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노동자가 또 다시 철탑에 올랐다.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소속 김충태, 고진복 두 노동자는 12일 오전 서울 강변북로 한강대교 북단 40미터 철탑에 올라 “비정규직 끝장내자”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LG유플러스에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서울 용산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14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고객님 댁에 LGU+인터넷을 설치 수리하는 기사들입니다. 저희는 10년 넘게 LG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LG의 직원은 아닙니다. 저희는 매년 신입사원이 됩니다. 저희가 아무 잘못이 없어도 하청업체가 바뀔때마다 저희는 해고가 됩니다”라며 “10년 넘게 일을 시킨 LG에게 직접고용을 요구하고자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고객도 가족이라는 LG는 유독 저희만 가족이 아니라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서울 강변북로 한강대교 북단 40미터 철탑. 사진=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 제공.
▲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시작한 서울 강변북로 한강대교 북단 40미터 철탑. 사진=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 제공.

이들은 LG유플러스 유니폼을 입고 LG유플러스의 초고속인터넷, IPTV 등을 개통, AS, 해지하고 고객을 상담하고 민원을 처리하지만 LG유플러스 소속이 아니다. 각 지역별로 LG유플러스와 계약을 맺은 개별 협력업체에서 일하며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노조는 △임금체불 △퇴직금 먹튀 △안전공구 미지급으로 인한 사고 △상식 이하의 부당노동행위 및 단체협약 위반 △실적 압박 등 LG유플러스 홈서비스센터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외주화로 인해 발생했다며 직접고용 정규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자회사 수준의 복지와 성과급을 약속하고 원청이 참여하는 협력업체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후 노조가 거절하자 LG유플러스는 2600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절반은 자회사로 직접고용하고 나머지 반은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겠다는 입장을 최종안으로 내놓았다.

고공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들은 “절반은 자회사로 고용할테니, 10년 넘게 함께 일해 온 동료들을 버리라는게 LGU+가 저희에게 내놓은 답변”이라며 “동료를 버리고 갈자와 남을 자를 나누라니요? 너무 분하고 슬퍼서 추운 날씨에 60일동안 길에서 자며 보름이나 단식을 했습니다. 그래도 LG는 저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며 철탑에 오랜 배경을 밝혔다.

▲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는 2018년 8월 LG유플러스 마곡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의 정규직 전환이 일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 비정규직 지부는 2018년 8월 LG유플러스 마곡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유플러스의 정규직 전환이 일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이들은 “시민 여러분! 저희가 불편을 드렸다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희를 탓하시기 전에, 왜 저희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한번만 살펴봐주시기 바랍니다”라며 “더 이상 이렇게 살수는 없어서, 사랑하는 아이에게는 비정규직의 굴레를 물려줄 수 없어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람의 노동자, 한 가족의 가장, 한 아이의 아빠의 외침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밝혔다.

유료방송, 인터넷 업계는 저가구조가 고착화돼 간접고용 문제로 이어져 노동자들의 파업과 농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4년 씨앤앰(딜라이브) 노동자들이 서울시청 프레스센터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였고 2015년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2016년 티브로드 노동자들이 서울 한강대교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