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와 편성에 개입·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무소속 의원)이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방송 편성 자유를 보장하고 부당한 권력 개입을 금지한 방송법 규정 위반을 이유로 처벌 받은 사례가 전무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국회의원은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의원직을 잃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오후 선고 공판에서 이 전 수석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면서 방송 편성 독립의 가치를 강조했다. 

오 판사는 “방송이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며 “특정 권력이 방송 편성과 보도 내용에 개입한다면 국민 의사가 왜곡되고 불신과 갈등이 확산된다. 이는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현 무소속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현 무소속 의원)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미디어오늘, 연합뉴스
이 전 수석은 2014년 4월21일과 30일 두 차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을 비판한 KBS 보도에 고성으로 항의하고 “내용을 바꿔 달라” “뉴스 편집에서 빼 달라”고 직접 압박했다. 

이를 테면 이 전 수석은 김 전 국장과의 통화에서 “이런 식으로 지금 국가가 어렵고 온 나라가 어려운데 (KBS가) 지금 그렇게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 하는 게 맞느냐”며 KBS 보도를 통제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수석 측은 재판에서 KBS 오보를 정정하기 위한 행위, 홍보수석으로서 업무 행위 등의 논리를 펼쳤으나 오 판사는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판사는 이 행위가 단순한 의견 제시를 넘는 직접적 방송 편성 간섭 행위로 규정했다. 이 같은 행위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문화한 방송법 4조2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지만 실제 처벌된 사례는 없었다. 

오 판사는 “방송 편성의 독립을 위해 국가 권력의 간섭은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며 “방송법은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고 명시하지만 실제 방송법 위반으로 처벌된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오 판사는 “국가 권력의 방송 개입이 없기 때문에 처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처벌이 없었던 이유는) 방송 편성에 개입하는 일을 관행 정도로 치부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사회가 방송 편성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일침이다.

오 판사는 “피고인(이정현)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여전히 홍보수석 지위를 가진 사람이 방송 편성권자와 접촉해 보도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안이한 인식”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동안 이 전 수석 측은 검찰이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 등을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결과라고 주장해 왔다. 오 판사는 “국가 권력에 의한 언론 간섭이 계속되는 것이야말로 (한 사회의) 낙후성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이 전 수석과 변호인의 주장은) 매우 정치적이고 위험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오 판사는 이 전 수석이 초범이라는 점, 방송법 처벌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