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에 국내기업처럼 세금과 책임을 물릴 수 있을까.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코리아의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 조사에 들어간 가운데 국세청이 전격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회는 구글 등 글로벌 ICT기업 과세 범위를 넓힌 법안을 통과시켰다. 많이 벌고 세금은 적게 내는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과세 신호탄’이 쏘아졌다는 해석과 함께 현실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울지방국세청은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에 조사관을 보내 회계장부와 전산 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세무당국이 고소득 개인 유튜버(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의 세금 탈루 의혹을 포착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유튜버 관련 과세가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세원 동향을 인식하고 있으며 탈루 소득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기준 구독자 10만명이 넘는 국내 유튜브 채널은 매년 두 배 가까이 폭증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10만 이상 구독 채널은 2015년 367개, 2016년 674개에 이어 지난해 기준 1275개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구독자수가 10만 이상이면 월 수익이 280만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소속 없이 개인으로 활동하는 유튜버들은 수익에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 구글 로고.
▲ 구글 로고.

다만 이번 세무조사가 단순히 개인 유튜버들을 겨냥한 데 그치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김경진 민주평화당(광주 북구갑) 의원은 13일 “이번 조사는 국내 일부 고액 유튜버들의 탈세 의혹이라는 점에서 국세청 조사는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 유튜브가 국내 소비자들을 상대로 하는 매출액에 대해 세금을 정확히 납부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내에서 구글, 유튜브와 이뤄지는 모든 계약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 본사 매출 형태로 이뤄진다”고 짚은 뒤 “국세청이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 본사 매출 자료를 받아내야 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현재 구글코리아는 본사 연락을 대신하는 연락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글로벌콘텐츠사업자(CP) 본사에 대한 철저한 매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국회에 즉각 보고해야 한다. 글로벌 CP들의 매출액은 국가의 법률 입안과 정책수립에 필수적인 자료로 이는 국가주권 문제이며 기업의 영업 기밀에 우선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코리아의 조세회피 의혹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구글코리아가 정확한 매출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터넷 업계 등은 구글코리아 연 매출을 4~5조원대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인세 납부 내역은 연 2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면서 국내 기업과의 조세 형평성과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지난해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영국에서는 구글이 매출을 집계하고 있다고 짚어 조세회피 의혹이 쟁점화된 일도 있다.

▲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 연합뉴스
▲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 연합뉴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코리아의 매출 규모를 묻는 여야 의원들에게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 “국가별 매출은 공개할 수 없다”는 답만 반복해 비판을 샀다. 국내 이용자들이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신용카드 결제를 처리하는 국가가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존 리 대표는 “내부 영업은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실제 매출 규모가 파악되더라도 현행법상 과세 근거가 미약하다. 구글이 앱스토어(구글플레이) 수익을 싱가포르 법인 매출로 귀속해 조세를 회피한다는 의혹은 그 자체로 제도적 한계를 시사한다. 구글플레이는 서버가 싱가포르에 있고 국내 고정 사업장이 없는데, ‘상대국 기업이 고정사업장을 통해 사업하지 않는 경우 과세할 수 없다’는 OECD·한미 조세조약과 맞닿는다.

구글 등에 대한 직접세 징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는 부가가치세 확대 징수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가가치세법 일부개정법률안(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 발의)에 따라 내년 7월부터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ICT기업은 국내에서의 클라우드 컴퓨팅, 온라인 광고, 동영상 등 전자용역에서 발생하는 매출 10%를 납부하게 됐다. 다만 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가능성과 상당수 글로벌 기업의 수익 영역인 기업 간 거래가 제외됐다는 점에서, 실효성보다는 논의의 틀을 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방통위)는 국내 이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해 돈을 벌어온 구글, 페이스북 등에 대한 책임 규제를 강화했다. 방통위는 12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국내에 개인정보 담당자를 두지 않은 글로벌기업이 업무 대리인을 임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시행령 개정을 보고했다. 현재 국내 개인정보 담당자가 없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대리인 지정을 거부하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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