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 배우 고 장자연씨가 2008년 가을 만났던 유력인사 중에 권재진(65) 전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는 증언이 추가로 나왔다.

지난 11일 MBC ‘PD수첩’이 연말특집으로 공개한 ‘故 장자연’ 편 미공개 영상을 보면 장씨의 전 소속사 동료였던 윤아무개씨 역시 ‘밤에 만났던’ 인물로 권재진 전 장관을 지목한다.

윤씨는 PD수첩 제작진이 장자연 사건 관련 인물 사진들을 보여주자 “내 기억으로는 이분(권재진) 노래했던 분 같다. 노래하고 얼마 있다가 ‘나중에 보자’고 갔다”고 말했다. 2008년 당시 권 전 장관은 검찰 내 2인자인 대검찰청 차장검사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서울고검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까지 했다.

전직 조선일보 관계자 A씨도 “박문덕(하이트진로 회장)하고 저 친구(장자연)하고 술을 먹었는데 그 자리에 권재진이 있었다고 그러더라”며 “방용훈(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검찰에 아는 사람이 참 많다. 권재진이 그때 방용훈을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 지난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아래는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 지난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아래는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미디어오늘이 그동안 취재한 내용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을 종합해 보면 2008년 9월 또는 비슷한 시기에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 장씨와 만났는데, 이 자리엔 박문덕 회장과 권재진 전 장관, 전직 탤런트이자 장씨와 가까운 고아무개씨 등도 합석했다.

[관련기사 : “권재진이 ‘장자연 리스트’ 방용훈 도왔다는 말 들었다”]

이처럼 장자연 사건에 권 전 장관까지 연루돼 있다는 언론 보도와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확인한 내용이 알려지자 권 전 장관은 PD수첩 측에 “(대검 조사단 관련해선) 전혀 알지 못하고 드릴 말씀도 없다”며 “(장자연과) 술자리에 합석하거나 (검찰 수사에) 개입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아울러 이날 PD수첩 방송에선 당시 장자연 수사팀이었던 경찰 관계자도 수사 당시 경찰 등 상부의 부적절한 개입 의혹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 검찰 송치를 앞두고 경찰이 이례적으로 수사기록 전부를 다량 복사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보통 그거(수사기록)를 복사해둘 이유가 없고, 송치해버리면 끝나는 건데 전체 16권이나 되는 수사기록을 8개인가 9개인가 복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 기록이 윗분들에게 하나씩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나는 (수사)기록을 여러 부 복사했다는 게 너무 충격이었고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경찰은 ‘당시에 이게 고위 간부들 보려고 복사했다는 것 같더라’ 이러는데 우리 검사들은 ‘그건 (필요하면) 보고서를 받지 누가 기록을 다 보느냐고, 경찰이 누가 그러냐고’고 한다”고 지적했다.

▲ 지난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 지난 11일 MBC ‘PD수첩’ 방송화면 갈무리.
앞서 장자연 사건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방상훈 사장에게 경찰서에) 들어와서 조사를 받으시라고 하니 (조선일보 간부가) 나한테 와서 정권을 운운하면서 협박하니까 (힘들었다)”며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달라고 조선일보 측에서 경찰에 굉장히 거칠게 항의해 모욕으로 느꼈고, 정말 협박으로 느꼈다”고 술회했다.

조선일보 측은 지난 10월 장자연 사건 보도와 관련 MBC에 6억원, 미디어오늘에 4억원, 조현오 전 청장에게 3억원 등 모두 13억원의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 청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방상훈 사장의 차남인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도 MBC를 상대로 2억5000만원의 손해배상과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PD수첩은 “총체적 경찰의 부실 수사, 검찰의 소극적 수사 지휘, 그 뒤에서 언론의 역할을 져버린 채 사주의 가족을 보호하려고 했던 거대 언론. 그들이 감추려고 했던 비밀이 어디까지 드러날 수 있을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우리는 익명으로 숨어버린 가해자들과 사건을 은폐하려는 권력자들의 실명을 끊임없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조현오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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