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EBS가 청와대 지시로 대통령 박근혜씨와 정부정책 홍보 영상을 만든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언론 시민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2015~2016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 주도로 EBS는 ‘희망나눔 캠페인(드림인)’이란 정책 홍보 영상 36편을 만들었다. 미디어오늘은 당시 청와대가 주제선정·촬영일정 뿐 아니라 영상 마지막에 대통령 사진을 넣으라는 지시까지 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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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12일 “EBS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성명에서 “(미디어오늘 보도가) 사실이라면 EBS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며 “EBS는 시민의 공영방송인가 정권을 위해 봉사하는 관영방송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외주(독립)제작사조차 공영방송 EBS를 통해 제작되는 영상에 청와대 지시로 뜬금없는 대통령 사진이 사용되는 것을 반대했음에도 정작 공영방송인 EBS에선 아무 고민 없이 거수기처럼 청와대의 뜻에 따랐다면 단언컨대 EBS는 공영방송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EBS는 당시 제작 실무를 제작사에 맡겼지만 EBS 내부에서 제작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와 계약서를 쓰지 않고 낮은 단가로 제작사에 영상 제작을 떠맡겼다. 민언련은 “사실이라면 EBS는 청와대의 제작 개입을 묵인 방조하고 이를 위해 외주제작사에 갑질까지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 EBS 로고
▲ EBS 로고

민언련은 EBS가 지난 정권에서 있던 이런 사건을 청산하려 한 노력이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 단체는 “KBS와 MBC가 적폐 정권 시절 발생한 부끄러운 부역의 역사를 명명백백 조사하며 독립성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EBS는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백보 양보해서 정권을 찬양하고 홍보하는 도구로 이용된 부역의 역사를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면, 정황이 드러난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응해야 마땅하다”며 “그럼에도 현재까지 공영방송 EBS의 구성원들은 이 사안에 대해 어떤 입장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지금부터라도 EBS 구성원은 이번 사안의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관련자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또한 과거 정권이 방송에 개입한 또 다른 사안은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향후 EBS가 또 다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유규오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공영방송이 해선 안 되는 일이며 선을 넘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사실관계를 묻고 재발방지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해서도 “EBS가 진상을 규명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는지 규제지관으로서 책무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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