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청년 김용균씨가 산재 사고로 숨진 지 4일째다. 하지만 김씨 장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김씨 죽음과 관련한 문제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서다. 왜 신고가 늦어졌고 왜 사고 뒤에도 방치됐는지 등 책임 소재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

뿐만아니라 김씨 원청회사인 한국서부발전은 용균씨 죽음을 은폐하려 언론동향부터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9월 김씨는 태안 화력발전소 설비 하청업체 한국서부발전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하지만 생애 첫 직장에서 밤샘 근무를 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 14일자 서울신문 사진
▲ 14일자 서울신문 사진

14일 자 9개 중앙일간지 가운데 한겨레와 경향, 서울신문이 1면에 일제히 이 소식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12면에 이 소식을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사설로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씨가 숨진 11일부터 14일 현재까지 김씨 관련 기사를 지면에 단 하나도 보도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용균씨 죽음 은폐하려 언론동향부터 챙겼다”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1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김용균씨 추모 촛불집회 사진도 함께 실었다.

신문은 “서부발전이 지난 11일 김씨 사망사고 이후 작성한 보고서에는 언론보도 동향 항목이 있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죽음을 원청인 서부발전이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서부발전은 사고 신고를 40분가량 늦게 해 이 시간에 대책회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조치 내용’ 항목에 오전 3시50분에 경찰에 신고하고 오전 4시35분에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 신고한 것으로 나와 있다”고도 했다.

▲ 14일자 한겨레 1면.
▲ 14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 “4년 전에도 똑같은 ‘컨베이어 참변’…변한 게 없다”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한겨레도 13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용균씨 추모 문화제가 사진도 1면에 실었다.

한겨레는 김씨 말고도 지난 2014년에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홀로 근무하다 숨진 딸아이 아빠 30대 초반 박아무개씨 사연도 보도했다. 한겨레는 “날짜와 장소만 달랐을 뿐, 두 사고는 닮은꼴이었다. 박씨의 죽음 뒤 4년이 흘렀지만, 위험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비상정지장치(풀코드)만 설치됐을 뿐이다. 그조차 2인1조 근무 체제가 도입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그렇게 억울한 죽음이 반복됐다”고 썼다.

신문은 1면에 이어 3면에서 “2명 중 1명이 또 다른 ‘김용균’… ‘사고 현장 무서워서 못간다’”와 “‘2인1조’ 내부지침 있었지만… 원청·하청업체 스스로 뭉개”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 14일자 경향신문 사진.
▲ 14일자 경향신문 사진.

▲ 14일자 경향신문 1면.
▲ 14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도 1면에 “그가 스러져도… ‘혼자’ 컨베이어벨트를 돌았다”라는 제목을 달고 김씨와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경향신문은 “김씨는 전날 새벽 혼자서 근무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었고, 벨트를 비상정지시켜줄 사람이 없어서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20대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공분을 일으켰다. 위험한 작업은 2인 1조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게 사망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 ‘위험의 외주화’가 근본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현실은 그대로다. 김씨의 죽음 뒤에도 동료들은 똑같이 ‘혼자’ 일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김씨의 사망 소식 이후 사흘 연속 한 건도 이 소식을 지면에 보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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