지를 출입기자들에게 전달했다. 윤 수석은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리고 있다. 곧 불순물은 가라앉을 것이고 진실은 명료해질 것”이라며 “허위사실을 포함한 명예훼손의 법적 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주말에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청와대가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김 수사관의 주장을 담은 언론 보도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민정라인을 넘어서 청와대 전체의 은폐 의혹으로까지 확산될 위험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수석은 “비위행위자의 일방적 주장을 받아쓰고 있는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